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서울의 33층짜리 사무용 빌딩에서 업무를 보던 한 직장인은 건물 안에서 느꼈던 진동을 회상하며 불안감을 호소했다. 이날 오후 서울 성동구 아크로서울포레스트 디타워 건물에서 “진동이 느껴진다”는 119 신고가 이어졌다. 시공사와 당국이 안전진단을 한 결과 건물에 입주한 연예기획사의 안무 연습실에서 일어난 진동이 주된 원인으로 지목됐다.

지난 20일 촬영된 아크로서울포레스트 디타워 건물 로비 층의 천장 균열. 독자 제공
시공사 측 “안정성 문제없다”
현재 9~11층과 18층에는 연예기획사의 안무 연습실이 있다. 이 연습실에서 집단으로 춤을 출 때 생긴 진동이 건물의 고유 진동수와 일치해 흔들림이 평소보다 증폭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신고 당일 출동한 소방 당국도 건물 지하의 지진 감지 장치를 확인했으나 별도의 진동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입주민 “아이돌 춤 때문에 건물 흔들렸다니”
지난 20일 직장인들의 익명 앱인 블라인드에는 이 건물에 입주한 사무실 천장에 금이 가 있거나 유리창이 깨진 사진 등이 올라오기도 했다. 그러나, 일부 사진은 시기상 진동과 관련이 없는 것으로 판명되기도 했다. DL이앤씨 측은 23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천장누수나 유리창 파손 등은 입주 후 인테리어 과정에서 발생한 현상으로 이번 진동과는 무관하다. 내부 마감재의 문제로 건물 구조층과는 연관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안무 때문에 진동이 발생했다는 건 외부 전문가의 의견일 뿐 아직 원인이 무엇인지 밝혀진 상태는 아니다. 추후 모니터링과 모의실험 등을 통해 건물이 왜 흔들렸는지 명확하게 규명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서울 성동구에 있는 초고층 주상복합 건물 아크로서울포레스트 디타워 건물. 중앙포토
11년 전 ‘테크노마트 사건’ 소환
안형준 전 건국대 건축대학 학장은 “최근 광주 신축 아파트 붕괴 사고 등으로 인해 고층 건물 입주민들이 불안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입주민이 전체적으로 진동을 느낄 정도였다면 추가 방진(防振) 설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건물의 진동 주기와 구조 등을 면밀하게 분석한 뒤 필요한 위치에 진동이 전달되는 걸 줄이는 장치를 설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