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SK그룹과 인연이 있는 인사들이 여럿 발탁됐지만 정작 SK는 조심스러워하는 모양새다.
인수위는 21일 외신 공보 담당 보좌역에 김일범(48) 전 SK그룹 수펙스추구협의회 부사장을 임명했다. 앞서 경제2분과 인수위원으로 SK하이닉스 사외이사였던 이창양(60) KAIST 교수, SK경영경제연구소 소장을 지낸 왕윤종(60) 동덕여대 교수, 유웅환(51) SK텔레콤 고문이 임명된 데 이어서다. 김 전 부사장이 인수위에 합류하자 재계에선 “또 SK 출신이냐”라는 수군거림이 나왔다.
하지만 SK 안팎에선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재계 관계자는 “사실 그분들 대부분은 여러 경력을 거쳤다”며 “김일범 전 부사장이 SK에 있었던 기간은 3년 안팎이고, 외교부에서 출중한 능력을 보여주셨던 분”이라고 말했다. 엄밀히 말해 ‘SK맨’이라 말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김 전 부사장은 외교부 북미2과장(외시 33회) 출신이다. 김대중·노무현·이명박 전 대통령의 통역을 맡은 이력이 알려져 있다. 김은혜 대변인은 인선 배경에 대해 “민간 기업에서 글로벌 전략을 담당했고, 국내 최고 실력파 외교관 출신”이라며 “외교적 수사에서 상대 국가로부터 호평 받을 정도로 능력을 인정받았다. 해외 언론을 담당하며 윤석열 당선인과 정부의 청사진을 세계 여러 나라에 잘 전달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했다.
앞서 인수위원으로 임명된 인사에 대해서도 SK 외의 다른 경력도 살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실제 이창양 교수는 SK하이닉스 사외이사를 지냈고, 현재는 LG디스플레이 사외이사를 맡고 있다. 이런 이유에서 한 대기업 인사는 “현직을 기준으로 보면 ‘LG 사람’으로 볼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유웅환 고문에 대해선 “SK텔레콤에 근무하기 전 삼성전자에서 4년, 현대차에서 2년 일했으니 유 고문 역시 ‘삼성 사람’이기도 하고, ‘현대차 사람’이기도 한 것 아니냐”고 했다. 유 고문은 인텔 수석매니저 출신으로, 2017년 대선 때는 문재인 캠프에서 4차산업혁명발전위원장을 지낸 이력이 있다.
왕윤종 교수는 윤 당선인의 서울 대광초등학교 2년 후배로, 서울대 경제학과에 입학하면서 윤 당선인과 다시 인연을 이어갔다. 이후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서 주로 통상 분야를 연구하다가 SK그룹으로 옮겨 SK경영경제연구소 소장, SK차이나 수석부총재 등을 지냈다. 2013~2015년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구속됐을 땐 자주 면회를 갈 만큼 가까운 사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선 이처럼 다양한 경력과 인연으로 얽힌 인사들인 만큼 SK와 관련성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인수위가 인선을 발표할 때 SK 이력을 소개한 건 재계에서 차지하는 SK의 위상을 고려한 듯하다는 설명이다. 재계 관계자는 “여러 대기업 경험이 있는 이들이 결국 이론과 실무 경험을 종합해 새 정부의 정책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는 쪽으로 해석하는 게 맞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