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 여행지

초가을은 강원도 평창 봉평면에 메밀꽃이 만발하는 시기다. 올여름 집중호우 탓에 메밀 작황이 부진하지만 사진 같은 풍광을 볼 수 있는 메밀밭도 곳곳에 있다. 달 밝은 밤에는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에 묘사된 것처럼 숨 막히는 절경이 펼쳐진다.
봉평은 소설가 이효석(1907~42)의 고향이자 그의 대표작 ‘메밀꽃 필 무렵’의 배경이다. 축제가 취소됐어도 작가의 흔적을 톺아보는 문학기행을 즐기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다.
봉평면에는 이효석문학관과 2018년 8월 개장한 이효석달빛언덕이 있다. 문학관은 작가의 생애와 문학세계에 집중하고, 달빛언덕은 체험과 재미에 초점을 맞춘다. 달빛언덕에는 집 두 채가 있다. ‘이효석 생가’는 작가가 나고 자란 초가집을, ‘푸른집’은 만년에 살던 평양 주택을 재현했다. 푸른집 옆 언덕에는 지난해 파주에서 옮겨온 작가의 묘지도 있다.

이효석달빛언덕에 있는 초가집.
축제는 열지 않지만 마을 주민은 이효석문화마을에 조명을 밝히고 흥정천에 섶다리도 설치했다. 이효석문학선양회 전병설 위원장은 “공연을 비롯한 행사만 없을 뿐 축제를 위해 준비한 인프라는 그대로 뒀다”며 “문학 고장의 정취를 느끼러 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봉평오일장에서 맛본 묵사발과 메밀부침, 감자전.
이효석문화마을에서 남안교를 건너면 봉평전통시장이다. ‘메밀꽃 필 무렵’의 주요 배경이다. 시장에 57개 상점이 있는데, 85개 팀이 좌판을 까는 장날(2·7일)에는 100년 전 장터 같은 분위기가 난다. 추석을 1주일 앞둔 지난 2일 오일장은 고랭지 채소와 산나물, 온갖 먹거리를 파는 상인과 주민, 관광객으로 북적거렸다.
시장에선 먹는 재미를 놓칠 수 없다. 15년째 오일장에 나오고 있다는 ‘아랑이네’에서 메밀부침·감자전·묵사발·수수부꾸미를 먹었다. 구수한 음식에서 다정한 기운이 느껴졌다. 아랑이네 원복순(64) 사장은 “직접 재배한 채소로 음식을 만든다”며 “믿고 드시라”고 말했다. 김형래 봉평상인회장은 “봉평장은 크진 않지만 ‘정’과 ‘덤’이 있는 푸근한 시골 장”이라고 말했다.

정원 전망이 좋은 무이예술관 카페.

BTS ‘인더숲’ 촬영지. ‘인더숲 스테이’ 이용객만 방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