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12일 경북 포항시 남구 대송면 일대에서 해병대 장병들이 구슬땀을 흘리며 태풍 '힌남노' 피해 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태풍 ‘힌남노’가 할퀴고 간 경북 포항, 부산 등 피해 지역에선 자원봉사자와 수재민 등이 응급복구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들은 한가위 연휴도 잊은 채 구슬땀을 흘렸다.
자원봉사자 등 3만5000명 구슬땀
이들 중 상당수는 주로 주택, 상점 등에서 물에 잠기거나 흙투성이가 돼 못쓰게 된 물건 정리에 나섰다. 냉장고처럼 무거운 가전제품은 특전사 요원이 맡았다. 이들 요원은 헬기를 타고 포항공항으로 날아온 뒤 현장에 일사불란하게 투입됐다. 일반 봉사자들은 거리를 뒤덮은 수해 쓰레기를 치우고, 의용소방대원들은 침수피해가 발생한 포스코 사업장 내 배수 작업을 도왔다.
곳곳서 답지한 온정 손길
경북도에 따르면 태풍 피해 응급 복구율은 오전 7시 기준 49.1%다. 다만 주택 등 민간 사유시설의 경우 이보다 더 낮은 39.9% 수준이다. 도움의 손길이 더욱 필요한 상황이다.
이번 태풍으로 경북 지역 내 이재민은 1000세대 1493명이 발생했다. 아직 183세대 240명이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이중 포항에만 162세대 214명이 마을 경로당 등 대피소에서 생활하고 있다.
합동 차례상서 눈시울 붉힌 이재민
차례를 지낸 한 어르신은 “차례 준비를 잘 해주셔서 감사하고, 이렇게라도 추석 차례를 지내니 마음에 안정이 된다”고 말했다. 다른 주민은 “뜻하지 않은 태풍 피해로 힘이 들지만, 군 장병들과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으로 힘과 위안을 얻고 있었는데, 차례상을 보니 눈물이 난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한가위인 지난 10일 오전 경북 포항시 남구 대송면 다목적복지회관에서 태풍 피해 이재민들이 포항시에서 마련한 차례상으로 합동 차례를 지내고 있다. 연합뉴스
49년만에 용광로 멈춘 포스코 회복 중
포항제철소 고로 3기가 동시에 가동을 멈춘 것은 1973년 쇳물 생산을 시작한 이후 49년 만에 처음이다. 포스코는 추석 연휴 기간 하루 300여 명의 광양제철소 직영 정비·협력사 직원들을 복구 작업에 투입했다고 전했다.

지난 6일 부산 해운대구 청사포에서 주민과 공무원이 태풍 '힌남노'에 파손 등 피해를 본 해안도로를 정리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태풍 할퀸 부산, 울산도 복구 분주
인접한 울산에서는 태풍으로 유실된 하천 제방 복구 작업이 이어졌다. 중장비를 투입해 유실된 제방과 웅덩이 등을 다시 메우는 방식으로 작업이 이뤄졌고, 항구 복구를 위한 정확한 피해 조사가 이뤄질 예정이다. 침수 피해를 입었던 태화강 국가정원 83만5000㎡와 태화강·동천강 산책로 52.43㎞, 둔치 주차장 등은 지난 8일 응급 복구와 청소가 대부분 마무리됐다.
제주에서는 농경지에 물을 뿌리거나 농약을 뿌리는 작업이 한창이다. 태풍으로 인해 농경지에 짠물이 유입되면서 당근, 월동무, 양배추 등 겨울채소 새싹이 말라가는 피해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농민들은 이미 죽어버린 겨울채소 새싹을 파내 내버리는 정리 작업도 진행했다. 제주올레길이나 거리에서는 군부대 등이 투입돼 환경 정비 활동을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