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EPA=연합뉴스]](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206/02/bd578ecf-8ceb-4426-bab4-675fc13d50c9.jpg)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EPA=연합뉴스]
1일(현지시간) 로이터·AP 통신 등은 익명을 요구한 복수의 미 관리를 인용해 바이든 대통령이 이달 말 독일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26~28일)와 스페인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29~30일)에 참석한 후 곧바로 중동으로 향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보도했다. 소식통은 바이든 대통령이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서 열리는 걸프협력회의(GCC)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GCC는 사우디를 포함해 바레인, 쿠웨이트, 오만,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 등 6개 아랍 산유국이 결성한 지역협력기구다. 이번 회의를 미국과 GCC 간 정상회담으로 진행하면서 MBS 왕세자와 자연스럽게 마주한다는 구상이다. 이번 회담이 성사되면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이후 MBS 왕세자를 처음 조우하게 된다. 백악관 측은 이 보도에 아직 확인해주지 않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전까진 MBS 왕세자에 비판적인 태도를 취해왔으나, 최근 관계 개선을 위해 수차례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치솟는 유가의 안정화를 위해 국제사회가 사우디에 석유 증산을 요청했는데도 사우디가 이를 계속 거부하면서다. 지난 3월에는 바이든 대통령이 MBS와 직접 전화 통화에 나섰으나, 왕세자 측이 거부했다는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이미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바이든 대통령에게 미-사우디 관계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촉구했다고 AP가 전했다.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 [연합뉴스]](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206/02/846819d2-0827-49f2-a09a-76f916b5227b.jpg)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 [연합뉴스]
바이든과 MBS의 불화는 지난 2018년 10월 미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자말 카슈끄지 사건이 결정적인 이유로 꼽힌다. 사우디 국적의 카슈끄지는 터키 주재 사우디 영사관을 방문했다가 피살됐고 당시 미 정보당국은 살해 배후로 MBS 왕세자를 지목했다. 이후 2019년 11월 대선 토론회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카슈끄지 사건을 꺼내 "사우디에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 국제적으로 왕따(pariah)시키겠다"고 발언하면서 두 지도자 관계는 극도로 악화됐다. 사우디 측은 MBS 왕세자의 개입을 극구 부인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달 백악관 에너지 특사 등 고위급 대표단을 사우디에 보내며 관계 회복에 힘쓰고 있다. 1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의 이같은 노력에 사우디는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로 인해 석유 공급량이 줄어들 경우 증산에 나서겠다는 뜻을 미국에 전했다고 외교 소식통이 밝혔다. 소식통은 "사우디가 바이든 행정부와의 화해의 일환으로 유가 안정을 위해 기조를 바꾸는 데 동의했다"며 "석유 시장에 공급 경색이 닥치면 증산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AP는 "인권 이슈에 민감한 민주당 내부에서도 이제는 미국이 사우디 왕세자에게 강경한 입장을 취하라는 목소리를 더는 내지 않고 있다"며 "기록적인 기름값이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그들의 입지를 위태롭게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