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재 발굴 조사 현장에서 사람 뼈, 동물 뼈 등 DNA를 채취해야하는 부분이 발견되면 최소한의 인원이 방진복과 마스크, 장갑을 끼고 수습해야 한다. 조사자의 침, 피부 등으로 발굴 뼈의 DNA가 오염되는 걸 막기 위해서다. 사진 국립문화재연구소
문화재 발굴조사 현장에서 방진복에 장갑, 마스크로 무장한 사람이 있다? 코로나19 검사가 아니라 DNA 시료 채취를 위한 연구원일 가능성이 크다.
국립문화재연구소는 유적지 발굴조사 중 뼈와 씨앗 등 생물유체를 수습하는 방법을 담은 책자 '생물유체 DNA를 만나다'를 발간했다고 9일 밝혔다. 생물유체는 유적지에서 발견되는 사람‧동물 뼈, 씨앗‧곡물‧식물 잔존물 등을 통칭한다.
김소진 학예연구사는 "가장 좋은 건 현장에서 뼈 등을 발견하면 바로 문화재연구소로 연락해 연구소에서 직접 나가 수습하는 것"이라며 "하지만 최근 들어 발굴조사 현장이 많아지고 현장 상황에 따라 바로 수습해야 할 경우도 늘고 있어, 현장에서 최소한으로 갖춰야 할 요건들을 쉽게 풀어 안내하기 위해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①작업자 구강상피세포와 DNA 비교도

국립문화재연구소
현장에서 뼈 등이 발견되면 최소한의 인원이 방진복과 마스크, 장갑을 끼고 수습해야 한다. 작업자의 침 등이 튀어 DNA 정보가 오염될 수 있기 때문에, 발굴 현장에 참여한 사람들의 입 안쪽 벽에서 구강상피세포를 채취해 비교·대조한다. 김소진 학예연구사는 "최초 발견 2~3주 이후 수습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럴 땐 현장에 검사 키트를 여러 개 놓아두고 오가는 인력도 대조 검사를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국립문화재연구소
②뼈 포장엔 한지·신문지 (X), 알루미늄 포일 (O)
가속질량분석기(AMS)를 이용한 탄소연대 측정시 종이에 포함된 탄소 성분이 묻어나와 분석 결과를 흐트러트릴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연구사는 "뼈 등을 발견하면 '종이로 포장하는 게 가장 손상이 적을 것'이라고 생각해 한지나 신문지를 많이 사용하는데, 분석에는 '쥐약'"이라며 "포일이나 지퍼백 등을 이용하고, 플라스틱 상자 등을 소독하는 휴지도 형광물질이 없고 먼지 발생이 거의 없는 실험용 휴지를 쓰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③뼈 옆에 놓인 다른 뼈, 장신구… 모두 이야기가 된다

뼈 등이 발견된 상황을 '눈에 보이는 그대로' 자세히 적을수록 DNA 분석 자료로 얻을 수 있는 '이야기'가 풍부해진다. 사진은 가야 지배계층의 집단 무덤인 경북 고령 지산동 고분군(사적 제79호)으로, 발굴 현장의 시대와 성격 등에 대한 정보도 자세할수록 좋다. 사진 대동문화재연구원, 연합뉴스
발견 상황을 자세히 기록할수록 분석에 도움이 된다. 김 연구사는 "발굴현장의 추정 시대, 누구의 유골인지, 뼈 주변에서 발견된 부장품 혹은 신분을 추정할 수 있는 다른 요소들을 '눈에 보이는 대로' 최대한 자세하게 써야 다양한 이야기를 유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화재연구소에 따르면 2008년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가 발굴 작업을 진행한 경남 창녕 송현동 15분에선 무덤 주인과 그 옆에 묻힌 순장자의 위치를 토대로 두 사람의 육류 섭취량이 달랐던 점을 찾아냈고, 2006년 충남 서천 옥남리 유적 5호에서는 남성 뼈 왼쪽에 여성 뼈가 묻힌 기록과 비교해 '부부 합장묘'를 확인한 바 있다.
뼈 등을 수습한 뒤에는 최대한 빨리 실험실로 보내는 게 좋다. 수습용 지퍼백에 밀봉한 상태로 오래 보관할 경우 미생물 번식이 돼 추가 손상 가능성도 있다. 김 연구사는 "땅 속에서 일종의 밀봉 상태로 있다가 발굴과 동시에 빛·공기 등과 접촉하면 손상이 빠르게 진행된다. 특히 비가 많이 오는 여름엔 물에 취약하다"며 "수습 후 최대한 빨리 실험실로 옮겨 자연건조를 해야 손상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