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일 새벽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 인근에서 신자유연대 회원들과 반일행동 회원들이 대치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두 단체 모두 전날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집회를 열겠다고 신고했다. 연합뉴스
신자유연대 측 관계자들과 소녀상 앞에서 대기하고 있던 반일행동 측 관계자들은 전날 오후 10시쯤부터 4시간가량 대치했다. 양측은 소녀상을 둘러싼 채 실랑이를 벌였고, 이 과정에서 집회 참가자 1명이 병원으로 옮겨졌다가 치료를 받고 귀가했다고 한다. 경찰은 폴리스라인(경찰저지선)을 설치하는 등 물리적 충돌 상황이 일어나지 않도록 현장을 관리했고, 양측은 서로를 향해 고성을 지르며 맞섰다. 소란 상황은 12일 자정을 넘겨 오전 2시쯤이 돼서야 끝이 났다.
반일행동은 신자유연대를 가리켜 ‘친일(親日) 극우’라고 지칭, “소녀상을 철거하겠다며 테러를 자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일행동 관계자는 “신자유연대는 소녀상 바로 앞까지 차량을 들이민 다음 ‘철거’ 플래카드를 강제로 설치하려 했다”며 “작정하고 전날 기습 집회를 계획한 것 같다”고 했다.
그간 신자유연대 등 보수 성향 시민단체들은 “위안부는 사기”라고 주장하며 소녀상 인근에서 정의기억연대의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수요시위’에 맞불성 집회를 열어왔다. 집회 장소를 놓고 빚어진 시민단체 사이의 갈등은 지난 2020년부터 현재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지난 3월 양측은 서로를 명예훼손 등 혐의로 고소·고발하는 등 소송전도 벌였다.
경찰은 신자유연대와 반일행동 모두 사전에 집회 개최를 신고했다고 전했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에 따르면 시간과 장소가 중복되는 2개 이상의 신고가 있을 경우 관할경찰서장은 각 집회 간 시간이나 장소를 나눠 열도록 권유할 수 있도록 한다. 신자유연대가 소녀상 앞 집회 신고를 가장 먼저 했다고 하더라도 해당 장소에 나타나지 않는 등 상황이라면 2순위로 신고한 반일행동 측 집회가 열릴 수 있고 또한 경찰의 보호 대상이 될 수 있다. 소녀상 인근 집회·시위를 관리하는 서울 종로경찰서 관계자는 “반일행동 측은 24시간 소녀상 앞에서 집회를 개최하고 있었다”며 “신자유연대가 1순위 집회 신고를 했단 이유로 현재 집회를 진행 중인 반일행동 측에 ‘나가라’고 강제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현장 질서 및 안전 유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관리가 녹록지는 않은 상황이다. 이 관계자는 “구역을 나눠 양측의 집회가 평화롭게 진행되도록 권유하고 있지만, 야간에 돌발적인 충돌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경찰로선 현장에서 벌어진 마찰 상황이 최소화되도록 (관리에)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경찰은 대치 상황 채증 내용을 분석한 뒤 양측 관계자들의 집시법 위반 소지가 있는지 검토할 계획이다.
한편 신자유연대 측은 경찰이 불공정한 집회 관리를 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신자유연대 측 집회 보호를 하지 않은 종로경찰서 관계자 등을 고소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지난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 인근에서 신자유연대 회원들과 반일행동 회원, 경찰들이 뒤엉켜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반일행동 측은 신자유연대 회원들이 평화의 소녀상에 위해를 가하려고 했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