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매체는 20일 그의 사망 소식을 전하며 김정은이 위원장을 맡은 국가장의위원회를 구성해 발표했다. 북한은 김 위원장을 비롯 노동당 상무위원과 정치국 위원ㆍ후보위원, 내각의 상(장관), 군 고위간부 등 당ㆍ정ㆍ군을 망라한 184명의 위원으로 장의위원회를 꾸렸다.
정부 당국자는 “현철해는 일제 침략기 중국 연길에서 태어났고, 아버지가 빨치산 활동을 한 현용택”이라며 “북한에선 빨치산 가문으로 여기고 있는 데다, 김정은 위원장의 후계체제 구축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어 대규모 장례를 치르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은 고위 인사들이 사망할 경우 보통강구역의 서장구락부에 시신을 안치하고 장례를 치르지만, 현철해 장례식의 경우 대형 체육관인 4ㆍ25 문화회관에서 조문토록 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후계체제 구축에 관여했던 현철해 국방성 총고문이 지난 19일 사망했다고 북한매체들이 전했다. [연합뉴스]](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205/20/508532e3-7509-49e1-83ae-e38ddbffebaa.jpg)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후계체제 구축에 관여했던 현철해 국방성 총고문이 지난 19일 사망했다고 북한매체들이 전했다. [연합뉴스]
김일성 주석의 사촌(큰고모의 딸) 김신숙과 결혼한 양형섭 전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의 장례도 서장구락부에서 했고, 김 위원장이 조문을 한 정도였다. 이를 고려하면 북한이 군 원로인 현철해에 특급 대우를 한 것으로 풀이된다.
장의위원회 명단이나 조문과 관련해 북한군의 현직 최고지도부 2명이 배제돼 눈길을 끈다. 북한은 박정천ㆍ이병철 등 정치국 상무위원과 총참모장(임광일), 국가보위상(정경택), 사회안전상(이태섭) 등 전·현직 군 인사를 장의 위원 앞 순위에 배치했다.
그럼에도 군내 정치(당) 조직의 수장인 권영진 총정치국장과 국방부 장관에 해당하는 이영길은 빠져있다. 현철해가 군생활의 상당 기간을 총정치국에서 보냈고, 총정치국 부국장 출신인 점을 고려하면 권영진이 포함되지 않은 건 의문이다. 두 사람은 지난달 25일 열린 조선인민혁명군 창군 90주년 기념 열병식 이후 모습을 감췄다.
따라서 이들 두 사람이 배제된 건 최근 북한을 강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와 관련이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이 최근 약품 수송과 방역에 군대를 내세우는 비상 체제를 운영하고 있는 만큼 이들 두 사람이 장례에 관여할 여유가 없을 수 있다는 얘기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7일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회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뉴스1]](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205/20/fdd6b73b-4987-4427-8dd6-a8633ccd639b.jpg)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7일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회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뉴스1]
하지만 전문가들은 봉쇄정책을 폈던 북한이 코로나19에 뚫리자 문책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진희관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는 “국가장의위원회는 국가장(葬)이라는 상징적인 의미가 크기에 이름을 올려놓고도 다른 일을 할 수 있다”며 “김 위원장이 2020년 1월 국경을 닫은 뒤 개미새끼 한 마리 오가지 못하도록 하라고 했는데 조금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코로나19가 발생하자 군 고위 인사들을 문책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 17일 정치국 상무위원회를 열어 조직(인사)문제를 다뤘다고 밝혔지만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한편, 북한은 지난 12일 이후 매일 열이 발생한 인원을 공개하고 있는데 19일 오후 6시 이전 24시간 동안 26만370명의 신규 발열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북한이 통계를 공개한 지 8일 만에 발열자는 224만 1610여명, 사망자는 65명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