
1월 11일 오전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처장이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법조계 “왜 털었는지 미스터리…표적 불법 사찰했나”
가정주부인 이들은 “공수처의 수사 대상인 고위공직자범죄와 무관하다”라고 하소연한다. 서울 성북구에 거주 중인 A(52)씨는 중앙일보에 “나는 그저 집에서 밥하는 아줌마이고 남편은 임대업자다”라며 “친척 중에도 고위공직자는 한 명도 없고 기자들과도 연락한 적이 없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내가 무슨 대단한 일을 했다고 신상정보를 털어갔는지 너무 이해할 수 없다”라고 했다. A씨는 다만 윤석열 팬 카페에서 윤 후보 지지 활동을 해온 일과 더불어 네이버 ‘부동산 스터디’ 카페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부부 사건과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하고 다른 회원과 다투다가 강제탈퇴 당한 전력이 있다고 한다.
A씨는 “늦은 밤 지하주차장을 다닐 때 주변을 살피는 버릇이 생겼다”라며 “자식 한 명이 공무원으로 일하고 다른 한 명은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데, 자식들에게도 불이익을 줄까 봐 너무 무섭다”라고 호소했다.
역시 통신 조회를 당한 50대 가정주부 B씨는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의 팬클럽 네이버 카페인 ‘위드후니 (with후니)(한동훈 검사 팬클럽)’에서 활동 중이기도 하다. 한 부원장은 윤석열 후보의 대표적인 측근으로 꼽힌다.
이재명 의혹 폭로 이모씨 의문사 이후 팬클럽 공포심 고조
법조계에선 “공수처가 윤석열 후보의 ‘고발 사주’ 의혹 등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윤 후보가 가입한 네이버 카페 리스트를 확보한 뒤 ‘오버’를 해 그 안에 있던 팬클럽 카페 회원들의 신상정보까지 뒤진 게 아니냐”라는 추측이 나온다. 다만 윤 후보가 팬클럽에 가입한 적은 없다고 한다.
윤석열 팬클럽 카페 등의 법적 대응을 대리하고 있는 김정철 한국형사소송법학회 인권이사(법무법인 우리 변호사)는 “공수처가 어떤 과정을 거쳐 이들의 통신자료를 조회했는지 미스터리”라며 “만일 수사 중인 사건과 무관하게 팬클럽을 표적으로 삼고 조회한 거라면 문제가 더 심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방위적으로 사람들이 어떤 관계로 연결돼 있는지 정보를 수집하려고 했을 가능성이 있다”라고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관련 의혹을 폭로해오다 지난 11일 숨진 채 발견된 이모씨의 빈소가 13일 마련됐다. 뉴시스
김정철 변호사 “공수처가 해명 안 하니 국회가 국정조사 나서야”
시간이 갈수록 공수처에 통신자료를 조회당한 것으로 확인된 이들의 수는 증가하고 있다.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조국 흑서)』의 저자 중 한 명인 서민 단국대 의대 교수는 지난해 10월 두 차례 통신 조회를 당했다고 한다. 업무용 전화기 한 건, 개인용 전화기 한 건이다.
이날 오후 5시 현재 윤석열 팬클럽 6명과 서민 교수 외에 기자 176명, 국민의힘 의원 93명,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의혹 공익신고인인 장준희 부장검사, 한국형사소송법학회 24명 등 340명(456건)이 공수처로부터 통신 조회를 당했다.
하지만 김진욱 공수처장은 지난 11일 공수처 검사 회의에서 “적법성을 넘어 적정성까지도 고려해야 한다”라는 말을 다시 꺼냈다. 무차별 통신 조회가 과잉 수사였을 순 있지만, 위법하지 않다는 반박이다.
김 처장 등에 대한 고발장은 쌓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지난 3일 공수처장 사퇴 촉구 결의안을 국회에 제출한 데 이어 이날 김 처장, 여운국 공수처 차장 등을 전기통신사업법 위반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또 공수처가 전주혜 의원의 통신자료를 조회해놓고도 지난달 13일 전 의원에게 “조회한 사실이 없다”라는 답변서를 보낸 것에 대해 국민의힘은 “허위공문서작성 혐의도 적용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