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공조로 '원팀' 된 한·미·일…"3국 협력 어느 때보다 절실"

조현동 외교부 1차관(가운데)과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오른쪽), 모리 다케오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은 8일 외교부 청사에서 한미일 외교차관 협의를 개최했다. [뉴스1]

조현동 외교부 1차관(가운데)과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오른쪽), 모리 다케오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은 8일 외교부 청사에서 한미일 외교차관 협의를 개최했다. [뉴스1]

한·미·일 3국이 사실상의 ‘원팀’처럼 거듭나고 있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공동 대응이 핵심이지만, 역내와 글로벌 주요 이슈 대응에서도 협력 강화를 다짐하고 있다. 

이는 북한의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 발사와 7차 핵실험 동향 등 안보 위기 국면에서 북핵수석대표·외교차관·외교장관 등 3국 고위급 협의가 활성화하며 생긴 변화다. 특히 윤석열 정부의 핵심 외교 기조인 한·미 동맹 강화와 한·일 관계 개선 의지가 서로 맞물리며 한·미·일 협력을 추동하는 모양새다.

조현동 외교부 1차관은 8일 외교부 청사에서 개최한 한·미·일 외교차관 협의 직후 공동 언론발표를 통해 ▲북한의 무력 위협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공급망 교란 ▲기후변화 문제 등을 언급하며 “이런 도전은 한 나라의 힘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만큼 (한·미·일) 3국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고 말했다. 한·미·일 3국 협력의 범위를 기존 북핵 대응에서 국제 이슈로 확대하겠다는 의미다.  

"3국 협력, 인태 및 전 세계로 확장"  

조현동 외교부 1차관이 8일 한미일 외교차관 협의 직후 공동 언론발표에서 3국 협력의 범위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뉴스1]

조현동 외교부 1차관이 8일 한미일 외교차관 협의 직후 공동 언론발표에서 3국 협력의 범위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뉴스1]

실제 조 차관은 3국 협력의 지리적 범위에 대해 “한반도에 머물러 있지 않고 인도·태평양 지역과 전 세계로 꾸준히 확장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인태 지역 협력과 관련 조 차관은 “(협의에서)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참여, 쿼드(Quad) 협력에 대한 우리 신정부의 의지를 설명했다”며 “이를 구체적으로 이행하는 차원에서 우리 정부가 자체적인 인태 전략을 추진할 계획임을 공유했다”고 말했다.  

3국 외교차관은 이날 협의의 핵심 의제였던 북한 문제에 대해선 공조 체계를 강화하자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북핵 협력에 대한 한·미·일 3국의 의지는 이날 별도로 발표한 공동성명에 “북한으로부터의 위협을 억제하기 위해 3국 안보 협력을 진전시켜 나가기로 약속했다”는 내용으로 담겼다.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은 8일 한미일 외교차관 협의를 통해 북한의 무력 도발에 대응하기 위한 3국 공조 체계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뉴스1]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은 8일 한미일 외교차관 협의를 통해 북한의 무력 도발에 대응하기 위한 3국 공조 체계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뉴스1]

이와 관련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은 공동 언론발표를 통해 “북한에 대한 3국의 입장은 서로 긴밀히 일치돼 있다”며 “우리의 공통 목표는 여전히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달성이고, 북한이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중단하고 외교의 길로 들어설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北 핵·미사일 ‘실체적 위협’ 규정 

조 차관은 이날 협의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를 ‘실체적 위협’으로 규정하기도 했다. 북한이 직접적인 대남(對南) 타격에 나설 수 있는 수준의 핵 무력 완성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둔 평가로 풀이된다. 이는 동시에 정부가 북한의 ICBM 시험발사 및 7차 핵실험 동향을 상징적이거나 협상용 무력 도발이 아닌 직접적인 군사 위협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8일 한미일 외교차관 협의에 참석한 모리 다케오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 [뉴스1]

8일 한미일 외교차관 협의에 참석한 모리 다케오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 [뉴스1]

모리 다케오(森健良)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은 이날 협의에서 중국 문제가 의제에 올랐다는 점도 공개했다. 그러면서 한·미·일 3국이 대중 견제와 관련해 같은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점을 은연중에 드러냈다. 


“(외교차관 협의에선) 동중국해와 남중국해 정세를 포함해 솔직한 논의를 했다. 힘에 의한 일방적 현상 변경을 인도·태평양, 특히 동아시아에서 허용해선 안 된다는 인식을 공유했다”면서다. ‘힘에 의한 일방적 현상 변경’은 중국이 동중국해·남중국해 등 분쟁 지역에서 불법적인 해양 영유권을 주장하며 군사화를 가속화하는 것을 비판하기 위해 주로 미국이 사용해 온 표현이다.

한·일 관계에 막힌 3국 협력 재가동 

3국 차관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추가적 지원에도 한 목소리를 냈다. 조 차관은 “러시아에 대한 금융 제재 및 수출 통제를 충실히 이행하면서, 우크라이나 국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과 함께 평화 회복과 재건을 위한 추가 지원 방안을 모색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셔먼 부장관은 “동맹 및 파트너들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푸틴과 그의 조력자들이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를 공격한 비용과 대가를 지불하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3국 외교차관 협의는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처음이자, 지난 11월 이후 약 7개월 만의 회동이다. 특히 지난해 11월 협의는 일본이 한국 김창룡 경찰청장의 독도 방문에 항의하며 공동 기자회견이 무산되는 등 3국 협력 체계에 금이 간 채로 마무리됐다. 이날 외교차관 협의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3국 협력 체계를 재가동하기 위한 상징적 일정인 셈이다. 

이와 관련, 조 차관은 “앞으로도 셔먼 부장관, 모리 차관과 정례적으로 만나고 수시로 소통하면서 오늘 함께 다진 협력의 모멘텀을 이어나갈 계획”이라며 3국 외교차관 협의회 정례화 방침을 다시 확인했다. 셔먼 부장관은 다음 협의가 올 가을 일본에서 열릴 것이라고 예고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