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정환 선생이 만든 보드게임 최초 공개…놀며 키우는 '발명' 꿈

1931년 소파 방정환 선생이 만든 보드게임판 '세계발명말판'. 국립민속박물관의 100회 어린이날 기념 전시에서 최초 공개됐다. [사진 국립민속박물관]

1931년 소파 방정환 선생이 만든 보드게임판 '세계발명말판'. 국립민속박물관의 100회 어린이날 기념 전시에서 최초 공개됐다. [사진 국립민속박물관]

 
소파 방정환 선생이 만든 보드게임판 ‘세계발명말판’과 ‘금강껨’ 원본이 최초로 공개된다. 국립민속박물관이 100회 어린이날을 맞아 4일부터 상설전시2관에서 여는 전시회 ‘오늘은 어린이날, 소파 방정환의 이야기 세상’에서다.

‘세계발명말판’은 선생이 발행인으로 1923년 창간한 잡지 ‘어린이’의 1931년 1월호 부록이었다. 주사위를 던져 나온 숫자만큼 말을 이동시켜 ‘라디오’에 먼저 도착하는 사람이 이기는 게임이다. 칸마다 ‘실습’ ‘시험’ ‘연구’ ‘불면’ 등 발명까지 가는 과정이 표기돼 있으며 ‘도서관’에 도착하면 한 번 더 던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고 ‘퇴’나 ‘낙망’에 들어가면 한 차례 쉬어가야 한다. 마지막 11개 칸에는 ‘전기’ ‘자동차’ ‘전화’ ‘비행기’ ‘다이너마이트’ 등 인류 역사를 바꿔놓은 발명품들이 발명 시기 순으로 적혀있으며, 당시로선 최신 발명품인 ‘라디오’가 최종 목적지로 나와있다. 발명품 칸에 들어가지 직전 칸들에 적힌 단어가 ‘재실패(再失敗)→낙망(落望)→무재(無財)→안병(眼病)→발분(發奮)→연구(硏究)’ 순서인 것이 흥미롭다. 계속된 실패에 재산을 잃고 병까지 얻어 화가 치미는, 그런 험난한 시간을 거쳐 마침내 발명에 성공하기까지의 여정을 놀이 속에서 펼쳐보인 것이다. 이경효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일제강점기 어린이들에게 최신 과학 발명품들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면서 ‘나도 할 수 있다’는 마음을 심어준 놀이”라고 설명했다.  

1929년 잡지 '어린이' 부록으로 제공한 '금강껨' 말판. 국립민속박물관의 100회 어린이날 기념 전시에서 최초 공개됐다. [사진 국립민속박물관]

1929년 잡지 '어린이' 부록으로 제공한 '금강껨' 말판. 국립민속박물관의 100회 어린이날 기념 전시에서 최초 공개됐다. [사진 국립민속박물관]

 
이와 함께 공개된 ‘금강껨’은 1929년 2월 발행한 ‘어린이’ 잡지의 부록으로, 기존 다이아몬드 게임의 말판이다. 잡지는 ‘금강껨’을 “아주 재미있는 최신식 장난감”으로 소개하며, “황색 15개, 파랑이 15개, 빨강이 15개”의 말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이어 “(말을) 살 수 없으면 팥ㆍ녹두로 대신하면 더 좋고, 고구마나무 같은 것을 콩알만 하게 깎아서 색을 칠하여도 좋다”고 적어뒀다.

 
전시회장엔 이들 게임을 실제 체험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됐다. 또 1923년 ‘어린이’ 창간호에 “여기서는 그냥 재미있게 놀자. 그러는 동안에, 모르는 동안에 저절로 깨끗하고 착한 마음이 자라가게 하자”라고 밝힌 방정환 선생의 정신에 따라 놀이 프로그램을 여럿 진행한다. 당시 선생이 제안했던 ‘콩 옮기기’ ‘숫자 맞추기 게임’ ‘때려 맞히기’ 등을 배워 직접 해보는 자리다. 또 선생이 쓴 동화 ‘일 없는 돼지’ ‘까치의 옷’ 등을 아이들의 동작에 따라 반응하는 인터렉티브 영상 콘텐트 등으로 즐기는 코너도 마련됐다.  

전시회는 2024년 3월까지 매일 6회(90분) 진행될 예정이며, 회당 50명씩 입장 가능하다. 참가비는 무료지만, 국립민속박물관 어린이박물관 홈페이지를 통해 반드시 예약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