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이지혜(27)씨는 이번 여름 휴가철에 가려고 했던 해외여행을 포기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후 첫 휴가라 외국에 갈까 싶었지만, 몇 배나 뛴 항공권 가격이 부담됐다고 그는 설명했다. 이씨는 “표가 너무 비싸서 이번 여름은 포기했어요. 경제적인 이유로 외국을 못 가니 해외여행이 ‘그림의 떡’이 된 기분이에요”라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막혀있던 해외여행의 빗장이 최근 풀렸지만, 비싸진 항공권 가격이 여행을 막는 새로운 ‘장벽’이 됐다는 말이 나온다. 이씨처럼 해외여행을 가려다 포기한 사람들은 “방역이 완화돼 외국에 갈 수 있게 됐지만, 비행기 값이 올라 못 가는 현실이 더 슬프다”고 입을 모았다.

현충일 연휴를 앞두고 3일 오전 김포공항 국내선 청사가 여행객들로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가격 보고 ‘헉’…올 여름은 국내로 만족”
해외여행을 포기한 이들의 대안은 국내 여행지가 됐다. 직장인 서모(25)씨는 “코로나19로 외국을 못 간 지난 2년 동안 제주도, 강원도 등 한국에도 멋진 여행지가 많다는 걸 알게 됐다”며 “해외를 가고 싶은 마음은 여전하지만, 이번 여름은 국내 명소를 찾아다닐 예정”이라고 말했다.

올해 설 연휴 첫 날이었던 지난 1월 29일 오후 제주국제공항 1층 도착장이 제주를 찾은 귀성객과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다. 뉴스1
“공급은 줄고, 유가는 올랐다”
업계에서는 코로나19로 줄어든 공급과 치솟은 국제 유가에 영향 받은 유류할증료가 가격 상승의 원인이라고 짚는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현재 국제선은 코로나19 이전의 30%정도만 공급되고 있다. 원래 110개 노선을 운항했다면 지금은 38개 정도 수준”이라며 “수요가 조금씩 회복되다 보니 공급 부족이 더 눈에 띄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유가에 연동되는 항공기 유류할증료도 영향을 줬다. “유류할증료가 더 많이 부과되다보니, 항공권을 지불하는 총액이 올라갔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여름 해외여행을 계획하는 이들은 “비싸진 항공권을 감수하겠다”는 입장이다. 오는 7월 결혼을 앞둔 박모(27)씨는 “뉴욕 가는 항공권 가격이 2배가 넘게 뛰었지만, 일생에 한 번 뿐인 신혼여행이니 돈을 더 주고서라도 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축소됐던 인천국제공항의 국제선 운항이 이달 8일부터 정상화된다. 사진은 3일 인천국제공항의 모습. 연합뉴스
“인천공항 국제선 운항, 8일부터 정상화”
항공업계는 국토부 결정을 환영하면서도, 여행객들이 공급 확대를 체감하려면 두세달은 걸릴 거라고 전망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국토부와 증편도 협의해야 하고, 그동안 쉬고 있던 운항 관련 인력도 업무에 투입시키려면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직장인 이모(33)씨는 “항공권 가격이 내려가면 부모님을 모시고 오랜만에 해외로 효도여행을 가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