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던 필 감독의 SF 공포 영화 '놉'에서 한국계 미국 배우 스티븐 연(사진)이 연기한 '리키'는 아역 배우 시절의 정신상태로 몸만 자란 어른처럼 묘사되며 스펙터클과 관심에 집착하는 세태를 풍자한 영화 주제를 강조한다. [사진 유니버설 픽쳐스]](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208/17/4a841c8a-ca4d-4816-b760-7aee4c0e0772.jpg)
조던 필 감독의 SF 공포 영화 '놉'에서 한국계 미국 배우 스티븐 연(사진)이 연기한 '리키'는 아역 배우 시절의 정신상태로 몸만 자란 어른처럼 묘사되며 스펙터클과 관심에 집착하는 세태를 풍자한 영화 주제를 강조한다. [사진 유니버설 픽쳐스]
그런 그가 신작 ‘놉(Nope)’(17일 개봉)에선 한국계 미국 배우 스티븐 연(39)과 손잡고 외계인 지구 침공 영화에 도전했다. 또 다시 그가 각본‧연출‧프로듀서를 겸했다.
침팬지의 살육장 된 美가족 시트콤 촬영장
특히 유튜브‧SNS를 통한 자기 과시가 돈벌이로 연결되는 요즘 시대엔 스스로 스펙터클이 되려는 욕망이 일상 곳곳에 넘쳐 흐른다.지금도 재난 상황에서 자주 목격되는 광경이다.
‘놉’에서 스티브 연이 연기한 ‘리키 주프 박’은 이런 욕망을 체화한 듯한 인물. 그는 만년 조연만 하던 아역 배우 시절 끔찍한 사고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다. 인기 시트콤 ‘고디의 집’ 녹화 도중 풍선 터지는 소리에 놀란 침팬지 배우가 갑자기 맹수처럼 사람들을 공격한다. 이 사건은 코미디쇼 ‘SNL(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 등에서 패러디될 만큼 유명해지고, 이는 어린 리키에게 잘못된 계시로 각인된다. 어른이 돼 할리우드 외곽에서 아역 시절 캐릭터 이름을 딴 놀이공원을 운영하던 그는 오랫동안 목 말랐던 대중의 관심을 다시금 사로잡을 기회를 포착한다. 언젠가부터 산골짜기 뭉게구름 속에 숨어 초원의 말(馬)들을 사냥하는 괴비행체를 발견하고 이를 이용하기로 한 것. 그런데 이웃 말농장의 말 조련사 남매 OJ(다니엘 칼루야)와 에메랄드(케케 파머)도 똑같이 한몫 벌 작심을 한다. 동물 습성을 존중해온 OJ 만이 이 모든 게 얼마나 위험천만한 짓인지 점차 깨닫는다. “나쁜 기적이라는 것도 있을까?”라는 그의 대사 대로다. ‘겟 아웃’의 주연 배우 다니엘 칼루야가 다시 조던 필과 뭉쳤다.
다른 존재 길들이려는 인간의 오만함 "안돼!"
‘고디의 집’ 참사의 순간, 백인들의 쇼 비즈니스 무대에서 아시아계 아역 배우 리키와 침팬지 배우는 구경거리로 착취 당해왔다는 점에서 동등한 존재처럼 다가온다. 이 악명 높은 사고로 배우 경력이 단절된 리키가 제대로 된 교훈을 얻지 못한 이유에 대해 조던 필 감독은 “무슨 일이 일어나든 상관없이 주목 받기 원하는 존재로 길러졌기 때문”이라 설명했다.
![영화 '놉' 각본, 프로듀서, 연출을 겸한 조던 필 감독이 촬영 당시 현장에서 작업 중인 모습이다. [사진 유니버설 픽쳐스]](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208/17/3bc0f0f2-17f0-48ab-b544-9a50dfcaa9fe.jpg)
영화 '놉' 각본, 프로듀서, 연출을 겸한 조던 필 감독이 촬영 당시 현장에서 작업 중인 모습이다. [사진 유니버설 픽쳐스]
스펙터클 집착세태, 스펙터클로 꼬집는 호러
![영화 '놉'엔 최초의 흑인 ‘영화 스타’이자 영화 역사상 최초로 무명으로 착취당한 유색인종에 대해서도 언급된다. 실존 프랑스 사진가 에드워드 머이 브릿지가 19세기 말 촬영한 ‘질주하는 말’ 연속 사진은 영화의 전신으로 꼽히는데, 이 사진에서 말을 몬 무명의 흑인 기수가 극중 OJ‧에메랄드 남매의 선조. OJ가 이 까마득한 선조의 사진 속 모습을 재현한 장면에선 잊혔던 최초 흑인 배우를 스크린에 되살리려는 조던 필 감독의 의도가 읽힌다. '겟 아웃'으로 스타덤에 오른 배우 다니엘 칼루야(사진)가 '놉' 주인공 OJ 역할로 조던 필 감독과 다시 뭉쳤다.[사진 유니버설 픽쳐스]](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208/17/5ee167a5-5716-4ad8-87da-4e74dca32ebd.jpg)
영화 '놉'엔 최초의 흑인 ‘영화 스타’이자 영화 역사상 최초로 무명으로 착취당한 유색인종에 대해서도 언급된다. 실존 프랑스 사진가 에드워드 머이 브릿지가 19세기 말 촬영한 ‘질주하는 말’ 연속 사진은 영화의 전신으로 꼽히는데, 이 사진에서 말을 몬 무명의 흑인 기수가 극중 OJ‧에메랄드 남매의 선조. OJ가 이 까마득한 선조의 사진 속 모습을 재현한 장면에선 잊혔던 최초 흑인 배우를 스크린에 되살리려는 조던 필 감독의 의도가 읽힌다. '겟 아웃'으로 스타덤에 오른 배우 다니엘 칼루야(사진)가 '놉' 주인공 OJ 역할로 조던 필 감독과 다시 뭉쳤다.[사진 유니버설 픽쳐스]
‘놉’의 첫 장면, 지구 밖에 있던 진 재킷의 시점을 대변하는 듯한 카메라가 ‘고디의 집’ 참사 당시 비명을 듣고 지구로 빨려드는 듯한 장면 등 컴퓨터그래픽(CG)도 감쪽같다.
‘놉’은 흥미로운 이미지가 연속으로 전시되는 영화지만, 여러 요소가 혼재된 탓에 이야기가 산만하다는 인상을 준다. 영화가 먼저 개봉한 해외에선 “영화감독으로 위장한 마술사 조던 필 감독의 매끄러운 손재주 덕분”(인디펜던트)에 전개 자체는 흥미롭지만, 여러 소재를 흩어 놓은 탓에 “실망스러울 정도로 불완전하다”(오스틴 크로니클)는 지적도 나왔다.
![조던 필 감독의 데뷔작 '겟 아웃'과 두번째 영화 '어스' 포스터. [사진 유니버설 픽쳐스]](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208/17/3a24f9ed-1b73-4643-9728-2dd7bd457686.jpg)
조던 필 감독의 데뷔작 '겟 아웃'과 두번째 영화 '어스' 포스터. [사진 유니버설 픽쳐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