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작전실패=아쉬운 출발, 쇼트트랙 아직 8번 기회 있다

5일 여자 500m 예선에서 역주하는 최민정. 베이징=김경록 기자

5일 여자 500m 예선에서 역주하는 최민정. 베이징=김경록 기자

아쉬운 출발, 하지만 아직 여덟 번의 기회가 남았다. 쇼트트랙 에이스 최민정(24·성남시청)과 황대헌(23·강원도청)이 개인전 첫 메달을 위해 출격한다.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은 5일 베이징 수도체육관에서 열린 2000m 혼성 계주에서 예선 탈락했다. 대표팀은 1조에서 중국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었으나 세 바퀴를 남기고 박장혁(24·스포츠토토)이 넘어지면서 3위로 처졌고, 결국 준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작전 실패와 실수가 겹친 실망스러운 결과였다. 대표팀은 당초 선발전 1·2위를 차지한 최민정, 이유빈(20·연세대), 황대헌, 이준서(22·한국체대)가 나설 것으로 보였다. 예선에서 우승후보 중국과 한 조에 편성된 데다 2021~22시즌 월드컵 여자 500m 랭킹 1위 아리아나 폰타나가 있는 이탈리아도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준서의 체력을 아끼고, 예선에 출전해야 메달을 딸 수 있기 때문에 선발전 3위 박장혁을 먼저 내보냈다. 그러나 박장혁이 넘어지면서 수포로 돌아갔다. 대표팀은 결승에 갈 경우 계주 경험이 많고, 힘있게 3번 주자를 밀 수 있는 김아랑(27·고양시청)을 2번으로 쓰는 계획도 세웠지만 무용지물이었다. 중국이 예선부터 에이스들을 모두 출전시킨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김선태 감독과 빅토르 안 코치가 이끈 중국은 준결승에서 터치 논란이 있긴 했지만, 결국 금메달을 차지했다.

5일 열린 남자 1000m 예선에서 피니시 라인을 통과하는 황대헌(오른쪽). 올림픽 기록을 작성했다. 베이징=김경록 기자

5일 열린 남자 1000m 예선에서 피니시 라인을 통과하는 황대헌(오른쪽). 올림픽 기록을 작성했다. 베이징=김경록 기자

대표팀 선수들은 경기 뒤 맥없이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을 지나갔다. 충격에 말을 잇지 못했다. 최민정과 황대헌은 "다음에 하면 안 될까요"라며 돌아섰다. 박장혁은 "죄송합니다"란 말만 남겼고, 이유빈도 말없이 지나쳤다.


쇼트트랙 메달 레이스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혼성 계주에선 쓴 잔을 마셨지만, 앞서 열린 여자 500m, 남자 1000m에선 무난하게 예선을 통과했다. 최민정, 황대헌, 이준서, 박장혁이 7일 첫 메달에 도전한다.

가장 기대를 모으는 선수는 단연 평창올림픽 2관왕 최민정이다. 한국 여자 선수들은 단거리에 약하다. 올림픽에서 한국 선수가 유일하게 금메달을 따지 못한 종목이 여자 500m다. 전이경과 박승희가 동메달을 따낸 게 최고 성적이다. 최민정도 500m가 주종목은 아니다. 하지만 2017~18시즌 랭킹 1위에 오르는 등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올림픽을 앞두고 최민정은 힘겨운 여정을 겪었다. 2020~21시즌엔 코로나19 때문에 국제대회에 출전하지 못했다. 진천선수촌에서 훈련은 어느 정도 할 수 있었지만, 경기 감각이 떨어졌다.

평창올림픽에서 2관왕에 오른 최민정. [연합뉴스]

평창올림픽에서 2관왕에 오른 최민정. [연합뉴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월드컵 시리즈에선 부상이 이어졌다. 1차 대회에선 500m 경기 도중 상대 선수가 넘어지는데 휘말려 펜스에 크게 부딪혔다. 동메달을 땄지만 대회 뒤 무릎과 발목 통증 때문에 귀국했다. 2차 대회도 불참했고, 3차 대회에선 1000m에서만 은메달을 획득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4차 대회에선 달랐다. 500m는 컨디션 관리를 위해 포기했지만 1000m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킴 부탱(캐나다), 수잔 슐팅(네덜란드) 등 강자들과 싸워 이긴 만큼 의미가 있었다. 올림픽 첫 개인전 경기도 훌륭했다. 5일 500m 예선에서 마르티나 발체피나(이탈리아)를 제치고 1위로 통과했다. 월드컵에서 부상을 입었던 장소, 자신을 다치게 만든 선수와 경기를 했지만 이겨냈다. 기록도 42초대(42초853)로 좋았다.

남자 1000m도 메달 가능성이 높다. 김기훈(1992 알베르빌, 94 릴레함메르), 김동성(98 나가노), 안현수(2006 토리노), 이정수(2010 밴쿠버)가 금메달을 따낸 종목이다. 황대헌, 이준서, 박장혁 모두 조 1위로 예선을 통과했다.

특히 에이스 황대헌은 1, 3차 대회에서 정상에 오르며 디온 파스칼(캐나다)에 이어 랭킹 2위에 올랐다. 부상 여파만 없었다면 충분히 1위에도 오를 수 있었다. 4년 전 평창에서 은메달 1개(500m)를 따낸 황대헌은 첫 금메달을 기대하고 있다. 세계기록(1분20초875) 보유자인 황대헌은 예선에서 올림픽 기록(1분23초042)을 세웠다. 올 시즌 부상 탓에 국제대회 출전이 적었던 이준서도 "나에 대한 정보가 없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계주에서 실수를 저지른 박장혁도 절치부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