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 폭우’ 20분전 긴급문자만 받았다면…“오늘부터 전국 발송”

지난해 7월 10일 충남 논산시 부적면의 한 논과 밭, 도로가 물폭탄 같은 폭우로 침수돼 마치 강처럼 변했다. 농민은 도로에 차량을 버리고 탈출했다. 프리랜서 김성태

지난해 7월 10일 충남 논산시 부적면의 한 논과 밭, 도로가 물폭탄 같은 폭우로 침수돼 마치 강처럼 변했다. 농민은 도로에 차량을 버리고 탈출했다. 프리랜서 김성태

여름 장마철을 앞두고 호우 긴급재난문자 발송 제도가 15일부터 전국으로 확대 시행된다. 예측이 어려운 이른바 ‘도깨비 폭우’로 인한 인명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다.

기상청은 호우 긴급재난문자 발송 제도를 전국으로 확대 운영하고 이틀 전에 폭염 영향예보를 제공하는 등 2025년 여름철 방재기상대책을 수립했다고 밝혔다. 장동언 기상청장은 “기후위기로 갈수록 심화되는 호우·태풍·폭염 등 여름철 위험기상에 대비해 국민 단 한 분이라도 더 살리고자 하는 마음에서 대책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기상청 호우 긴급재난문자 전달 체계. 기상청 제공

기상청 호우 긴급재난문자 전달 체계. 기상청 제공

이에 따라 수도권과 경북, 전남에서만 운영되던 호우 긴급재난문자 제도가 이날부터 전국으로 확대 운영된다. 극한호우가 발생한 읍‧면‧동에 기상청이 직접 40dB(데시벨)의 알람을 동반한 긴급재난문자를 발송함으로써 신속한 안전 조치를 유도하는 제도다. 

1시간 강수량 50㎜ 이상이면서 동시에 3시간 강수량이 90㎜ 이상일 때, 또는 1시간 강수량이 72㎜ 이상으로 관측되는 경우에 즉시 발송된다. 

폭우로 엘리베이터 침수 사망 “신고 20분 전 문자 기준 도달”  

갑작스런 폭우가 내린 지난해 7월 17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인근에서 시민들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갑작스런 폭우가 내린 지난해 7월 17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인근에서 시민들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호우 긴급재난문자 서비스는 2023년 수도권에 처음 도입된 이후 2024년 경북과 전남으로 확대됐다. 최근 몇 년 동안 시간당 강수량이 100㎜가 넘는 극한호우가 잦아졌기 때문이다.


기상청은 “2024년 시간당 100㎜ 이상의 호우가 16회로 빈발했음에도, 호우 긴급재난문자 제도가 운영된 수도권과 경북권, 전남권에서는 전년 대비 인명피해가 크게 줄었다”며 “재난문자 수신 후 현장 위험 상황 전파 및 대피 등으로 피해를 예방할 수 있었다는 수신자들의 긍정적인 반응이 있었다”고 했다.

지난해 7월 10일 내린 폭우로 대전 서구 용촌동 마을 전체가 침수되면서 소방구조대원들이 주민을 구조하고 있다. 뉴스1

지난해 7월 10일 내린 폭우로 대전 서구 용촌동 마을 전체가 침수되면서 소방구조대원들이 주민을 구조하고 있다. 뉴스1

반면 제도가 운영되지 못한 지역에서 발생한 일부 사고들의 경우, 사고 발생 20분~1시간 전에 긴급재난문자 발송 기준에 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긴급문자가 발송됐더라면 인명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지난해 7월 10일 충남 논산에서 발생한 엘리베이터 침수 사망사고의 경우 신고가 접수되기 20분 전에 문자 발송 기준에 도달했던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폭염 영향예보 이틀 전 제공…태풍 강도 숫자로 표시

올여름은 평년보다 더울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폭염 예보도 강화된다. 기상청은 하루 전에 제공되던 폭염 영향예보를 이틀 전부터 시범 제공하기로 했다. 폭염 영향예보는 6개 분야별(보건·산업·축산업·농업·수산양식·기타)로 폭염 위험 수준을 4단계로 알려주고, 폭염 피해 예방을 위한 대응 요령을 제공한다.

태풍 강도 체계도 바뀐다. 지금까지 태풍 강도는 ▶- ▶중 ▶강 ▶매우강 ▶초강력 등 5단계로 분류됐지만, 앞으로는 ‘강도1’부터 가장 높은 등급인 ‘강도5’까지 숫자로 표시한다. 기상청은 “기존의 태풍 강도가 정성적으로 표현돼 태풍 강도에 대해 오해하거나 혼란을 겪는 사례가 있었다”며 개편 취지를 설명했다. 단 올해는 기존 강도 체계와 새로운 강도 체계가 함께 제공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