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애 후보, 이번엔 논문 재탕 의혹..."부당이익 없었다" 반박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으로 지명된 박순애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가 지난달 27일 여의도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으로 지명된 박순애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가 지난달 27일 여의도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만취 상태에서 음주운전을 한 이력으로 논란이 되는 가운데, 비슷한 논문을 여러 학술지에 게재했다는 중복게재 의혹이 잇따르고 있다. 박 후보자 측은 논문으로 인한 이익을 보지 않아 '부당한 중복게재'가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학계에선 출처를 제대로 밝히지 않은 것은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금까지 문제가 제기된 박 후보자의 논문은 총 4편이다.

7일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박 후보자는 2007년 6월과 12월 서로 다른 학술지에 사실상 동일한 내용의 논문을 제출했다. 박 후보자가 2007년 6월 한국행정학회 하계학술발표 논문집에 게재한 ‘국가표준체계에 있어서 중앙부처간 관계에 대한 탐색적 연구’는 같은 해 12월 ‘표준화사업과 정부간 관계에 대한 탐색적 연구’로 제목이 바뀌어 서울대학교 한국행정연구소 행정논총에 중복 게재됐다는 주장이다.

또 박 후보자가 2006년 교신저자로 이름을 올린 논문은 표절 의혹이 제기됐다. 박 후보자는 2006년 한국환경정책학회에 게재된 '발전부문의 온실가스 배출요인 분석'에 교신저자로 참여했는데, 2005년 다른 저자들이 쓴 '발전부문의 온실가스 배출요인 분석 및 저감방안'과 거의 동일한 내용이라는 것이다.

앞서 강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도 2000년 연세대 사회과학연구소 학술지와 2001년 한국도시행정학회 학술지에 게재된 논문이 사실상 같은 내용이라고 주장했다. 또 2002년 서울시정개발연구원에서 발표한 연구보고서 일부를 같은 해 한국행정학회 학술대회에서 발표하고, 발표문과 유사한 내용을 중복게재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교육부 “연구윤리지침 개정 전 논문…부당이익 없어”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2007년 6월 한국행정학회에 게재한 논문(좌), 같은 해 12월 서울대학교 한국행정연구소에 게재한 논문(우).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공]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2007년 6월 한국행정학회에 게재한 논문(좌), 같은 해 12월 서울대학교 한국행정연구소에 게재한 논문(우).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공]

박 후보자 측은 논문에 관한 의혹은 모두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중복게재 의혹이 제기된 논문에 대해서는 각 논문의 작성 시기가 교육부 연구윤리지침이 제정되기 전이라는 이유다. 교육부는 “교육부 연구윤리지침이 제정된 시점은 2007년도이며, 특히 ‘부당한 중복게재’를 신설한 시점은 2015년도”라며 “그 이전에는 중복게재에 대한 규정이 존재하지 않았다”고 했다.

또 중복게재가 현재 기준으로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후보자가 이 논문으로 연구비 등의 부당한 이익을 얻지 않았다는 이유다.

보고서를 여러 학술지에 중복게재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보고서 중 각각 다른 장을 발췌해 각기 다른 주제의 논문으로 발표한 것“이라며 ”당시에는 정부 발간 보고서를 널리 확산시키기 위해 학계에서 인정하던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교신저자로 참여했던 2006년 논문에 대해서는 중복게재를 알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박 후보자 측은 “인사청문회 준비과정에서 2005년 논문의 존재를 알게 되었고, 제1저자인 조모씨가 후보자에게 2005년 논문을 교내 학술지에 게재한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고 했다. 교육부는 조씨가 논문의 철회 의사를 밝혀 현재 철회 절차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규정상 '부정행위' 아니라도 출처 표시 없는건 문제"

 
교육부 연구윤리지침에서 ‘부당한 중복게재’란 자신의 이전 연구결과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저작물을 출처표시 없이 게재해 연구비를 수령하거나 별도의 연구 업적으로 인정받는 등 부당한 이익을 얻는 행위라고 명시하고 있다. 중복게재로 이익을 보지 않았다면 연구 부정행위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학계에선 출처를 밝히지 않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발표된 연구를 마치 전혀 다른 새로운 것처럼 독자를 속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청한 한 교수는 “자신의 기존 연구를 후속 연구를 위해 재활용할 수 있지만 출처 표시가 없으면 독자 입장에서 처음 발표하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다”며 “규정상 부정행위까지는 아니라 할지라도 연구자들은 해서는 안 되는 행위”라고 말했다.

한편 박 후보자가 음주운전을 했던 2001년 당시 재직 중이던 숭실대에서 징계를 받았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숭실대는 이에 대해 "현재 재직자가 아니라 징계 내역을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