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면소' 선거법, 법사위 통과…방탄복 두고 여야 촌극도

더불어민주당이 1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허위사실공표죄 구성 요건 중 ‘행위’를 삭제하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 통과를 강행했다.

해당 선거법 개정안이 향후 본회의에서 통과되면 현재 이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에 대한 법원의 면소 판결이 가능하다.  앞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 1일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뒤집고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지만, 향후 파기환송심에선 유·무죄를 판단하지 않고 소송을 종결할 수 있다는 뜻이다. 다만, 현재 본회의엔 대통령 당선 시 재판이 정지된다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도 올라가 있어 실제 환송심 재판부의 면소 판결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면소 판결을 가능케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1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거수표결로 통과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면소 판결을 가능케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1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거수표결로 통과되고 있다. 연합뉴스

선거법 개정안 처리에 앞서 여야가 충돌하는 과정에선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회의장에 방탄복을 입고 나온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은 “요즘 이재명 후보가 방탄복을 입고 다녀서 저도 비슷한 옷을 입고 와 봤다”며 “아무도 자기를 해치려고 하지 않는데 스스로 피해자 프레임을 만들어서 방탄복을 입고 다닌다. 법원에서 판결하는 것 갖고도 자기가 마치 피해자인 것처럼 그러고 다닌다”고 포문을 열었다.

 
곽 의원은 이어 민주당 소속 정청래 법사위원장을 겨냥해 “법사위에는 저하고 3m 거리에 전직 테러리스트, 사제 폭탄을 만들어서 터뜨리려고 했던 사람이 앉아 있다. 그것도 미국 대사관저라고 본인 스스로 자인을 했다”며 “그런 상황에서 제가 방탄복을 안 입고 들어올 수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앞서 곽 의원은 지난 2일 법사위에서 정 위원장의 일방적인 회의 진행 방식을 비판하며 정 위원장이 대학생일 때 미 대사관저 방화예비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았던 사건을 언급해 정 위원장으로부터 발언권 중지와 퇴장 조처를 받았다.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국민의힘 의원들의 노트북에 '의회 독재·사법 탄압' 피켓이 붙어 있다. 뉴스1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국민의힘 의원들의 노트북에 '의회 독재·사법 탄압' 피켓이 붙어 있다. 뉴스1

이날 정 위원장은 곽 의원 발언 직후 “방탄조끼까지 입고 오신 것 보니 잘하셨는데 곽 의원은 (이재명 후보와) 급이 다르니까 방탄복 벗어라. 무겁고 안 좋다. 덥고”라며 “곽 의원님 좀 귀여웠다”고 받아쳤다. 정 위원장은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이 반대토론 기회를 얻고 나서 “눈물 나네, 눈물 나”라고 말하자 “눈물 닦으세요. 빨리 하세요”라고 재촉하기도 했다. 이에 송 의원은 “네, 판사님”이라며 토론을 이어갔다.


이날 회의에는 선거법 외에도 대법관 수를 증원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 법원 판결에 대해서도 헌법소원을 가능토록 하는 헌법재판소법 개정안도 상정됐다. 오후에는 사법부 정치개입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청문회도 예정돼 있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와 관련, 정 위원장은 조희대 대법원장과 11명의 대법관은 물론 현직 대법관인 천대엽 법원행정처장도 불출석하는 데 대해 “정당한 국회 출석에 응하지 않으면서 국민들께는 어떻게 준법을 외치며 법원 출석을 명할 수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천 처장은 “저는 증인이나 참고인으로 채택·소환된 사실이 없는 데다 재판 관련 조사를 전제로 하는 청문회이기 때문에 법관인 제가 참석하는 것은 헌법과 법률의 규정에 비춰 적절치 않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