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아직도 이유를 찾고 있었다. 아들이 세상을 떠난 지 3년이 돼 가지만, 엄마 강경화(56)씨는 눈물을 흘리며 혼잣말처럼 읊조렸다. 첫째를 낳고 7년 만에 품에 안았던 늦둥이 둘째는 뭐든지 알아서 하는 성격이었다. “공부하라는 소리를 해본 적이 없다”고 강씨는 회상했다.
그런 아들은 2017학년도 수능 시험에서 한 문제밖에 안 틀려 전국 2등의 성적을 냈다. 아들이 수학을 공부하고 싶다고 했을 때, 엄마는 ‘의대가 낫지 않냐’며 반대했다. 그러나, 아들은 완강했고 서울대 수리과학부에 입학했다. 아들에게 육군 입대를 권한 건 아버지였다. 가족은 향후 유학을 가려면 군 복무를 빨리 마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수능 2등 했던 아들이 갑자기 떠났다
상상하기조차 힘든 고통을 겪은 엄마와 가족은 이후 의문에 휩싸였다. 사고 전날 아들은 예전보다 야위었지만, 아버지에게 “초콜릿을 사와 달라”고 하는 등 평소 같은 모습이었다. 입대 직후 치른 병무청 복무적합도 검사와 군생활적응 검사에서 모두 ‘양호’를 받았다. 국군지휘통신사령부 5정보통신단 본부로 배치돼 엄마와의 통화에서도 몇 번 ‘힘들다’ ‘잠이 안 온다’는 했지만, 걱정하는 엄마에게 “괜찮다”고 했었다.
믿을 수 없었던 군의 판정

군 복무 중 사망한 고 조준우(당시 20세)씨의 생전 모습. 사진 군피해치유센터 함께
유족은 재수사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직접 조사에 나섰다. 강씨는 2020년 7월부터 조씨와 같은 부대에서 근무한 선후임 병사들 5명을 찾아다니며 이야기를 듣고, 아들이 2018년부터 쓴 일기장 네 권을 전부 읽으며 아들의 군 생활을 재구성하기 시작했다. 민원과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아들이 복무할 당시의 부대 운영 상황도 살폈다.
유족 조사로 결과가 바뀌다

고 조준우 씨가 남긴 일기장 일부. 2019년 6월 9일에 "지난 주에 당직을 세 번이나 섰다"는 부분이 나와 있다. 이병준 기자
국가인권위원회는 이에 국방부에 순직 여부 재심사를 권고했고, 국방부 중앙전공사상심사위는 이를 받아들여 2021년 8월 조 일병을 순직으로 결정했다. 이번엔 ‘군 복무 중 연속적인 당직 근무 임무 수행으로 인한 업무 과중과 스트레스 악화’와 ‘행정보급관의 비위행위로 인한 무언의 압력과 스트레스’가 인정됐다.
왜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가

조씨의 어머니 강씨가 남현동 수방사 정문 앞에서 수사 담당자의 징계를 요구하는 1인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 군피해치유센터 함께
원칙 지킨 軍 앞에 엄마는 ‘악성 민원인’이 됐다
초등학교에서 23년간 교편을 잡았던 엄마는 이젠 국방부의 ‘악성 민원인’이 됐다. 서울 남현동 수방사 정문 앞에서 매일 1인 시위를 하고 있어서다. 아들의 죽음 후 머리가 하얗게 세고 눈에 띄게 마른 모습으로 변했다. 현재 우울증으로 병원 진료를 받고 있다고 했다. 시장에서 장을 보다가도 아들이 좋아하던 미나리를 보면 눈물이 차오른다는 그는 “제게는 딸 같은 아들이었어요. 유일하게 내 마음을 알아주는...”이라고 다시 울먹였다.
강씨는 아직도 아들과 나눈 문자 대화를 가끔 들여다본다. 마지막 문자는 강씨가 아들에게 보낸 것이었다. “미안해. 네가 그렇게 힘든 줄 몰랐어. 내 욕심이 컸어. 내 과보(果報)야.” 답장은 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