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이 일 미루고 폭언"…사회복무요원들 "우리도 노조를" 소송

"사회복무요원은 공무원이 아니기 때문에 개인정보를 열람할 수 없다. 하지만 공무원들이 본인들의 공무원증을 이용해 사회복무요원이 해서는 안 될 일을 강요한다. 주민등록등본이나 건강보험 가입 내용, 코로나19 감염자 신상 정보 등 민감한 개인정보를 열람하는 일을 요구한다" (사회복무요원 A씨, B씨)
 

"열차 유실물을 확인하고 나오는데 기관사가 신호와 달리 문을 닫아버려 열차 문에 몸이 끼어 전치 3주의 부상을 입었다. 서울교통공사는 아무런 사과나 보상을 하지 않고 있다" (사회복무요원 C씨)
 

사회복무요원 표지장

사회복무요원 표지장

 
민간공익단체 '직장갑질119'가 모은 사회복무요원들의 제보 중 일부다. "고위직 공무원들의 심기 보좌도 사회복무요원이 해야 하는 데다 공무원들 식사 수발을 하느라 제때 밥을 못 먹는 경우가 많다"고 한 사례, "공무원들이 전화를 잘 받지 않아 민원인들의 폭언과 협박을 매일 대신 받고 있다"며 우울증이 생겼다는 호소 등도 함께 공개됐다.

병역판정신체검사 결과 보충역으로 판정된 경우 국가기관이나 지자체, 공공기관 등에 사회복무요원으로 소속돼 행정업무 등을 지원한다. 그런데 이들이 소속 기관으로부터 갑질을 당하거나 '하인' 취급을 받는다는 목소리가 커지자, 노동조합이 결성됐다. 하지만 지난 3월 중부지방 고용노동청 의정부지청은 노동조합 설립신고를 반려했다. "사회복무요원의 직무상 행위는 공무 수행으로 보고, 공무원에 준하는 공적 지위를 가지므로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다.

이에 사회복무요원 노조는 7일 이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냈다. 사회복무요원의 근무 형태와 지위 등을 고려하면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게 이들 주장이다.


이들은 사회복무요원이 기관에 전속돼 기관장의 지휘와 감독받는 점, 근무 장소나 시간이 정해져 있는 점, 노무 제공에 대한 대가로 보수를 받는 점 등을 들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노무 제공관계의 실질에 비추어 노동3권을 보장할 필요성이 있는지 관점에서 판단해야 하고, 반드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라는 것이다. 노조를 대리하는 강은희 변호사(공익인권법재단 공감)는 "사회복무요원들은 실질적으로는 복무기관에 전속돼 근로를 제공하는 노동자임에도 노동자로서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직장갑질119가 모은 사회복무요원 '갑질' 피해 사례. [보도자료 캡처]

직장갑질119가 모은 사회복무요원 '갑질' 피해 사례. [보도자료 캡처]

 
공무원들의 노동권은 제한적으로 인정되어온 만큼, 사회복무요원의 공적 지위도 쟁점이다. 헌법재판소는 "사회복무요원은 공무원은 아니지만 공무를 수행하는 자로서 공무원에 준하는 공적 지위를 가진다"고 봤다. 노조 측은 "공적 지위를 가졌는지는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 판단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또 "노동3권이 제한되는 공무원 직무는 개별법에 따라 규정하고 있는데, 사회복무요원의 경우 노동3권을 제한하는 규정이 따로 없다"고 주장한다.  

전순표 사회복무요원노조 위원장은 “단결권은 헌법상 권리이고 다른 노동권보다도 두텁게 보호돼야 할 기본적 권리"라며 "특수한 지위가 우리의 근로조건의 차이를 가져올 수는 있지만, 한 인간이자 노동자로서 보호받을 권리를 제약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