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빙판·눈 위의 50대 철녀

베이징 올림픽 최고령인 독일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페히슈타인. [EPA=연합뉴스]

베이징 올림픽 최고령인 독일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페히슈타인. [EPA=연합뉴스]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엔 불혹을 훌쩍 넘긴 선수가 여럿 참가했다. 전성기를 훌쩍 지난 나이지만, 올림픽 메달을 향한 열망은 그 누구에도 뒤지지 않는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을 몸소 증명하겠다는 각오다. 

베테랑의 대표 주자는 독일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선수 클라우디아 페히슈타인(50)이다. 이번 대회 모든 출전 선수를 통틀어 최고령이다. 무려 30년 전인 1992년 알베르빌 대회에서 겨울올림픽 데뷔전을 치렀다. 독일 겨울스포츠의 아이콘인 페히슈타인은 지난 4일 개회식에서 봅슬레이 금메달 후보인 프란체스코 프리드리히와 함께 독일 국기를 들고 입장했다.

롱런의 비결은 뛰어난 실력이다. 3000m, 5000m 등 장거리가 주 종목인 페히슈타인은 알베르빌 대회부터 2006년 토리노까지 5회 연속 메달을 따냈다. 통산 올림픽 메달은 금메달 5개, 은메달 2개, 동메달 2개다. 2018년 평창 대회에선 입상하지 못했다. 3000m에서 9위, 5000m에선 8위에 올랐다. 

2009년 도핑 관련 징계로 2010년 밴쿠버 대회에 불참하지 않았다면 이번이 통산 9번째 올림픽이 될 뻔했다. 8차례 겨울올림픽 출전은 스키점프 노리아키 가사이(일본)와 함께 최다 출전 기록이다. 페히슈타인은 "지금까지 내가 쌓은 업적은 중요하지 않다. 올림픽 무대에서 레이스를 펼칠 수 있다는 게 중요했다. 그런 내가 대견하다"고 말했다.   

도쿄 여름올림픽에서 산악자전거 종목에 출전했던 브라질 재클린 모랑. 베이징에선 크로스컨트리 선수로 나선다. [AP=연합뉴스]

도쿄 여름올림픽에서 산악자전거 종목에 출전했던 브라질 재클린 모랑. 베이징에선 크로스컨트리 선수로 나선다. [AP=연합뉴스]

브라질 크로스컨트리 여자 국가대표 재클린 모랑(47)도 페히슈타인 못지 않은 열정을 가졌다. 그는 이번이 4번째 겨울올림픽 도전이다. 1998 나가노 겨울올림픽 때 크로스컨트리 선수로 뛰었던 남편 권유로 2006년 크로스컨트리에 입문했다. 모랑은 1년도 채 되지 않아 2006 토리노 겨울올림픽 출전권을 따냈다. 2010년 밴쿠버 때는 크로스컨트리, 2014 소치올림픽에서는 크로스컨트리에 더해 바이애슬론 대표로도 나섰다. 평창에선 다시 크로스컨트리만 했다. 


모랑은 원래 사이클 선수 출신이다. 2004 아테네 여름올림픽에 브라질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산악자전거 종목에 출전했다. 2008 베이징과 2020 도쿄 여름올림픽에도 같은 종목으로 참가했다. 여름·겨울올림픽을 모두 출전한 브라질 여성으로도 이름을 올렸다. 베이징에선 열린 두 번의 올림픽에 모두 참가한 진기록도 보유했다. 모랑은 총 7차례 올림픽 도전에서 한 번도 입상하지 못했다. 

캐나다 여자 컬링 국가대표인 48세 존스. [AP=연합뉴스]

캐나다 여자 컬링 국가대표인 48세 존스. [AP=연합뉴스]

캐나다의 컬링 여자 국가대표 제니퍼 존스(48)도 50세를 바라보는 올림픽 참가자다. 존스는 2014년 소치 대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캐나다 팀의 스킵(주장)을 맡고 있다. 11세 처음 컬링을 시작하는 존스는 캐나다에 이어 세계 무대 정상을 차지한 컬링 천재다. 집중력과 경기를 읽는 눈이 뛰어나서 20대 선수들과 경쟁해도 밀리지 않는다. 이번에도 우승 후보다. 캐나다 CTV뉴스는 "존스가 이끄는 캐나다가 다시 한 번 올림픽 컬링 메달을 목에 걸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