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열린 샤넬의 2022~2023년 크루즈쇼 현장사진을 보던 사람들의 눈길은 가수 지드래곤(지디)의 손목에서 딱 멈췄다. 과거 여학생·여성들 사이에서 유행했던 ‘곱창밴드’ 머리끈을 팔찌처럼 착용했기 때문이다. 누리꾼들은 “성별 구분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패션은 바로 이런 것”이라며 참신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룹 빅뱅의 멤버인 지드래곤이 손목에 찬 ‘스크런치(Scrunchie)’. 돌돌 말린 고무줄이란 뜻인데 1990년대 ‘곱창밴드’로 불리며 여성들이 머리를 묶는 액세서리로 크게 유행했다. [사진 지드래곤 인스타그램]](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206/05/b3cdd9fc-43bc-46b8-9d2d-a416294601fa.jpg)
그룹 빅뱅의 멤버인 지드래곤이 손목에 찬 ‘스크런치(Scrunchie)’. 돌돌 말린 고무줄이란 뜻인데 1990년대 ‘곱창밴드’로 불리며 여성들이 머리를 묶는 액세서리로 크게 유행했다. [사진 지드래곤 인스타그램]
‘절반의 선택’이 사라진다
![네일 브랜드 ‘오호라’가 럭셔리 브랜드 ‘우영미’와 협업한 ‘오호라 x 우영미 젤 네일 캡슐 컬렉션’. 기존 여성 중심의 네일 상품들과 차별화해 남녀공용으로 출시했다. [사진 오호라]](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206/05/3058be9c-4205-4c82-9317-3230de521bbf.jpg)
네일 브랜드 ‘오호라’가 럭셔리 브랜드 ‘우영미’와 협업한 ‘오호라 x 우영미 젤 네일 캡슐 컬렉션’. 기존 여성 중심의 네일 상품들과 차별화해 남녀공용으로 출시했다. [사진 오호라]
양성 트렌드를 가장 잘 보여주는 건 매니큐어 또는 네일아트로 불리는 손톱 꾸미기다. 네일아트는 오랫동안 여성들의 전유물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남성 중에도 손가락 굳은살과 손톱의 거친 표면을 다듬고, 색깔이나 문양으로 멋을 내려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났다.
이에 네일 브랜드 ‘오호라’는 세계적인 디자이너 ‘우영미’와 함께 남녀 공용 ‘오호라 × 우영미 젤 네일 캡슐 컬렉션’을 선보였다. 색상이 단순하고 손톱에 붙이는 크기도 넉넉해 성별에 관계없이 연출할 수 있다. 앞서 영국의 인기 가수 해리 스타일스도 남녀 공용 네일 브랜드인 ‘플리징’을 출시했다.
![영국의 인기가수 해리 스타일스가 론칭한 ‘플리징’의 네일 화보. [사진 플리징]](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206/05/dbe56f3a-5a1e-4130-a441-a989b1036805.jpg)
영국의 인기가수 해리 스타일스가 론칭한 ‘플리징’의 네일 화보. [사진 플리징]
치마입은 사람은 모두 여성?
![그룹 BTS의 멤버 지민이 치마 바지에 퍼 부츠를 신은 모습. [사진 BTS 공식 트위터]](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206/05/37370cbf-de79-40bf-bd69-1416f1280ebc.jpg)
그룹 BTS의 멤버 지민이 치마 바지에 퍼 부츠를 신은 모습. [사진 BTS 공식 트위터]
속옷은 양성 패션이 흔해진 지 오래다. 지난 2020년 신세계인터내셔날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자주(JAJU)’는 남성들이 입는 사각팬티를 여성용으로 출시했다. 헐렁하고 압박감이 없는 여성용 트렁크는 전통적인 삼각팬티 판매량을 넘어설 정도로 큰 인기를 얻었다. 반면 남성들의 속옷은 화려해지고 있다. 일본 속옷 브랜드 ‘와코루’는 지난해 12월 꽃무늬 레이스를 소재로 한 ‘레이스 복서’를 출시했는데 열흘 만에 3개월 치 판매 목표량을 달성하며 매진을 기록했다.
![자주(JAJU)의 여성용 사각팬티. [사진 신세계인터내셔날]](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206/05/d14b617d-7913-4f61-9bd0-72c9ece55e72.jpg)
자주(JAJU)의 여성용 사각팬티. [사진 신세계인터내셔날]
![일본 속옷 브랜드 ‘와코루’의 남성속옷 ‘레이스 복서’. [사진 와코루]](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206/05/23fcb56c-a8a7-4baa-9a3e-686f6af0b28d.jpg)
일본 속옷 브랜드 ‘와코루’의 남성속옷 ‘레이스 복서’. [사진 와코루]
![국내 화장품 브랜드 ‘라카(LAKA)’ 의 화보. 성별 구분없는 젠더 뉴트럴을 표방한다. [사진 라카]](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206/05/a16c6e14-fa0f-49f5-9b9f-4875572749d3.jpg)
국내 화장품 브랜드 ‘라카(LAKA)’ 의 화보. 성별 구분없는 젠더 뉴트럴을 표방한다. [사진 라카]
![남성용·여성용을 구분하지 않는 구찌의 향수 광고. [사진 구찌]](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206/05/f59e548e-6800-4a58-b30d-18c4be5f7ea8.jpg)
남성용·여성용을 구분하지 않는 구찌의 향수 광고. [사진 구찌]
본질은 남성·여성 아닌 ‘개인’
최윤정 목포대학교 패션의류학과 교수는 “다양성과 개성을 중시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강해지면서 패션이 성별에 따른 규범이 아닌 마치 놀이나 취미처럼 ‘개인의 자유영역’이 돼 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선 보수적인 유교 문화의 영향으로 양성 트렌드가 더욱 파격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면서도 “패션의 본질이 나를 표현하는 수단이란 면에서 성별이나 방식에 구애받지 않고 나 다움을 찾아가는 움직임은 긍정적으로 볼 만 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