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아이 말 습관, 이런 게 고민이에요
“아이가 발표할 때 로봇처럼 말해요.”
“말할 때 감정이 느껴지지 않아서 아이의 마음을 잘 모르겠어요.”
“고학년인데 여전히 어린 아이처럼 말해요.”
“말할 때 감정이 느껴지지 않아서 아이의 마음을 잘 모르겠어요.”
“고학년인데 여전히 어린 아이처럼 말해요.”
혹시 말 잘하는 어린이를 본 적 있으신가요? 자기가 읽었던 책이나 경험했던 것을 말하는 데 어른들도 쏙 빠져 들 만큼 흥미롭게 말하는 아이들이 있죠. 어른들도 마찬가지예요. 똑같이 주말에 다녀온 여행지에 대해 말해도 누가 이야기하느냐에 따라 때로는 재밌고, 때로는 지루하게 느껴집니다. 왜 이런 차이가 생기는 걸까요? 말은 자기가 전하고자 하는 의미를 ‘음성적’으로 잘 전달해야 즐겁게 들리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누군가를 보고 ‘말 잘한다’고 느끼는 포인트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흔히 저학년 아이들은 유치원 때 배운 노래처럼 말끝의 높이를 올려서 강조할 때가 많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1학년 ↗ 3반↗김똘똘↗입니다.↗ 제가↗발표할 주제는↗우리가족 여행입니다.↗”처럼요. 이런 어투가 지속 되면 듣는 사람은 답답하고 지루해집니다.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는 데 필요한 단어들이 잘 들리지 않으니까요. 내용이 잘 들리지 않으면 그 이야기는 따분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겠죠. 말을 재미있게 하려면, 잘 들리게 말하는 게 먼저입니다.
노래하듯 말하면 다르게 들려요
여기서 약속된 방식이란 사회적으로 협의된 음성적 표현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점심 먹었어”라는 문장에서 말끝을 내리면 “나는 점심 먹었어”라는 말이 되고, 말끝을 올리면 “너 점심 먹었어?”라는 질문이 됩니다. 따로 배우지 않았지만 우리는 이미 약속된 음성적 표현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말끝을 올리면 ‘질문’, 힘주어 말하면 ‘강조’, 말끝을 내리면 ‘종결’이라는 걸 모두 알고 있죠. 그런데 미리 준비된 시나리오가 있거나, 긴장하고 말해야 하는 환경에서는 이런 약속들을 잊게 됩니다. 평소에는 말을 잘하던 사람이 발표 자리에 서면 어린아이 같은 말투를 쓰거나 딱딱하게 말하게 되는 건 그래서입니다.
말을 잘 하는 사람을 잘 관찰해보면 음성의 높낮이가 굉장히 다양합니다. 저음, 중음, 고음을 골고루 사용하기 때문이에요. 실제로 이영애, 이병헌, 이선균, 송윤아 등 대사 전달력이 좋다고 인정받는 배우들의 음성을 분석해보면 자신이 전하려는 내용에 맞춰 음역이 넓게 오르락내리락하는 걸 볼 수 있죠.
이렇게 말에 ‘높낮이’를 더하면 듣는 사람을 지루하지 않게 하고, 감정을 담아 말할 수 있어요. 노래하듯 들리기 때문입니다. 일정한 톤과 속도로 가사를 읽으면 내용이 잘 이해되지 않고, 감정 또한 와 닿지 않지만, 노래로 부르면 다르게 느껴지는 이유입니다. 사랑, 기쁨, 슬픔 등 다양한 감정이 음성에 담겨 감미롭게 들리죠. 그래서 똑같은 3분이라도, 노래로 들으면 시간이 빨리 지나가듯 느껴집니다. 말을 잘 들리게 하는 원리도 같습니다. 우리는 이 중간 지점을 찾아 말하면 됩니다.

먼저 말하기의 음성적 약속을 지키는 게 포인트입니다. 말할 때 음을 ‘도(저음)’, ‘미(중음)’, ‘솔(고음)’으로 구분해보세요. 이때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나오는 목소리를 ‘미’로 기준 삼아 말하면서 강조를 하고 싶거나, 질문할 때는 말끝을 ‘솔’로 올립니다. 말을 끝마칠 때는 ‘도’ 정도의 음으로 말하고요.
속도도 중요합니다. ‘솔’음을 사용해야 하는 순간에는 속도를 1.5배 정도로 느리게 해보세요. 그러면 상대방은 여러분이 말하는 내용을 더 잘 이해하게 될 겁니다. 앞서 언급한 “안녕하세요. 저는↗ 1학년 ↗ 3반↗김똘똘↗입니다.↗ 제가↗발표할 주제는↗우리가족 여행입니다.↗”를 노래하듯 말하기로 바꿔볼까요? 글자 위에 적인 음을 확인하며 다음 문장을 말로 내뱉어 보세요. 노래하듯 말하는 게 무엇인지 좀 더 선명히 느껴질 겁니다.

이 말하기의 대표적인 모범 사례는 방송 뉴스입니다. 집안일을 하거나, 아이와 놀이를 하면서도 무심코 틀어놓은 저녁 뉴스는 유난히 귀에 쏙쏙 박힙니다. 그 비결에 도, 미, 솔 법칙이 있습니다. 오늘 저녁에는 뉴스를 보면서 아나운서와 기자가 내용의 어떤 부분에서 ‘솔’을 사용하는지, 어미 처리를 할 때 ‘도’는 어떻게 내는지 분석하면서 들어보세요. 말 잘하는 법을 배우는 데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겁니다.
이렇게 해보세요
① 잘 안 들리는 내용은 친절하게 되물으세요
아이가 중요한 단어를 우물거리며 말한다면 그 부분을 짚어서 되물어 주세요. “방금 뭐라고 말한 거지? 어디를 갔다고 말한 거야?”처럼요. 이해하지 못한 내용을 되물으면 말을 하는 사람은 자연스럽게 그 내용을 ‘솔’음으로 강조해 높고 천천히 말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아이는 중요한 내용에 힘을 주어 말해야 한다는 걸 배우게 됩니다. 이때는 “너의 말을 잘 듣고 싶은데, 들리지 않아서 아쉽다”는 마음을 함께 전하세요. 취조하듯 물어보면 아이는 주눅이 들어서 목소리가 더 작아집니다.
② 듣는 사람의 마음을 알려주세요
아이가 집에 돌아와 양육자를 만나면 그날 있었던 신나는 일을 말하곤 합니다. 이때 영혼 없이 딱딱하게 말하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그럴 땐 아이의 말하기 방식이 상대방에게 어떻게 들리는지 말해주면 도움이 됩니다. 상처받지 않도록 아이를 독려하며 좋은 말하기를 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게 중요합니다. 아래의 순서대로 말해보세요.
1.(공감하기) “아, 그랬구나”
2.(듣는 사람 입장 말해주기) “오늘 정말 재밌었겠네! 그런데 우리 똘똘이가 그 느낌을 더 실감나게 전해주면 진짜 엄마·아빠가 해본 것처럼 재미있게 느껴질 거 같아.
3.(예시를 보여주며 따라하도록 유도하기) “똘똘이가 신나게 했던 활동이나 재미있었던 상황 이름을 '솔' 음으로 두면서 말해볼까?”
“엄마·아빠! 오늘 학교에서 '송편만들기'(솔솔미미미)를 했는데요. 우리반에 섭섭이(솔솔솔)가(미) 돼지(솔솔)랑 응가(솔솔) 모양으로 만들어서 친구들이 다(솔) 같이 웃(솔)었어요”
2.(듣는 사람 입장 말해주기) “오늘 정말 재밌었겠네! 그런데 우리 똘똘이가 그 느낌을 더 실감나게 전해주면 진짜 엄마·아빠가 해본 것처럼 재미있게 느껴질 거 같아.
3.(예시를 보여주며 따라하도록 유도하기) “똘똘이가 신나게 했던 활동이나 재미있었던 상황 이름을 '솔' 음으로 두면서 말해볼까?”
“엄마·아빠! 오늘 학교에서 '송편만들기'(솔솔미미미)를 했는데요. 우리반에 섭섭이(솔솔솔)가(미) 돼지(솔솔)랑 응가(솔솔) 모양으로 만들어서 친구들이 다(솔) 같이 웃(솔)었어요”
반대로 너무 흥분해서 말하거나 짜증내듯 크게 말하는 아이에게는 ‘솔’보다는 ‘미’와 ‘도’의 음성을 사용해 말할 수 있도록 방법을 제시해 줍니다.
③손을 쓰며 말해보세요
제스처는 시각적인 몸짓언어이지만, 음성을 조절하는 데도 도움이 돼요. 어떤 내용을 강조할 때 손바닥과 팔을 뻗어서 말하면 나도 모르게 강조하듯 음성에 악센트를 주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평소 말할 때 팔을 들고 다양한 제스처를 사용하며 말하는 연습을 하면 양육자의 말하기에도 다양한 음역대가 생깁니다. 어떤 노래를 잘 부르기 위해서는 그 노래를 수십 번 들으며 따라 해야 하는 것처럼, 노래하듯 말하는 양육자의 목소리를 많이 들은 아이는 말할 때 자연스레 그 목소리를 따라 하게 됩니다.
우리 아이 표현력 키우기 실천가이드
하나의 어절(문장을 이루는 최소 단위)과 단어 안에서 ‘도’ ‘미’ ‘솔’을 바꿔 말해보는 연습입니다. 먼저 이름을 가지고 해보세요. 어절마다 각기 다른 음으로 말해보는 겁니다. 3음절 이상의 단어를 가지고 한 음절씩 ‘솔’과 ‘도’ 사이를 오르락내리락 하는 놀이를 하다 보면 다양한 음역을 연습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 예시
이(솔) 운(도) 정(도)
이(도) 운(솔) 정(도)
이(도) 운(도) 정(솔)
이(솔) 운(도) 정(도)
이(도) 운(솔) 정(도)
이(도) 운(도) 정(솔)
②중요한 단어에 액센트 표시하기
동화책을 읽을 때나 발표문을 볼 때 중요한 단어 첫 글자에 액센트 표시(′)를 하고 읽어보세요. 액센트 부분을 읽을 때는 손바닥을 펴서 앞으로 찌르는 듯한 제스처를 함께 취해봅니다. 이렇게 하면 ‘읽기’를 음성적 표현 방식인 ‘말하기’로 쉽게 전환할 수 있습니다. 이 연습을 꾸준히 하면 원고에 악센트 표시를 하지 않아도, 눈에 보이지 않는 표시가 느껴지게 됩니다. 자연스레 평소 말을 할 때도 적절한 부분에서 강조하게 됩니다.

③연기하듯 동화책 읽기
대화체가 많은 동화책을 골라서 책 안의 대화를 실제로 말하듯이 읽는 훈련을 해봅니다. 실제로 배우들이 촬영을 앞두고 대본을 보며 연습하는 방법입니다. 스피치 수업에서도 영화나 드라마의 대본을 일부 차용해서 말하기 연습을 하곤 합니다. 동영상을 보며 배우가 지문의 어느 부분에서 ‘솔’로 강조해 말했는지, 어미 부분은 어떻게 말하는지 듣고 따라 해 보세요.
초등학생에게 인기 있는 애니메이션〈쿵푸팬더〉를 추천합니다. 주인공 ‘포’가 쿵후 대전에서 패해 속상한 마음을 표현하고, 이 모습을 지켜보던 사부가 위로를 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이 장면에 나오는 대사에 악센트와 음역 표시를 한 내용을 소개합니다. 대사에 표시한 액센트와 음역에 따라 연습을 하다 보면 영혼 없이 말하던 아이도 자연스럽게 감정 표현을 따라하게 될 겁니다. 이렇게 역할극을 하듯 책을 읽으면 표현력이 좋아질 뿐 아니라 재미있게 말 잘하는 아이가 될 수 있습니다.

애니메이션 '쿵푸팬더' 중 주인공 포와 사부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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