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태극기 달린 모자를 쓰고 경기하는 최경주. [중앙포토]](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206/06/9d85a586-3d04-4683-a6c4-2e5119883cee.jpg)
2010년 태극기 달린 모자를 쓰고 경기하는 최경주. [중앙포토]
당시 PGA 투어 선수들이 “나라에서 스폰서 해주는 거냐”고 묻기도 했다. 최경주는 당당하게 "한국이 나를 후원한다"고 했다.
태극기 모자 최경주의 손을 잡아준 곳이 SK텔레콤이다. 최경주는 “SK 모자를 쓰니까 선수들이 '국기에서 한국 이니셜 SK(South Korea)로 바꿔 단거냐’고 하더라”며 웃었다.
최경주는 “선수들은 스폰서가 없으면 의기소침하다. 그때 내리막길을 탈 수도 있었다. 어려울 때 도움을 준 고마운 친구 같다. SK텔레콤 오픈은 97년 초대 대회에 나를 발탁해 출전시켜준 인연도 있다”고 했다.
최경주와 SK의 의리는 깊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최경주는 SK텔레콤 오픈에 20번 참가했다. 코로나 방역지침 때문에 한국까지 오고도 못 뛴 지난해를 포함하면 21번이다. 최경주는 5일 끝난 대회에서 10언더파 공동 7위를 기록했다. 그는 “밥값은 한 것 같다”고 했다.
이번 대회도 우여곡절이 많았다. 그는 지난달 30일(한국시간) 시니어 메이저대회인 시니어 PGA 챔피언십에서 우승 경쟁(4위)을 했다. 끝나자마자 미시간 주의 소도시 밴턴하버에서 짐을 가방에 쑤셔 넣고 한국행 비행기를 탔다.
환승 시간이 모자랐다. 캐디백 등 짐은 연결 편에 맡길 시간도 없었다. 최경주는 “원래 시스템상으로는 못 탄다. 마침 그 비행기에 환승 손님이 있었고 항공사에서 검색 줄 서는 걸 면제하는 등 배려해줘서 겨우 탈 수 있었다”며 “우당탕탕 오느라 몸보다는 심장이 더 고생했다”라며 웃었다.
최경주는 PGA 투어의 권위 있는 대회인 잭 니클라우스 주최 메모리얼 토너먼트 초청을 받았는데 SK텔레콤 오픈과 겹쳐 정중히 사양했다.
![최경주 [사진 KPGA]](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206/06/2d732f7d-94b7-4356-845c-e93da3bdbca1.jpg)
최경주 [사진 KPGA]
최경주의 친구 중 한 명이 요즘 잘 나간다. 최근 5경기서 3승으로 챔피언스 투어의 타이거 우즈급 활약을 하는 스티븐 알커다.
최경주는 ”스티븐은 1999년 아시안 투어, 호주 투어에서 함께 뛰면서 친하게 지냈다. 오래전 PGA 투어 카드를 잃었다가 시니어 투어에 와서 최고가 됐다. 고생도 많이 한 친구인데 이렇게 잘하는 것 보니까 흐뭇하다“고 했다.
최경주가 PGA 투어에서 뛰면서 8승을 할 때는 알커가 부러워했을 것이다. 최경주는 “그래서 인생이 재미있다”고 했다.
사우디가 주도하는 LIV 리그에서 최경주에게도 연락이 왔다고 한다. 그는 “정식 요청은 아니고 한 2년 전 이런 대회를 할 건데 참가할 의사가 있느냐는 정도의 메일이었다. 안 하겠다고 했다. PGA 투어는 내 꿈을 이뤄준 투어다. 여기서 그냥 계속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최경주 재단이 후원한 청소년은 약 500명이다. 박민지, 이재경, 인주연 등 유명 선수들도 최경주 재단의 도움을 받고 성장했다.
최경주는 “스승의 날 같은 때 손편지도 받고 그런 게 기쁨이다. 일일이 다 연락을 못 하지만 아이들이 이렇게 커서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는 생각에 뿌듯하다. 이런 게 텃밭이 돼서 나중에 큰 농사를 지을 수 있는 힘이 되는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번 대회엔 보호관찰 종료 청소년들이 자원봉사자로 나왔다. SK 행복동행 프로그램의 일환이다.
지난 1일 채리티 대회를 통해 장학금을 모아 전달한 최경주는 “우리 사회가 강퍅하다고 하지만 아직은 정이 남아 있고 자기가 노력하면 기회는 언제든지 있다는 얘기를 들려줬다”고 했다.
제주=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