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둥이 같은 물줄기에 온몸이 얼얼”
김군 옆쪽으로는 형형색색의 비옷을 입을 피서객들이 “아~” 하는 탄성과 함께 물맞이했다. 탐방객 일부는 알 수 없는 노래를 부르거나 비명을 내지르면서도 즐거운 표정이었다. 김군 아버지(45)는 “폭포를 맞는 것만큼 시원하고 짜릿한 피서법은 없을 것”이라며 “몽둥이처럼 내리치는 물줄기를 맞고 나면 온몸의 피로가 사라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지리산 자락인 전남 구례군 수락폭포 등에서 소리를 단련한 국창 송만갑 선생. 오른쪽은 지난 7일 전남 구례군 산동면 수락폭포를 찾은 피서객들이 물맞이를 하면 더위를 식히는 모습. 프리랜서 장정필
지리산 자락 수락폭포…“물맞이 명소”
수락폭포에서 '물벼락'을 맞으면 신경통과 관절염·근육통 등에 효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허리통증과 신경통을 앓아온 인근 주민들이 모내기나 김매기처럼 고된 노동을 마친 후 찾으면서 입소문이 났다. 기암괴석 사이로 은가루 같은 폭포수가 쏟아지고 주변 경치도 뛰어나 구례 10경으로 꼽기도 한다. 폭포 윗부분인 ‘신선대’는 옛날 신선들이 바둑을 두면서 시간을 보냈다는 설화가 전해진다.

지난 7일 전남 구례군 산동면 수락폭포를 찾은 피서객들이 물맞이를 하면 더위를 식히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공기 수준 월등…‘산소 음이온’ 도시의 34배
수락폭포 일대의 공기 수준은 2013년 7월 전남보건환경연구원 조사 결과로도 확인됐다. 당시 수락폭포의 공기 1㎖당 산소 음이온이 평균 1만4060개, 최대 17만8100개로 나타났다. 구례군 측은 “국내 도시의 34배 수준이며, 공기가 맑기로 유명한 전남에서도 가장 높은 수치”라고 설명했다. ‘공기의 비타민’으로 불리는 산소 음이온은 면역력 증진과 비염·천식 완화, 혈액 정화 등에 효능이 있다.

비가 내린 지난 24일 전남 구례군 산동면 수락폭포. 장마철이나 비가 내린 직후 수락폭포는 굉음과 함께 은빛 폭포수를 쏟아낸다. 프리랜서 장정필
“천둥 같은 굉음”…동편제 거장도 수련
근대 최고의 명창으로 꼽히는 송만갑 선생이 수락폭포에서 가다듬은 것은 철성(鐵聲)이다. 동편제 판소리에서 쇠와 같이 강하고 딱딱한 성음을 말한다. 전문가들은 그의 소리에 대해 “돌덩이처럼 뭉친 소리, 높은 음역에서 가지고 노는 최고의 기술”이라고 평가한다. 그는 ‘춘향가’와 ‘심청가’ 등을 창극화했으며, ‘춘향가’ 중에서도 특히 ‘농부가(農夫歌)’를 잘 불렀다.

지리산 자락인 전남 구례군 수락폭포 등에서 소리를 단련한 국창 송만갑 선생의 조형물과 생가. 그는 일제강점기에는 네 차례 음반작업을 통해 민족의 소리를 지키는 데도 앞장섰다. 프리랜서 장정필
고종 총애한 명창…음반 녹음해 민족의 소리 지켜
현재 구례에는 그의 업적을 기리기 위한 동편제판소리전수관과 송만갑 생가 등이 있다. 섬진강을 경계로 각각 동쪽과 서쪽에서 전승된 소리를 동편제와 서편제로 분류한다. 동편제는 애절하고 기교적인 서편제(西便制)와 달리 씩씩하고 웅장한 소리의 특성이 있다.

지리산 자락인 전남 구례군 수락폭포 등에서 소리를 단련한 국창 송만갑 선생이 일제강점기에 음반을 녹음하는 모습. 사진 동편제판소리전수관
송만갑, ‘웅장한 철성(鐵聲)’ 동편제 완성자
전국적으로 많은 폭포가 있지만, 물맞이가 가능한 폭포는 손에 꼽는다. 이름난 대형 폭포는 대부분 폭포 앞에 수심이 깊은 폭호(瀑湖)가 있어 접근 자체가 쉽지 않아서다. 반면 수락폭포 같은 물맞이 폭포는 물줄기가 쏟아지는 곳에 암반 등이 있고 폭호가 깊지 않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 지난 7월 21일 제주 서귀포시 동홍동 소정방폭포를 찾은 시민이 시원하게 쏟아지는 물줄기를 감상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주도 소정방·원앙폭포도 물맞이 명소
소정방폭포는 정방폭포에서 300여m 떨어진 5m 높이에서 떨어지는 폭포를 감상하며 물맞이를 할 수 있다. 서귀포 돈내코에 있는 원앙폭포도 양 갈래로 떨어지는 물줄기를 맞는 물맞이 폭포다.
해외에서는 나이아가라 폭포가 물맞이를 할 수 있는 대표적인 곳이다. 나이아가라 폭포 가운데 미국쪽에서는 폭포밑까지 걸어가면 물맞이를 할 수 있다. 캐나다쪽 나이아가라 폭포는 배를 타고 접근하면 안개비같은 폭포수를 맞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