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에 걸린 러 원유 금수조치…오늘 EU 정상회의 의제

유럽연합(EU) 정상회의를 앞두고 러시아산 원유의 금수 조치가 난항을 겪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 등 외신이 29일(현지시간) 전했다. 

주유 장치를 가운데 두고 우크라이나 국기(왼쪽)와 러시아 국기의 모습. 유럽연합에서 대러시아 제재로 러시아산 금수 조치를 제안했지만 헝가리가 반대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주유 장치를 가운데 두고 우크라이나 국기(왼쪽)와 러시아 국기의 모습. 유럽연합에서 대러시아 제재로 러시아산 금수 조치를 제안했지만 헝가리가 반대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7개 회원국 정상들이 모이는 EU 정상회의는 30~31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다. 앞서 EU 집행위원회는 이달 초 러시아산 원유의 단계적 금수 등이 포함된 대러시아 6차 제재안을 제안하고 각국 EU 대사와 외무장관 회의 등을 통해 조기에 합의하려고 했지만, 이후 한 달 동안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제재안이 승인되기 위해선 27개 회원국의 만장일치 동의가 필요한데, 러시아산 원유 의존도가 높은 헝가리·슬로바키아·체코 등이 반대 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다. 특히 헝가리가 요지부동이다. EU 집행위원회는 헝가리를 설득하기 위해 유조선에 실려 해상으로 수입되는 러시아산 원유만 제재하는 타협안을 내놨다. 드루즈바 송유관을 통해 공급되는 원유는 제재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드루즈바 송유관은 러시아에서 우크라이나와 벨라루스를 지나 폴란드·독일·헝가리·슬로바키아·체코 등으로 이어진다. EU가 러시아에서 사들이는 원유의 3분의 1가량을 공급하는 통로다. 나머지 3분의 2는 해상으로 수입됐다. 

헝가리 북부 자잘롬바타에 있는 헝가리와 러시아를 잇는 드루즈바 송유관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헝가리 북부 자잘롬바타에 있는 헝가리와 러시아를 잇는 드루즈바 송유관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앞서 집행위는 헝가리에 다른 회원국보다 제재안 시행을 2년 유예하겠다고 제안했다. 당초 집행위가 제시한 원안은 제재안 채택 후 6개월 만에 러시아산 원유 구매를 중단하고 연말까지 관련 제품 수입을 중단하도록 하는 내용이었다. AFP 통신에 따르면 슬로바키아와 체코는 집행위의 수정안을 수락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헝가리는 여전히 강경한 입장이다. 지난주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EU 정상회의에서 이 문제(러시아 원유 금수 조치)가 논의되어선 안 된다"고 했다. 헝가리는 유예기간을 최소 4년으로 늘리고, 대체 공급망을 확장하고 정유시설 등을 보완하기 위한 8억 유로(약 1조원) 상당의 자금을 EU가 지원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일부 다른 국가는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반발했다. 또 타협안으로 인해 제재안이 약화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다. 

EU 대사들은 30일 오전에 만나 마지막으로 합의를 시도할 계획이다. EU의 한 고위 관리는 "타협이 어려울 수도 있지만, 마지막까지 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패하면 이날 오후 정상회의에서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 통신은 "EU가 헝가리를 설득하지 못하면, EU의 결속력에 중대한 타격이 될 것"이라고 했다. 로베르트 하벡 독일 부총리는 29일 기자회견에서 "유럽 단합이 이미 부서지기 시작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로 인해 일부 EU 회원국은 헝가리가 대안을 마련할 때까지 대러 제재를 연기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라고 AFP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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