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세정 논설위원
앞서 문재인 정부 때는 당시 집권당 일각에서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이 북한의 소행인지에 대해 애매모호한 태도가 논란이 됐다. 천안함 폭침으로 막내아들 고 민평기 상사를 잃은 윤청자(79)씨가 2020년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 당시 문 대통령에게 직접 "천안함 폭침이 누구 소행인지 말씀 좀 해달라"고 호소했을 정도였다.

독립운동가 최재형(1860-1920) 선생 생전 모습. 상하이 임시정부 재무총장으로 임명됐고, 안중근 의거를 물심양면 지원했다.

![2020년 3월 대전현충원에서 열린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천안함 폭침 도발 당시 아들을 잃은 윤청자 씨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김정숙 여사가 유족을 쳐다보고 있다. [연합뉴스]](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210/08/6b391a1e-0248-4466-b728-c206b62f892a.jpg)
2020년 3월 대전현충원에서 열린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천안함 폭침 도발 당시 아들을 잃은 윤청자 씨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김정숙 여사가 유족을 쳐다보고 있다. [연합뉴스]
둘째 제안은 1962년 정부가 최 선생께 건국 훈장 3등급(현 독립장)을 추서했는데, 당시에는 심사 대상에서 빠졌던 동의회(同義會)·권업회(勸業會)·독립단 활동 등을 두루 반영해 1등급(대한민국장)으로 상향하자는 것이다. 문 정부 때는 국가보훈처 공적심사위원회가 아니라 청와대 자체 결정으로 홍범도 장군과 유관순 열사에게 기존 훈장과 별도로 대한민국장을 추서한 전례가 있다.

독립운동가최재형기념사업회 문영숙(왼쪽 둘째) 이사장이 지난달 12일 윤봉길 의사 장손녀 윤주경 국민의힘 의원실을 방문해 최재형 선생 묘 복원과 독립 훈장 승격 방안을 상의했다. 수교 30주년을 계기로 키르기스스탄 공동묘지에 있는 최재형 선생 부인 유해를 국내로 봉환하는 방안을 추진중인 이원재 주 키르기스스탄 대사(왼쪽 끝)와 최재형 홍보대사인 안병학 한나래 인터내셔널 대표도 자리를 함께 했다. 장세정 기자
![독립운동가최재형기념사업회가 유족의 뜻을 담아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낸 공문. [사진 문영숙]](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210/08/89d59d62-2a66-4bbd-bd20-518f812a3097.jpg)
독립운동가최재형기념사업회가 유족의 뜻을 담아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낸 공문. [사진 문영숙]
1919년 3월 17일 연해주에 설립된 최초의 임시정부인 대한국민의회 외교부장으로 활약했고, 그해 4월 11일 출범한 상하이 임시정부의 초대 재무총장(장관)에 임명됐다. 대동공보를 발행해 항일의식을 고취한 언론인이자, 한인 마을마다 민족학교를 설립한 교육자였다. 나라를 잃고 연해주를 떠돌던 동포들은 그를 '따뜻한 난로(페치카)'라며 칭송했다.
![1908년 해외 최초의 의병단체인 동의회를 조직한 최재형 선생과 이범윤·이위종·안중근. [중앙포토]](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210/08/2d71629e-176a-4486-b369-5bee2843bb03.jpg)
1908년 해외 최초의 의병단체인 동의회를 조직한 최재형 선생과 이범윤·이위종·안중근. [중앙포토]
현충원에 있던 묘소조차 멸실된 최 선생은 가묘라도 반듯하게 갖춘 안 의사를 부러워하지 않을까. 이런 민망한 상상을 하는 데는 기묘한 사연이 있다. 냉전시대 소련과의 왕래가 불가능했던 점을 이용한 가짜 후손 최모씨(1984년 사망)가 1970년 11월 최 선생의 묘를 현충원 애국지사 묘역에 쓰는 '묘지 사기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국방부 및 산하 서울국립묘지관리소(현 서울현충원), 그리고 원호처(현 국가보훈처)는 몰랐다고 한다.

독립운동가 최재형 선생의 손자 최 발렌틴이 2006년 서울현충원 애국지사 모역(108번)에 조성된 최 선생 가묘를 참배하는 모습. 옛 소련 땅에 흩어져 살던 유족은 1990년 한-소 수교 이후에야 처음 방한했다.

국립서울현충원의 문서에 최재형 선생의 묘가 애국지사묘역 108호에 있다고 분명히 기록하고 있다.

최재형 선생의 손자 최 발렌틴이 2009년 재차 서울현충원 묘역을 참배하러 갔으나 가묘가 사라져 망연자실한 모습. 가짜 후손이 1970년에 만든 가묘를 국방부 산하 서울현충원이 멸실처리했기 때문이다. 지금도 이 자리는 빈터로 남아 있어 유족과 기념사업회는 최 선생 부부합장묘 조성을 희망하고 있다.
묘지 복원과 훈격 상향을 위한 국민 서명운동을 시작한 문영숙 이사장은 "진짜 후손에겐 연락도 없이 기존 현충원 묘를 멸실 처리한 것은 최 선생을 독립운동사에서 지운 것과 마찬가지"라며 "이제라도 현충원 108번 묫자리를 최 선생 부부 합장묘로 복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윤 대통령이 어떤 답신을 보낼지 궁금하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5월 18일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행사에서 묵념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210/08/6b223ccd-fe0a-4778-8fc1-252f6ef4c021.jpg)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5월 18일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행사에서 묵념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