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핵관·중진, 이준석 행보 비판…이 “그래도 기차는 간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소속 의원들이 지난 5일(현지시간) 우크라니아 수도 키이우를 방문해 파괴된 주거 지역 등을 시찰했다. 이들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을 접견할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소속 의원들이 지난 5일(현지시간) 우크라니아 수도 키이우를 방문해 파괴된 주거 지역 등을 시찰했다. 이들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을 접견할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대선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연달아 승리한 국민의힘 내부에서 권력투쟁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가까운 사이인 정진석 의원은 6일 페이스북에 “이준석 대표의 우크라이나 방문에 대통령실 관계자들은 난색을 표했었다. 이 대표의 우크라이나 방문이 자기 정치 때문이라면 보통 문제가 아니다”는 글을 올렸다. 정 의원은 이 대표가 지방선거 직후 공천 개혁을 거론하며 출범시킨 당 혁신위원회(혁신위)에 대해서도 “윤석열 정부에 보탬이 되는 여당의 역할이 우선”이라며 비판적 입장을 드러냈다.

권성동

권성동

권성동 원내대표도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혁신위를 발족하려면 조금 더 많은 준비를 한 다음에 하는 것이 옳았다. 조금 성급했다”며 “혁신위의 구성과 인물, 논의할 아이템 등을 먼저 정하고 발족해야 했는데 순서가 바뀐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정진석 의원의 글에 대해선 “당내 민주주의가 활발한 징조라 생각한다. 외교·안보는 당정 간 긴밀한 협의가 필요하다”며 두둔했다. 국민의힘 내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들이 이 대표를 공개 비판한 것이다.

우크라이나 키이우에 머물고 있는 이 대표는 반격에 나섰다. 이 대표는 정 의원이 글을 올린 지 약 30분 뒤 “그래도 기차는 간다”는 반박 글을 페이스북에 남겼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1993년 하나회 청산에 반발하는 장성들에게 “개가 짖어도 기차는 달린다”고 했던 발언을 본뜬 것이다.

정진석

정진석

이 대표는 또 “우크라이나에서 저희 일정 내내 안드레이 니콜라엔코 국회의원이 함께해 주고 계신다. 우크라이나에 대해선 각자의 위치에서 꾸준히 노력했으면 한다”고 적었다. 게시 글에는 정 의원이 지난 4월 방한한 니콜라엔코 의원과 찍은 사진도 공유했다. 자신의 우크라이나행을 비난한 정 의원을 비꼰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당 혁신위 출범, 우크라이나행 외에 이 대표의 김은혜 경기지사 후보 지원유세 거부 논란이란 불씨도 있다. 이 대표는 선거 뒤 언론 인터뷰에서 “김 후보 측에서 지원 요청이 안 왔던 게 사실이고 있던 스케줄도 취소됐다”고 했다. 그러나 김 후보를 도왔던 의원들 몇몇은 “이 대표가 일부러 선거를 돕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민의힘에선 이 논란도 이 대표와 ‘윤핵관’의 충돌로 보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양측 갈등의 근본적인 이유는 향후 당 운영에 대한 비전이 다르기 때문이다. ‘윤핵관’ 측은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해선 당과 대통령실의 유기적 협조가 필수적이고, 그러기 위해선 자기 색깔이 너무 강한 이 대표가 물러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이에 당내에선 성상납 의혹 등 윤리위원회 징계 문제로 이 대표가 임기(내년 8월)를 채우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미국 유학설까지 나돌았다. 그러나 이 대표는 “당연히 임기를 채울 것”이라며 반박했다. 이어 지난 2일 혁신위 출범을 통해 정당 권력의 뇌관인 ‘공천 개혁’까지 건드렸다. 국민의힘 한 초선 의원은 “공천은 윤핵관의 당내 영향력과 직결된다. 이 대표가 먼저 칼을 빼든 셈”이라고 말했다.

충돌에 대한 당내 시선은 “남은 임기가 1년에 불과한 이 대표가 공천까지 언급하는 건 오만한 무리수”(초선 의원), “이 대표가 당에서 빠지고 윤핵관만 남으면 그게 국민의힘에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재선 의원) 등으로 엇갈린다. 국민의힘에서는 이 대표 성상납 의혹을 다룰 당 윤리위(24일)를 1차 분수령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