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로 간 '검수완박'…9명 중 5명 손들게할 한동훈의 무기는? [Law談스페셜]

법무부가 6월 27일 헌법재판소에 청구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관련 권한쟁의심판의 내용은 크게 두 가지다. ▶‘꼼수 입법’으로 헌법상 적법절차의 원칙을 위반하고 ▶그렇게 개정된 검찰청법·형사소송법의 내용이 검사의 수사·공소 기능을 약화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게 골자다. 한마디로 절차도, 내용도 모두 문제라는 주장이다.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가운데)을 비롯한 재판관들이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심판정에 입장해 착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가운데)을 비롯한 재판관들이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심판정에 입장해 착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법무부는 입법 과정의 절차적 문제점으로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위장 탈당’으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안건조정위의 실질적 논의 절차가 무력화됐고 ▶국회 본회의의 무제한토론 절차도 이른바 하루씩 회기를 쪼개 국회를 여는 ‘회기 쪼개기’로 무력화됐으며 ▶법사위를 통과해 본회의에 상정된 안과 무관한 수정안이 제출, 표결되는 등 상임위 심의 과정도 유명무실해졌다는 점을 들고 있다.

개정법 내용상의 문제점으로는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 축소로 국민의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고 ▶수사기능 축소로 경찰이 송치하지 않는 사건은 공소제기 여부를 판단조차 할 수 없어 범죄 성립 여부에 대한 검사의 판단을 받을 기회가 제한되며 ▶고발인의 이의신청권을 배제한 것(형사소송법 제245조의7 1항)은 고발인에게 명백히 불평등한 상황을 초래해 헌법상 평등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국회의 입법 과정이 비정상적이었다는 데엔 법조계의 이견은 거의 없다. 검찰에 비판적인 법조인들조차 소수 의견 개진을 위한 실질적 절차를 편법으로 무너뜨린 더불어민주당 등의 행위에 대해선 중대한 절차적 하자가 있다고 인정하고 있다. 다만, 이를 국회의 자율적 의사결정 범위에 속한 것으로 보지 않고 헌재의 결정을 통해 뒤집을 수 있느냐는 또 다른 문제다. 사법부인 헌재가 국회의 고유 권한인 입법 영역에 관여하는 것이어서다.

권한쟁의심판 청구가 인용되려면 헌법재판관 9인 중 5인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위헌법률·탄핵·정당해산심판과 헌법소원의 정족수가 6인인 것과 비교하면 느슨한 편이다. 이 때문에 김선택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권한쟁의의 부수적 판단으로 위헌성을 판단하더라도 위헌법률로 무효 결정을 할 순 없을 것”이라며 “위헌성을 확인하되 후속 조처는 국회에 맡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사법부가 사실상 입법의 영역에 들어오는 것이라 굉장히 자제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법무부와 검찰이 국회 내부 의사결정에 직접 당사자로서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지도 쟁점이다. 이에 대해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회의원 개개인이 국가기관으로서 권한쟁의심판의 당사자가 되는 것처럼 검사도 국가기관으로서 당사자가 될 수 있다고 일반적으로 해석돼 각하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국민의 기본권 침해는 권한쟁의심판으로 다룰 문제가 아니고, 국회 절차에 관한 권한은 검찰에 없기 때문에 직접 당사자가 돼서 얘기하는 게 합당한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내용 면에서는 보다 첨예한 쟁점이 얽혀 있다. 법무부·검찰의 주장은 헌법상 검사의 영장청구권(12조 3항, 16조)이 검사의 수사권을 인정하고 있다는 해석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강제수사를 위한 영장청구권이 수사권과 불가분의 관계인지 ▶검사에게 인정되는 수사권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볼 것인지 ▶그런 영장청구권이 이번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으로 침해됐는지 등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는 “영장을 청구하기 위해선 수사가 선행돼야 하고, 그 수사가 미진한 경우 영장 청구 목적의 수사가 필요하다면 그 범위 내에서는 수사권이 인정된다고 볼 수 있다”며 “그렇게 되면 위헌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장영수 교수는 “경찰 수사 결과를 갖고 검사가 영장을 청구하는 사례를 볼 때 수사권 없는 영장 청구가 불가능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며 “결국 이번 입법으로 검사의 영장청구권이 침해돼 위헌이라는 주장이 그대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

김선택 교수는 “검사의 영장청구권은 수사의 한 단계인 인신 구속이나 압수수색 등에 한정되는 것”이라며 “이를 강제수사권이 검사에게 있다고 해석할 수도 있고, 수사기관의 영장 신청을 검사가 통제하는 수단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법조계 인사는 “해석에 다툼의 여지가 있는 경우 명문 규정에 반(反)한다고 단언하기 어렵다”며 “이런 경우 대개 합헌으로 해석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개정 검찰청법에 부패·경제범죄에 대한 검사의 수사권이 여전히 남아있는 점도 쟁점 중 하나다. 장영수 교수는 “지금도 두 개(부패·경제범죄)는 남겨놨으니까 ‘완전 박탈’은 아니지 않느냐는 게 하나의 쟁점이 될 수 있다”며 “지난해 검·경 수사권 조정 때 수사권이 대폭 축소됐을 땐 아무 말 없다가 더 축소되니까 위헌이라고 하는 건 선뜻 이해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김선택 교수는 “헌법 어디에도 수사권·공소권이란 단어는 없다”며 “행정부인 법무부와 그 소속 외청인 검찰청에 어떤 권한과 직무를 줄 것인지는 국회에서 법률로 정하면 끝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법무부가 함께 낸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선 인용될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김선택 교수는 “국가의 형사사법제도를 많이 바꾸는 것이라 사안이 중대하고 한 번 집행되면 회복이 어려운 민감한 사건이기 때문에 일단 법 시행을 보류시킨 뒤 시간을 충분히 두고 본안을 들여다볼 것”이라며 “그러면 법무부·검찰로선 소정의 목적을 달성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전삼현 교수는 “헌재는 법리를 다투기보다는 정치적인 판단을 할 때가 많다”며 “재판관의 자유심증주의가 있기 때문에 헌재 판단을 섣불리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