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8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핵무기를 이용한 ‘선제공격’의 구체적인 조건을 내거는 등 북한이 핵 전력화 완성 단계로 치닫는 상황에서다.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12일(현지시간) 열린 이사회에서 성명을 통해 북한의 추가 핵실험 징후와 관련해 새로운 움직임을 공개했다. 그는 “4번 갱도로 이어지는 도로에서 새로운 작업을 아주 최근 목격했다”며 “핵실험장 재개장은 매우 골치 아픈 일”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지난 2018년 5월 24 폭파 전 공개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의 4번 갱도 입구. AFP=연합뉴스
북한이 지난 2018년 5월 폭파한 핵실험장 갱도 중 수 차례 핵실험으로 노후한 2번 갱도와 달리 3번과 4번 갱도는 한 번도 핵실험을 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폭파 당시에도 갱도 입구만 재건하면 언제든지 핵실험을 재개할 수 있다는 평가가 잇따랐다.
일각에선 북한이 3번 갱도에서 7차 핵실험을 진행한 뒤, 4번 갱도 등에서 8ㆍ9차 핵실험을 연달아 강행할 수 있다고 내다본다. 김 위원장이 시정연설에서 “전술핵 운용 공간을 부단히 확장하고 적용 수단의 다양화를 더 높은 단계에서 실현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여러 차례 추가 핵실험을 시사한 것이란 풀이다.

북한이 2018년 5월 24일 폭파한 풍계리 핵실험장 갱도 가운데 '3번 갱도'(붉은색 원)에서 7차 핵실험을 준비하고 있다. 3번 갱도 바로 위에 있는 것이 4번 갱도다. 사진은 갱도를 폭파할 당시 북한이 공개한 갱도 지도. 연합뉴스
추가 핵실험뿐 아니라 미 본토를 사정권에 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도 조만간 재개할 가능성이 있다. 권용수 전 국방대 교수는 “김 위원장이 이번에 핵사용을 구체적으로 명문화한 것은 핵을 실제 무기체계에 탑재해 사용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나타낸다”며 “핵실험 이후 핵 투발 수단인 ‘화성-17형’이나 고체엔진을 쓰는 ICBM을 시험 발사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 김 위원장은 지난해 1월 노동당 8차대회에서 “최대 주적은 미국”이라며 “핵 선제ㆍ보복 타격 능력을 고도화하기 위해 1만5000km 사정권 표적에 대한 명중률을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8일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4기 7차 2일차 회의에서 핵무력 정책과 관련한 법령을 채택했다고 이튿날 전했다. 사진은 최고인민회의에서 시정연설을 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그는 연설에서 "전체 조선인민의 총의에 의하여 국가 핵무력 정책과 관련한 법령을 채택한 것은 국가방위수단으로서 전쟁 억제력을 법적으로 가지게 되었음을 내외에 선포한 특기할 사변"이라고 말했다. 뉴스1
한편 IAEA는 북한이 지속해서 핵무기에 필요한 핵물질을 생산하는 정황도 포착했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영변 핵시설에서 5MW(e) 원자로 가동 징후가 계속 나타나고 있고, 원심분리 농축 시설 등도 계속 운영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