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지, 왜곡된 연민 때렸다 "장애아동과 동반자살? 죽인 것"[김예지 인터뷰]

27일 오전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 삼각지역에 설치된 발달장애인 추모 분향소를 방문해 헌화하고 있다.연합뉴스

27일 오전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 삼각지역에 설치된 발달장애인 추모 분향소를 방문해 헌화하고 있다.연합뉴스

기자는 3일 시각장애인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과 인터뷰를 앞두고 오전에 사전 질문지를 보냈다. 김 의원이 지난달 27일 부모에 살해당한 발달·중증장애인을 위해 마련된 분향소를 방문한 것을 계기로 약속된 인터뷰였는데, 사전 질문지엔 장애인 돌봄의 어려움은 얼마나 큰지, 정부의 역할은 무엇인지 등을 담았다. 김 의원은 휴대전화 메시지로 “(질문지의) 질문 의도와 제 답변은 다를 것 같습니다”라고 보냈다.

 
이날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김 의원의 인터뷰 답변은 한국 사회가 장애인과 그 부모에게 가진 왜곡된 연민의 더께를 벗겨내는 데 목적이 있는 것처럼 보였다. “왜 (사람들이 장애인) 당사자의 힘듦은 전혀 말하지 않고 부모들만 힘들다고 합니까.” 지난 23일 서울 성동구 아파트에서 40대 여성이 발달 장애 6세 아들과 투신해 숨진 사건 이후 대중의 반응에 대해 한 말이었다.

 
김 의원은 “결국에는 죽인 거죠. 동반 자살이라는 게 말이 됩니까”라고 했다. “‘너 죽고 싶니’라고 물었는데 ‘죽고 싶다’고 답하는 아이 아무도 없어요. 상당히 끔찍한 일인데, 사회에서 그 부모의 행위를 다 합리화하는 거예요.” 김 의원은 “그런 사건이 벌어졌을 때 ‘(부모가) 얼마나 힘들었을까’라고 하는 건 장애인을 민폐 끼치고 주변을 힘들게 하는 사람으로 사후에 낙인 찍는 일”이라고 했다.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인근에서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주최로 열린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 체계 구축을 위한 1박 2일 집중 결의대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인근에서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주최로 열린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 체계 구축을 위한 1박 2일 집중 결의대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김 의원은 지난 27일 분향소에서 “저희 어머니도 제가 중학생 때 ‘너 죽고 나 죽자’라고 한 적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의 경험에 대해 이날 인터뷰에서 “예민한 시기였는데 자식으로서, 삶에 있어서 되게 충격적”이었다고 했다. 주변 장애인 중에 부모로부터 그런 말을 들은 이들이 흔하다고도 했다. “장애·비장애를 떠나서 아동한테는 부모가 신 같은 존재예요. 의지하고 사랑받아야 하는 존재인데, 나 때문에 그 사람(부모)이 힘들어한다면 아이의 마음은 어떨까요.” 그는 분향소에서 한 말이 장애인 돌봄의 어려움을 언급한 게 아니라 장애아동의 부모를 향해 한 말이라고 했다.

 
김 의원은 생애 주기와 장애 유형에 따라 장애인 돌봄 지원을 늘리는 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렇게 덧붙였다. “국가가 책임지라고 하는데 국가는 로봇이 아니에요. 국민이 모여서 국가가 되는데, 부모마저도 힘들어 죽겠다고 하면 누가 행복한 마음으로 같이 하고 싶겠어요.” 김 의원은 “(부모 스스로 장애 아동을) 부모마저도 힘들어하는 존재로 프레임 씌워버리는 것”을 조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장애인을 약자로 보는 시각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우리가 모두 약자라고 생각해요. 장애·비장애를 떠나서 너무 다들 어려워요. 내가 처해 있는 이 상황이 가장 어려운 거예요. 약자가 따로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서로가 ‘어렵겠구나’ 생각하는 게 중요한 겁니다.” 그는 “다 나름대로 삶이 가장 힘들어요. 자기한테는”이라고도 했다.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 28일 서울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25차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운동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전장연은 지난해 말부터 이달까지 장애인 이동권 보장과 장애인 권리예산 반영 등을 요구하는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운동을 24차례 벌여왔다. 뉴스1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 28일 서울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25차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운동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전장연은 지난해 말부터 이달까지 장애인 이동권 보장과 장애인 권리예산 반영 등을 요구하는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운동을 24차례 벌여왔다. 뉴스1

김 의원은 그러면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지하철 출근길 시위 현장에 갔던 일을 언급하며 “전장연 분들만 약자인 건 아니에요. 지하철로 출퇴근하시는 분들, 취업 면접 보러 가시는 분들 모두 약자인 거에요”라고 했다. 그는 당시 무릎을 꿇고 사과를 했는데, 이에 대해 “장애가 있는 시민에게도 미안했고, 없는 시민에게도 미안했어요. 정치권에서 조율해야 하는 일인데 그걸 못해서 시민이 불편한 거잖아요. 정치권이 역할을 제대로 못 한 것에 대해서도 미안했던 거에요”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