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점도 전에 스텔스 변이 덮쳤다…한국 '테일링' 초비상

지난 17일 60만명대로 치솟았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나흘째 20~30만 명대를 유지하고 있다. 정부도 이번주가 정점 통과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분기점이 될 것이란 입장이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22일 "매주 나타나던 큰 폭의 (확진자) 증가 추이가 나타나지 않으면서 정체하고 있다"면서도 "유행이 본격적인 감소 추세로 전환되는지는 금주 상황을 지켜봐야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와중 우리보다 앞서 오미크론유행이 지나간 유럽과 미국에서 최근 다시 코로나19가 확산할것이라는 불안감이 퍼지고 있다.

지난 17일 미국 뉴욕에 있는 한 식당에서 손님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고 '성 패트릭의 날'을 기념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7일 미국 뉴욕에 있는 한 식당에서 손님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고 '성 패트릭의 날'을 기념하고 있다. 연합뉴스.

 

"짧은 침묵의 기간 곧 끝날 수도" 
오미크론보다 전파력이 1.5배 강한 스텔스 오미크론(BA2)가 퍼지는 가운데, 앞서 방역 조치를 완화한 후폭풍이 몰려오는 모양새다. 뉴욕타임스는 지금의 코로나19 안정기를 '짧은 침묵의 기간'(the brief period of quiet)이라고 명명했다. "미국의 현 상황은 겉보기에 일상으로 돌아온 듯하지만, 이 짧은 침묵의 기간은 곧 끝날지도 모른다"면서 "이러한 전망은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서유럽 국가를 보면 분명히 알 수 있다"고 했다. 

영국은 지난 1월 4일 신규확진자 약 22만 명으로 유행 정점을 찍고 감소세에 들어갔다. 1월 27일부터는 마스크 착용 의무를 없앴고, 지난달 21일부터는 확진자 자가격리, 무료 검사 중단 등 대부분의 방역 조치를 풀었다. 이후 꾸준히 줄어 2월 말 하루 평균 3만 명대까지 떨어진 신규 확진자 수는 최근 들어 8~9만 명대로 뛰었다. 영국 보건 당국은 BA2 확산 영향으로 보고 있다. 2월 말 50% 안팎이던 영국의 BA2 점유율이 3월 초 80%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영국 측은 BA2의 전파력이 BA1(기존 오미크론)보다 1.8배 강하다는 분석을 내놨다. 프랑스에서도 최근 2주간 확진자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지난 1월 25일 신규확진자 약 50만 명 발생으로 유행 정점을 찍은 프랑스는 지난 14일 대부분의 방역수칙을 해제했다. 이후 BA2 검출률이 급증했다. 지난달 20%도 안 되던 BA2 검출률이 3월 들어 50%를 넘어섰다. 확진자 수가 다시 늘어난 시기는 BA2 확산과 맞물리고 있. 이달 초만 해도 일평균 신규확진자 수는 4만 명 대였는데 약 2주 새 8만 명 대로 늘었다. 독일은 2월 말 37.5% 수준이었던 BA2 검출률이 3월 들어 54%까지 올라섰다. 지난 2일 13만 명대였던 일평균 확진자 수는 20일 21만9756명으로 역대 최다 기록을 세웠다. 

 지난 2월 영국 런던에서 코로나 검사가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월 영국 런던에서 코로나 검사가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유럽만큼은 아니지만, 미국에서도 BA2로 인한 재유행에 대한 경각심이 퍼지고 있다. 미국은 지난 1월 14일 일평균 80만 명 넘는 신규 확진자가 쏟아진 이후 최근 2만 명대까지 꾸준히 감소세를 이어왔다. 현지시간 20일 처음으로 확진자 수가 전날 대비 미미하게 반등했는데, BA2의 점유율 증가가 재유행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1월 말 0.4%에 그쳤던 BA2 검출률은 3월 들어 13.7%(5일), 23.1%(12일)로 뛰었다. 일각에선 방역 조치를 다시 조일 가능성도 언급되고 있다. 미국은 지난달 25일부터 대부분의 지역에서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됐다.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지금은 승리를 선언할 때가 아니다"면서 미국에서 유럽의 현재 확산세와 비슷한 코로나19 감염의 증가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방역 조치에 대해) 항상 유연성을 가져야만 한다"면서 위중증 환자가 늘어나면, 방역 규제를 다시 시행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점 전 맞물린 BA2 확산…"유행 정점서 정체 가능성"

스텔스 오미크론 검출률. 그래픽= 전유진 yuki@joongang.co.kr

스텔스 오미크론 검출률. 그래픽= 전유진 yuki@joongang.co.kr

 
BA2는 우리나라에서도 빠른 속도로 퍼지고 있다. 지난주(3.13~19) 국내 BA2 검출률은 41.4%다. 한 달 전 BA2 국내 검출률이 10%대였던 것을 고려하면, 4배로 급증했다. 오미크론 유행의 정점 이후 BA2로 인한 제 2의 정점을 맞을 가능성이 있는 유럽과 달리, 우리나라는 아직 오미크론 유행의 정점이 오지 않았다. 정점 이후 재유행이 아니라 유행 정점을 향하는 상황에서 변이 바이러스의 점유율이 바뀌고 있다. 정재훈 가천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외국은 BA1과 BA2 (확산) 사이에 일정 기간이 있었지만, 우리 나라는 그 기간이 없이 BA1, BA2 확산 시기가 겹쳐서 유행 규모가 커지는 등의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점 이후 테일링(꼬리를 물듯 길어지는 현상)이 과하게 걸릴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방역 당국도 BA2 확산으로 유행 정점까지 기간이 지연되고 규모가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