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를 마치더라도 문 대통령은 정치인이다. 임기말 그의 국정수행 지지도는 40% 내외를 보이고 있다. 여야 대선후보들의 지지율보다 오히려 높다. 이 때문에 여권에선 “정권 재창출 여부와 무관하게 문 대통령이 퇴임 후에도 친문(親文)ㆍ친노(親盧)를 중심으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말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2017년 5월 23일 봉하마을에서 엄수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8주기 추도식에 참석해 “현직 대통령으로서 이 자리에 참석하는 것은 오늘이 마지막”이라며 “반드시 성공한 대통령이 되어 임무를 다한 다음 다시 찾아뵙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때 다시 한 번, 당신이 했던 그말 ‘야, 기분 좋다!’ 이렇게 환한 웃음으로 반겨주십시오”라고 했다.
퇴임 직후인 오는 5월 23일, 봉하마을에선 노 전 대통령 13주기 추도식이 열린다. 문 대통령은 약속대로 추도식에 참석할 가능성이 크다. 퇴임 대통령으로서의 첫 정치일정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당시 문 대통령은 스스로 ‘성공의 조건’을 제시했다. 그가 했던 말은 이렇다.
“저의 꿈은 국민 모두의 정부, 모든 국민의 대통령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의 손을 놓지 않고 국민과 함께 가는 것입니다. 개혁도, 저 문재인의 신념이기 때문에 또는 옳은 길이기 때문에 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과 눈을 맞추면서, 국민이 원하고 국민에게 이익이기 때문에 하는 것이라는 마음가짐으로 나가겠습니다. 국민이 앞서가면 더 속도를 내고, 국민이 늦추면 소통하면서 설득하겠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못다한 일은 다음 민주정부가 이어나갈 수 있도록 단단하게 개혁해 나가겠습니다.”
요약하면 국민통합과 사회개혁 그리고 이를 통한 정권 재창출이 문 대통령이 그렸던 성공의 조건이다.
이중 정권 재창출에 성공할지 여부는 3월 9일 대선으로 결정된다. 현재 상황에서 판단할 수 있는 요소는 국민통합과 사회개혁 분야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28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노무현ㆍ문재인 두 대통령 리더십의 가장 큰 차이점은 국민통합에 대한 자세였다”며 “노 전 대통령은 정치적 열세 속에서도 야당에 연정을 제안하고 개혁 대상인 검사와 ‘대화’를 시도했지만, 문 대통령은 압도적 국회 의석수를 바탕으로 오히려 진영간 대립이라는 분열의 코드로 야당을 대했고, 검찰은 사실상 전쟁의 대상으로 몰아세웠다”고 말했다.
최 원장은 이어 “청와대는 40%의 임기말 지지율을 핵심 성과로 제시하지만, 정작 해당 지지율은 성과가 아니라 오히려 극심하게 양극화된 정치지형의 결과로 보는 편이 보다 합리적”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26일 발표된 리얼미터의 여론조사에서 문 대통령에 대한 긍정평가는 39.7%, 부정평가는 56.5%로 나타났다. 그런데 긍정평가 중 ‘매우 잘한다’(23.2%)는 ‘잘하는 편’(16.5%)보다 높다. 특히 부정평가에선 ‘매우 못한다’(39.5%)는 답변이 ‘못하는 편’(16.9%)이라는 평가보다 두배 이상 높았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전문가들은 이를 문 대통령에 대한 맹목적 지지층과 반대층이 극심하게 대립하는 정치적 양극화의 결과로 해석하는 이가 많다.
문 대통령은 지난 3일 신년사에서 “권력기관이 더이상 국민 위에서 군림하지 못하도록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동하는 권력기관 개혁을 제도화했다”며 권력기관 개혁을 자신의 핵심 성과물로 평가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도 그리 후하지 않다.
전직 대통령의 탄핵 이후 정부의 제1 과제를 ‘적폐청산’에 뒀던 문 대통령이 검찰ㆍ경찰ㆍ국가정보원 등 권력기관 개혁을 제도화한 것은 사실이다. 이는 노 전 대통령이 결국 이루지 못했던 과제다.
그러나 검ㆍ경 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범지수사처(공수처) 설치 등에도 불구하고, 검찰 개혁 과정에서 ‘조국 사태’로 불린 사회적 양극화가 불거졌고, 어렵게 출범한 공수처는 현재 수사역량 부족과 무분별한 통신조회 논란 등으로 비판받고 있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문 대통령이 이룬 검찰개혁의 결과는 사실 개혁을 주도했던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퇴진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중도 사퇴로 요약된다”며 “특히 문 대통령의 대대적 지원을 받았던 윤 전 총장이 제1 야당의 대선 후보가 돼 있다는 점만으로도 문 대통령의 검찰개혁을 성공으로 보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다만 5년 전 추도식 때 대통령의 뒷자리를 지켰던 이광재 현 더불어민주당 의원, 안희정 전 충남지사, 김경수 전 경남지사 등 핵심인사 중 현재 구속 상태인 안희정·김경수 전 지사는 올해 추도식에는 참석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