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자옥씨가 처음으로 만든 작품. 신상 보호 등을 위해 이름과 얼굴 등은 공개하지 않는다. 사진 신이어마켙
김자옥(77·여·가명)씨가 생애 처음 정규직이 된 후 삐뚤빼뚤 썼던 첫 문장이다. 김씨는 식당 일이나 폐지 줍기 등 온갖 궂은일만 칠십 평생을 해왔다고 한다. 김씨의 연륜과 위로가 담긴 손글씨 등은 온라인을 타고 최근 인기를 얻고 있다.
김씨는 ‘신이어마켙’ 소속 1대 크리에이터다. 신이어마켙은 폐지 줍는 저소득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사회적 기업 아립앤위립의 소셜브랜드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지난달 28일 올라온 김씨 등의 작업을 소개하는 글은 6일 오후 조회 수 17만을 넘었다. “취지가 정말 좋다” “할머니 표정 보니 눈물 난다”는 댓글이 쏟아졌다. 업체 측에 따르면 이후 주문량이 20배 이상 늘었다고 한다. 홈페이지에는 “갑자기 쏟아진 관심으로 물량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는 공지가 올라왔다.
폐지 줍던 어르신들의 놀라운 변신

어르신들의 교육 과정. 사진 신이어마켙
김씨는 지난해 9월 1일 폐지 줍는 어르신 중에서는 처음으로 신이어마켙의 정규직 사원이 됐다. 색연필 등에 익숙했던 김씨는 신문물인 아이패드 사용법을 익힌 끝에 “건강하려면 운동을 하는 것이 좋을 것 갔읍니다” “토끼같이 부지런하면 무엇이든 해내겠지요” 등과 같은 히트상품을 만들었다. 심현보 아립앤위립 대표는 “고령이고 빈곤한 노인에게도 평등한 일자리가 제공될 수 있다는 걸 보인 사례”라고 말했다.
지난해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2019년 기준 65세 이상 고용률은 27.7%(공공일자리 제외)로 추정했다. 심 대표는 “저소득층 노인들이 일할 기회를 만들고 정당한 임금을 받도록 하는 게 목표”라며 “안정적인 급여와 소속감을 통해 노인 삶을 보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노인들이 폐지를 주워 벌 수 있는 돈은 월 최대 13만5000원(아립앤위립 추산)에 불과한 게 현실이라고 한다.

어르신들이 주문 들어온 상품을 포장하고 있다. 사진 신이어마켙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돈을 쓰면서 뿌듯함을 느끼려는 건 2030의 소비 특징”이라며 “사회적 기업들이 운영 과정 등을 투명하게 공개해 소비자 신뢰를 얻는다면 지속적인 소비가 일어나는 동력이 될 것이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