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사관학교를 상징하는 건축물 중 하나인 이 육사기념관은 건축가 김수근(1931~1986년)의 작품이다.

육군사관학교 정문에서 가까운 육사기념관은 김수근 건축가가 설계해 1986년 완공했다. 기념관은 '육사'를 상징하는 의미로 64m로 지어졌다. 김상진 기자
서울 노원구 공릉동에 자리한 육사는 태릉골프장과 합쳐 부지 넓이가 약 45만평(149만 6979㎡)에 이른다. 드넓은 녹지와 병풍처럼 둘러싼 불암산 등 바위산들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이 너른 공간을 현대 건축의 거장들이 캔버스처럼 쓴 셈이다.
영욕의 역사 지닌 ‘교훈탑’
그만큼 오래된 동판일수록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하다. 무수히 많은 생도의 이름 중 뭇사람의 손을 가장 많이 탄 것은 11기생 ‘전두환’이었다. 공교롭게도 육사기념관의 별칭은 ‘교훈탑’이다.


유격대는 서울로 진격한 북한군에 맞서 1950년 6월 29일부터 3개월여간 불암산 일대 동굴을 근거지로 후방 교란 작전을 폈다. 북한군을 네 차례 공격하고 100여명의 민간인을 구출하는 등 큰 공을 세웠지만, 정작 자신들은 서울이 수복되기 전 모두 전사했다.

육사기념관 1층 전시관에는 6·25 전쟁 당시 불암산 유격대 활동을 하다가 전사한 생도들의 철모 등 유품이 전시돼 있다. 김상진 기자
기념관은 육사 개교 40주년을 맞은 1986년 지어졌다. 개관 당시엔 지하에 식당을 갖추고 꼭대기는 전망대로 꾸며 타워 기능에 충실했다고 한다. 현재 식당은 사라졌지만, 전망대는 그대로다.


‘김중업 스타일’ 돋보이는 박물관
사무동 외벽에 기와색을 입힌 삼각 벽돌로 입체감을 살리고, 전통 악기인 편종의 이미지를 차용해 장식미가 돋보이는 우수관을 설치했다. 이 삼각 벽돌은 벽돌 장인이 기와를 만들 때 쓰는 전통 가마 방식으로 구웠다고 한다.


박물관은 위에서 내려다보면 원통 모양을 하고 있다. 그 가운데 빈 공간을 중정(中庭)으로 꾸몄다. 당초 중정엔 분수가 설치돼 있었지만, 관리가 어렵다는 이유로 현재 철거된 상태다.



3층 구조의 박물관에 들어서면 빛에 반사된 스테인드글라스가 눈에 들어온다. 형식은 서양의 것이지만, 내용은 한국적이다. 사물놀이와 궁중음악 등을 형상화한 모습이 그려져 있다.






생도들 ‘애정하는’ 우당도서관
연면적 6000㎡의 육사 본부 역시 전면에서 보면 6개의 거대한 원형 기둥이 건물을 지탱하는 모습이다. 단, 국회의사당과 달리 건물 중앙에 돔형 천정은 없다.

이광노 건축가가 설계한 육군사관학교 본부는 1980년 지어졌다. 1975년 완공된 여의도 국회의사당과 양식이 유사하다. 김상진 기자
고(故)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의 부탁으로 서울 남산 밀레니엄 서울 호텔을 설계했던 김종성 건축가의 손길이 닿은 작품이기에 군더더기가 없다. 이 도서관 역시 김우중 회장이 지원해 건립했다.



도서관 명칭인 우당(愚堂)은 김 회장의 선친인 김용하 선생의 아호다. 육사 관계자는 “원래 외벽에 한자로 돼 있던 명칭을 이번에 리모델링하면서 한글로 바꾸었다”고 귀띔했다.
이외에도 육사 영내에는 조선 말 군사기관인 삼군부의 청사로 쓰인 청헌당(淸憲堂), 강석원 건축가가 설계한 화랑대 성당, 서울시건축상을 받은 원불교 화랑대 교당 등이 있다.



다행히 그간 코로나19로 멈췄던 인터넷 관광예약은 되살아났다. 육사 홈페이지를 통해 최소 3일 전 예약하면 2시간 정도 안내를 받으며 육군박물관, 야외 무기 전시장 등을 견학할 수 있다.
이와 관련, 육사 측은 “생도들의 학습권을 해치지 않으면서 지역 주민들에게 상시 개방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며 “지방자치단체와 관련 협의를 계속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