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18일 저녁 퇴근한 회사원들이 서울 시내 주점에서 건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1일 오랜만에 팀 회식을 가진 직장인 박모(39)씨는 다음 날 후배들에게 이런 메시지를 보냈다. 정작 하고 싶던 말은 “나 어제 실수한 거 있어?”였다고 한다. 과거 주량으로 볼 때 마신 술에 비해 숙취가 심해 당황스러웠다고 한다. 박씨는 “몇 년간 술을 자제하다가 최근 다시 마시게 되면서 몸이 옛날 같지 않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음주 문화에도 나타나는 포스트 코로나

지난달 11일 오후 서울 을지로 노가리골목이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뉴스1
선배급의 직장인들은 “몸이 예전 같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체력이 달려 밤새 술은 못 먹겠다”는 글이 잇따르고 있다. “오전 2~3시까지 회식했다”는 글에는 “체력이 뒷받침해주냐” “대단하다. 난 이제 그렇게는 안 된다” 등과 같은 댓글이 달렸다.
코로나19 2년 동안 모임이나 회식이 줄면서 주량이 달라졌다는 이들도 많다. 50대 직장인 김모씨는 “최근 회식을 몇 번 해보니 술이 확 약해졌다는 게 느껴졌다. 2년간 안 먹어서 주량도 줄었을 테고, 몸도 2년 전의 체력이 아니라는 걸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처럼 마셨는데 너무 쉽게 취해서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애주가’인 40대 직장인 임모씨는 “무턱대고 마시면 다음 날 힘들다는 걸 알게 된 뒤 코로나19 이전처럼 술을 마시지 않고 자제하며 즐기기로 했다”고 말했다.
‘밤새 달리는’ 회식을 피하자는 직장인들의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직장인 이모(45)씨는 “1·2·3차를 쭉 가는 게 아니라 1차 후 노래방을 가거나 해서 회식 시간을 조절해 자정 전에는 귀가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회사 동료들도 서로 ‘적당히 먹고 적당히 들어가자’는 말을 자주 한다”고 덧붙였다.
위도 아래도 이젠 부담스러운 회식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첫날인 지난달 18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한 식당에서 직원들이 예약 손님 테이블을 준비하고 있다. 뉴시스
코로나19 이전으로 회식 빈도가 늘자 ‘회식 포비아(공포증)’를 호소하는 젊은 직장인들도 적지 않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회식 날에 공연 티켓을 끊어서 회식을 피해라” “‘급성회식기피증후군’이라고 말하면 안 될까” 등의 하소연이 쏟아지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지나친 음주는 피하자는 분위기는 코로나19 이전보다 강하다는 게 대체적인 반응이다. 직장인 A씨(29)는 “다음 날 타격이 크다 보니 부장님도, 우리도 새벽까지 마시기를 꺼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도심 ‘주취 대란’은 여전

지난달 11일 오후 서울 을지로 노가리골목이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뉴스1
주점·클럽 등이 많은 서울 도심 내 한 지구대 경찰관은 “거리 두기 해제로 음주가 늘면서 사건·사고가 늘어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솔직히 경찰 입장에서는 주취 관련 신고가 없던 코로나19 사태 때가 좋았다”고 한숨을 쉬었다. 서울경찰청에 따르면 하루 평균 112 신고 건수는 거리 두기 해제 전 6개월(9845건)보다 해제 뒤 일주일(1만1346건)에 15.2% 증가했다. 경찰 관계자는 “회식이나 각종 모임이 늘어나며 음주 관련 신고가 증가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