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탄도미사일 관련 신규 독자 제재에 대한 12일(현지시간) 미 재무부 트위터. 트위터 캡쳐.
美, 독자 제재 이어 유엔 제재도 제안
재무부는 이날 약 반나절 전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및 탄도미사일 프로그램과 관련된 북한 국적자 6명과 러시아 국적자 1명 등 개인 7명과 러시아 기관 1곳을 제재 대상에 추가하는 독자 제재를 발표했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이 요구한 '유엔 차원의 제재'는 이들 중 5명을 안보리 제재 명단에 추가로 올리는 것이다.
즉, 미국의 제안은 제재의 분야나 요소를 강화하자는 것은 아니다. 제재 대상 추가 지정은 북한의 불법적 행위를 주도하는 개인이나 기관을 명단에 올리는 것이다. 여기 이름이 올라가면 모든 유엔 회원국에 입국이 금지되고, 해외 모든 자산이 동결된다.
안보리 추가 제재 조치보다는 수위가 낮지만, 그물망에 걸리는 대상이 더 많아지기 때문에 제재 이행 측면에서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북한 고위급을 명단에 올릴 경우 이들을 직접 제재한다는 상징적 의미도 있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 대사가 지난 10일(현지시간) 유엔 6개국을 대표해 북한 탄도미사일을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하는 모습. 유엔 웹 티비 캡쳐.
'명단 업데이트'도 중ㆍ러가 변수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지난해 3월에도 있었지만, 빈도가 급속히 잦아진 건 9월부터였다. 이달까지 합치면 탄도미사일 발사만 5회다. 미국으로서는 속도와 기술 수준 모두 우려할 만 한 상황인 셈이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도 이날 성명을 내고 “미국은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와 탄도미사일에 대응하기 위해 모든 적절한 수단을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안보리에서 제재 명단을 업데이트하는 데도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의 입장이 결정적이다. 별도의 결의가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만장일치나 합의(컨센서스)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중국과 러시아가 적어도 ‘거부권’(veto)을 사용하지는 않아야 업데이트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추가 제재보다는 수위가 낮지만, 중․러가 여기에 반대할 가능성은 상존한다. 이번에 미국이 독자 제재 대상에 올린 북한 국적자들의 활동 무대가 중국과 러시아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미국의 이런 시도는 최근 거세지는 중․러의 대북 제재 완화 요구에 제동을 거는 정치적 효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중․러는 2019년에 이어 지난해 10월에도 대북 제재를 일부 풀어달라는 결의안을 안보리에 제출했다.
'세컨더리 보이콧' 명시...중ㆍ러에 경고장
미 재무부는 ▶북한에서 핵ㆍ미사일 개발을 주도하는 기관인 국방과학원의 해외 거점 대표들을 노렸고 ▶세컨더리 보이콧(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 개인․기관도 제재) 적용을 경고했다. 이번에 제재 대상에 오른 북한 국적자 6명(조명현ㆍ강철학ㆍ김송훈ㆍ오영호ㆍ변광철ㆍ심광석)은 모두 북한 국방과학원 소속으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중국 다롄, 선양 등에 있는 지부의 대표 격이었다.
재무부는 이들이 미사일 개발에 쓰이는 철강 합금, 소프트웨어, 화학물질 등을 조달했다는 점을 제재 근거로 들었다. 의심 품목을 구체적으로 명시하며 ‘중국 회사로부터’ ‘러시아 회사로부터’ 조달했다는 점도 언급했다.
이는 대북 제재의 뒷문을 열어주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를 향한 직접적인 경고나 다름없다. 실제로 이날 제재 대상에는 러시아인 1명(로만 아나톨리비치 알라르)과 러시아 회사(PARSEK LLC) 1곳도 포함됐다.
미국 독자 제재의 힘은 세계 경제가 달러화를 중심으로 돌아간다는 사실에 기반한다. 미국은 이날 제재 대상에도 ‘세컨더리 보이콧 주의’ 문구를 달았는데, 북한과 어떤 식으로든 잘못 얽혔다가는 달러화 거래는 아예 못하도록 세계 금융 시스템에서 배제될 수 있으니 조심하라는 경고나 다름없다.
미국이 양대 제재를 활용해 국제사회에 보내려는 메시지는 대북 관여와 별개로 북한의 의미 있는 행동변화 전까지 제재는 계속 유지될테니 충실히 이행하라는 것으로 볼 수 있다.

12일(현지시간) 북한 탄도미사일 관련 미 재무부의 신규 독자 제재 후 업데이트된 특별지정제재대상(SDN)의 개인ㆍ기관별 정보. 미 재무부 홈페이지 캡쳐.
'제재 완화' 목소리에 선 긋기
이와 관련,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13일 정례브리핑에서 미국이 안보리 추가 조치를 요구한 데 대한 입장을 묻자 “한‧미는 긴밀한 수시소통을 계속해 나가고 있다”고만 답했다. 정부도 이에 찬성하는지, 반대하는지에 대한 즉답은 끝내 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