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라연전각연구소·체험관에 전시된 예술 작품과 전각도장들. 전각은 시·서·화 등 작품을 완성한 뒤 자신의 것임을 나타낼 때 사용하기도 한다.
전각은 실용·예술적인 요소를 모두 지니고 오랜 시간 발전해왔죠. 이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자신을 드러내는 시그니처가 될 수제 전각도장을 만들어보기 위해 문시윤·배가은 학생모델이 어라연전각연구소·체험관(서울 종로구 인사동)을 방문했어요. 한국서예문화학회·한국서예비평학회·동양예술학회 이사도 겸임하는 김현숙 원장이 소중 학생기자단을 맞이했죠.
전각은 과거 어떻게 쓰였을까
“전각의 종류는 어떻게 나눌 수 있나요?” 가은 학생모델이 먼저 질문했죠. 전각은 사용자·형태·내용·쓰임에 따라 새(璽)·보(寶)·인장(印章)·인신(印信)·인감(印鑑)·도장(圖章)·도서(圖書)·낙관(落款) 등 여러 가지로 나뉩니다. 특히 일반·관청에서 사용하는 것을 인장이라고 했는데, 인장은 보통 가지고 있는 사람이나 기관의 신분을 증명하는 용도죠.

전각은 재료에 따라 다양한 종류로 나뉜다. 특히 돌이 재료인 경우 석인(石印)이라고 하는데, 흔히 보는 네모난 모양이 아닌 자연의 돌 모양을 살려 개성 있게 만들 수 있다.
“오래전부터 전각의 역사가 시작됐는데, 지역마다 특징이 달랐나요?” 시윤 학생모델이 궁금해했죠. “전각의 역사는 고대 유물을 통해 알 수 있어요. 초기 전각은 전 세계 여러 지역에서 인장 형태의 유물로 발견됐죠. 서양은 대표적으로 BC 5000년경 고대 메소포타미아 수메르인들의 원통형 인장, BC 2000년경 고대 이집트에서 사용된 황금충(黃金蟲·황금풍뎅이) 모양의 스카라브 인장이 있는데, 주로 그림 형태의 문양이 새겨졌어요. 동양으로 오면 BC 1600년경 중국 상(은)나라 수도 은허에서 출토된 인장이 있습니다.” 서양과 동양 전각의 공통된 특징은 권력이나 재물을 증명하는 도구로 자신의 신분을 표시하는 용도로 사용됐다는 것, 사실을 증명하기 위한 믿음의 증표로 쓰였다는 것입니다.


음각·양각·음양각인 작품들(위 사진). 움푹 들어가거나 튀어나온 곳에 채색할 수도 있다.

BC 3000년경 고대 메소포타미아 아카드 제국의 원통형 인장. 프랑스국립박물관연합(RMN)

BC 2000년경 이집트 스카라브 인장. 세계박물관

고대 중국 상나라 인장.

낙랑 시대 봉니.국립중앙박물관
우리나라에서 개발한 수제도장은 도장 옆면에 문자나 그림을 새기고 채색해 아름답게 꾸민 것을 말합니다. 나만의 방식으로 자유롭게 만들 수 있어 자신의 개성을 나타낼 수도 있죠. 도장, 즉 인장은 꼭대기에 조각된 부분인 인뉴(印鈕), 몸체 부분인 인신(印身), 아랫부분으로 문자나 그림을 새겨 찍게 만든 인면(印面)으로 구성됩니다. 소중 학생기자단은 인면에 자신의 이름을 새겨 음각도장을 만들어보기로 했어요.

소중 학생기자단이 김현숙(오른쪽) 원장의 안내를 받아 수제도장의 재료가 되는 돌을 고르고 있다. 옆면에 새겨진 문자나 그림을 주의 깊게 살폈다.

소중 학생기자단이 다양한 시안을 참고해 돌에 새길 자신의 이름을 디자인했다.

배가은(왼쪽)·문시윤 학생모델이 전각도를 이용해 인면에 이름을 새겼다.

돌을 고정하는 인상을 사용하면 흔들림 없이 새길 수 있다.

조선 후기 학자인 정약용의 『다산심정(茶山審正)』 음각인(백문인·왼쪽)과 『다산독본(茶山讀本)』 양각인(주문인). 국립고궁박물관

3·1운동 민족대표 33인 중 한 명인 독립운동가 위창 오세창의 『덕피생민(德被生民)』에 쓰인 성명인(오세창인·吳世昌印·왼쪽)과 아호인(위창·葦滄).
시윤·가은 학생모델은 인면에 이름을 그려 넣기 시작했어요. 꾹꾹 눌러 그리자 먹지를 통해 인면에 이름이 잘 써졌죠. 전각도로 이름을 새길 차례, 두 사람은 안전을 위해 장갑을 끼었습니다. 전각도를 이용해 이름 선을 따라 파고, 하트 모양은 테두리부터 천천히 안쪽까지 새겨주면 돼요. 새긴 선이 인면의 다른 부분과 잘 구분되면, 더욱 깊고 넓게 파내 도장이 뚜렷하게 찍히도록 합니다. “전각도로 긁어낼 때 사각사각 소리가 나니까 기분이 좋고, 스트레스가 없어지는 거 같아요.” 두 사람 모두 즐거운 표정이었죠.

배가은(왼쪽)·문시윤 학생모델이 어라연전각연구소·체험관에서 나만의 수제 전각도장을 만들었다.
완성된 수제도장을 빈 종이에 찍어보기로 했어요. 가은 학생모델은 인주를 인면에 톡톡 묻힌 다음, 종이에 꾹 눌러 찍더니 “제 이름하고 하트 모양 그림이 정말 예쁘게 찍혔어요”라며 놀라워했죠. 시윤 학생모델도 만족했는지 도장을 여러 번 찍어봤어요. 김 원장은 “도장은 일상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고, 다른 사람에게 의미 있는 선물로 줄 수 있어요”라며 여러 색 도장 케이스를 내밀었죠. 보라색을 선택한 두 학생모델은 “전각이라고 해서 어렵다고 느꼈는데, 이제 저만의 도장이 생겨 기뻐요. 앞으로 사인 대신 도장을 사용해 볼 거예요”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문시윤·배가은 학생모델이 어라연전각연구소·체험관에서 만든 수제 전각도장.
문시윤(서울 상명초 5) 학생모델
이번 취재를 통해 전각에 대해서 처음 알게 됐고, 저만의 도장도 처음 가져봤어요. 전각도장 만들기는 복잡하고 어려울 줄 알았지만, 생각보다 간단하고 쉬웠습니다. 도장 글씨를 뒤집어서 인면에 써야 한다는 점은 좀 헷갈렸어요. 김현숙 선생님께서 몸소 시범도 보여주시고, 설명도 잘해주셔서 더 재밌게 할 수 있었어요. 만약 다음에 또 전각도장을 만들게 된다면, 어려운 모양으로 도장을 만들 거예요!
배가은(서울 중대초 4) 학생모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