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생각을 안 하니 야구가 잘 됐다… 후반기 3할 타자의 비결

한화 외야수 노수광. 사진 한화 이글스

한화 외야수 노수광. 사진 한화 이글스

야구에 대한 생각을 내려놓으니 잘 풀린다. 뜨거운 후반기를 보내는 한화 이글스 외야수 노수광(32)의 비결이다.

한화는 8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서 5-4로 이겨 2연패를 탈출했다. 2번 타자 노수광의 활약이 눈부셨다. 5타수 4안타 1타점 2도루.

1회 첫 타석부터 안타를 친 노수광은 5회 세 번째 타석에선 기습번트를 시도했고, 파울이 됐다. 2구째도 공격적으로 휘두른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3루수 허경민이 잡으려 했지만, 살짝 빠져나갔고 유격수 김재호가 잡았다. 1루로 송구했지만 노수광의 빠른 발이 내야 안타를 만들었다.

6회엔 2-2로 맞선 2사 1, 2루에서 우익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를 만들었다. 이날 경기 결승타였다. 마지막 타석 무사 1루에선 히트앤드런 사인이 나왔고, 절묘하게 뜬공이 좌익수와 유격수 사이에 떨어졌다.

노수광은 SK 시절인 2018년 6월 22일 수원 KT전 이후 1539일 만에 4안타를 기록했다. 경기 뒤 만난 노수광은 "언제인지 정말 기억나지 않는다"고 웃었다. 이어 "그 이후엔 정말 못했다. 오늘도 쳤는데 수비 없는 곳으로 날아가더라. 4안타는 수비 없는 곳으로 타구가 날아가야 가능하다. 운이 좋았다는 생각만 든다"고 했다. 그는 "마지막 타석은 굴리려는 생각으로 쳤는데 공이 늦게 왔다. 그런데 수비가 없는 곳에 떨어졌다. 4안타를 쳐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고 했다.


노수광은 2018년 타율 0.313(515타수 161안타)을 기록했다. 폭발적인 스피드로 장타를 만들어내 '노토바이(노수광+오토바이)'란 별명까지 얻었다. 그러나 2019년엔 타율 0.250으로 내려앉았다. 2020년 트레이드를 통해 친정팀 한화로 돌아온 뒤에도 좀처럼 반등하지 못했다. 올해도 전반기엔 타율 0.235, OPS(장타율+출루율) 0.638에 그쳤다. 그러나 후반기가 된 뒤 확 달라졌다. 타율 0.299(77타수 23안타), OPS는 0.823을 기록중이다. 

 
노수광이 밝힌 비결은 '야구에 대한 생각을 줄이는 것'이다. 노수광은 "너무 생각이 많아져서 타석에 섰을 때도 '어떤 공을 던질까'를 고민했다. 그래서 생각을 바꿔가려고 했다. 다른 생각을 안 하려고 야구 외적인 생각을 한 번 하고 들어간다. 자세한 건 얘기할 수 없다"고 미소지었다.

노수광은 프로 10년차다. 2013년 육성선수로 입단해 당당히 1군 선수가 됐다. 어찌 보면 치열한 야구에 대한 고민이 발전을 만들었다. 하지만 그게 오히려 얽매게 만들었다. 노수광은 "야구 생각을 안 할 수 없지만, '하지 말자'는 마음을 가진다. 짧은 순간에 어떤 공이 올지 모르는데 너무 머리를 쓰려고 해서 안 된 것 같다. 여유가 없어져서 타석에 가볍게 들어서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저도 모르게 야구 생각을 하게 되지만, 그러지 않으려 한다. 이런 방법은 처음 해본다. 코치님들도 너무 생각이 많은 것 같다고 조언해주셨다. 고민의 결과"라고 했다.

야구계에선 최근 '쓰레기 줍기'가 유행이다. "쓰레기를 주울 때마다 남이 떨어뜨리고 간 복을 내가 주워가는 것 같다"는 오타니 쇼헤이의 말 때문이다. 노수광은 "나도 해보긴 했는데 지금은 안 한다. 애들도 다 한다. 나는 줍는 대신 버리는 걸 줄이고 있다"고 했다.

2022시즌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마지막까지 잘 마무리하고 싶은 노수광은 "최대한 안타를 많이 치려고 한다. 그래야 내부 경쟁에서 밀리지 않는다. 수비도 코치님이 많이 도와주셔서 잘 해내려고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