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31일 존 윌링테일 영국 무역특사가 수소산업 전문 전시회 'H2 MEET'(옛 수소모빌리티+쇼)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 영국대사관
한국과 산업 교류 접점을 찾기 위해 방한한 존 위팅데일(62) 영국 한국담당 무역특사가 원자력발전소 추가 증설에 한국 기업의 참여를 요청했다.
위팅테일 특사는 최근 서울 광화문에서 중앙일보와 단독 인터뷰를 통해 “영국에 원전을 새로 더 지을 예정”이라며 “한국 기업도 참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이 이집트 원전 사업을 수주한 사실을 알고 있다”며 “우수한 한국 원전 기업들에 관심이 있다”고 전했다.
지난 6일 퇴임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7억 파운드(약 1조1000억원) 상당의 원전 투자 계획을 재임 중 마지막 공식 일정으로 발표했다. 영국 정부가 지난해 대규모 신규 원전 프로젝트에 할당한 17억 파운드(약 2조7000억원) 가운데 일부다. 존슨 총리는 지난 1일 잉글랜드 동부 원전 건립 예정지를 방문해 “원전 건설이 진행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렇지 않으면 미친 짓”이라는 과격한 표현까지 쓰며 에너지 분야를 강조했다.
“우수한 한국 원전 기업들에 관심”
위팅데일 특사는 1997년 국회의원 자격으로 방문한 이후 25년 만에 두 번째로 한국을 찾았다. 이번 방한에선 서울과 부산을 찾아 정·관·재계 인사를 두루 만났다. 그는 먼저 “신임 리즈 트러스 총리도 보리스 존슨 전 총리가 이끌던 보수당의 에너지 정책을 따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위팅테일 특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은 심각한 에너지 위기를 맞고 있다”며 “영국은 북해 유전을 통해 천연가스를 일부 공급받아 러시아 가스 중단에 다행스럽게 빗겨 가 있지만 전기요금 상승 등 전 세계와 유사한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개인적인 생각으로 원전에 대한 투자가 늦었다”며 “이번에 새로 짓는 원전은 예정보다 10년 정도 후에야 가동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지난달 31일 존 웰링테일 영국 무역특사가 수소산업 전문 전시회 'H2 MEET'(옛 수소모빌리티+쇼)에서 한덕수 국무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사진 영국대사관
그는 지난달 31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규모의 수소산업 전문 전시회 H2 MEET(옛 수소모빌리티+쇼)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전시장을 둘러봤다. 위팅테일 특사는 “영국은 수소를 비롯해 풍력과 바이오 등 대체 에너지에 적극적”이라며 “수소 에너지는 특히 트럭과 버스, 항공기 운항에 적합한 에너지로 보고 있다”고 언급했다.
유럽연합(EU) 의회가 2035년부터 휘발유‧경유 차량 판매를 금지한다는 방침에 따라 프랑스‧독일 등에서는 친환경차 전환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영국은 EU를 탈퇴했지만, 친환경 정책에는 유사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위팅테일 특사는 “전통적인 완성차 업체들의 일부 반발도 있지만, 환경 보호를 위해 유럽 각국 정부가 이산화탄소를 규제하는 방향을 밟는 데는 변함이 없다”고 전했다.
“IRA로 인한 한국 완성차 업체 어려움 이해”
그는 이날 인터뷰에서 “영국은 애스턴마틴과 재규어, 랜드로버 등 고급차 브랜드를 갖고 있다”며 “혼다와 닛산, 도요타와 같은 일본 완성차 업체들이 유럽 시장 공략을 위해 영국에서 생산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IRA로 한국 완성차 업체의 어려움을 알고 있다”며 “영국에서도 유사한 고민이 있다”고 전했다. 다만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자국 보호주의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을 묻자 “정치적인 주제가 될 수 있다”며 말을 아꼈다.
한국의 콘텐트 산업에도 관심을 보였다. 이번 방한 기간 중에 SM엔터테인먼트 본사를 방문해 K팝 성장 가능성을 직접 알아봤다. 그는 “K팝을 비롯해 게임 산업 등 한국의 콘텐트는 디지털을 통해 세계에서 더욱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존 윌링테일 영국 무역특사가 2일 서울 광화문 인근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민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