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전기차·반도체 이어 바이오도 ‘메이드인 아메리카’…韓 또 비상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매사추세츠주 존 F. 케네디 도서관에서 미국 내 바이오 제조 산업 강화 필요성을 강조하는 연설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매사추세츠주 존 F. 케네디 도서관에서 미국 내 바이오 제조 산업 강화 필요성을 강조하는 연설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전기차·반도체에 이어 바이오를 집중 육성 산업으로 낙점했다. 12일(현지시간) 바이오 산업의 미국 내 연구와 제조를 강화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다. 미국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반도체와 과학법’을 시행한 데 이어 행정명령으로 바이오 산업에까지 ‘메이드 인 아메리카(Made in America)’ 드라이브를 걸면서, 한국의 관련 산업에 악영향이 있을 거란 우려가 더 커졌다.

“미국에서 모든 바이오 생산”

지난해 10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한 커뮤니티센터에 비치돼 있는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AFP=연합뉴스

지난해 10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한 커뮤니티센터에 비치돼 있는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AFP=연합뉴스

백악관은 이날 바이든 대통령이 ‘국가 생명공학 및 바이오 제조 이니셔티브’ 행정명령에 서명한 사실을 공개하며 “(이번 행정명령은) 미국에서 발명한 모든 것을 미국에서 만들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기업이 생명공학 연구개발(R&D)을 하면 한국과 중국·인도 등이 이를 위탁생산(CMO)해오던 기존 산업구조를 바꿔 R&D 뿐 아니라 생산까지 미국이 주도하는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얘기다.

백악관은 “미국은 바이오 산업에서 해외 원료와 제조에 너무 많이 의존해왔다”며 “과거 미국 핵심 산업에 대한 ‘오프쇼어링(국외 이전)’은 중요 화학 물질과 의약품 성분 등 원료에 대한 접근 능력을 위협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취약한 해외 공급망을 미 전역에서 고임금 일자리를 기반으로 하는 강력한 국내 공급망으로 대체하는 이번 행정명령은 바이오 제조업 발전을 이끌 것”이라고 강조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번 행정명령은) 미국의 바이오 생산을 확대해 중국 의존도를 줄이려는 것”이라며 “미국은 중국의 첨단 바이오 제조 기반 시설에 대한 의존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美 세계 어디에도 의존할 필요 없어”

바이든 대통령도 이날 행정명령 서명 직후 매사추세츠주 ‘존 F. 케네디 도서관’에서 가진 암 정복 프로젝트 ‘캔서 문샷(cancer moonshot)’ 연설에서 “우리는 생명공학을 이곳, 미국에서 제조해야 한다. 내가 행정명령에 서명한 이유”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행정명령으로 생명공학과 바이오 제조에서도 미국이 세계를 선도하고, 일자리 창출과 가격 인하뿐 아니라 공급망을 강화할 수 있다”며 “세계 어떤 곳에도 의존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IRA·반도체법 이은 세 번째 충격

이번 행정명령은 IRA와 반도체와 과학법에 이어 바이든 행정부가 내놓은 세 번째 ‘메이드 인 아메리카’ 조치다. 지난달 시행된 두 법안 모두 미국 내 생산을 강조함에 따라 한국 기업에 파장이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IRA는 미국에서 생산된 배터리와 핵심 광물을 일정 비율 이상 사용하는 전기차에만 최대 7500달러(약 1000만원)의 보조금을 지원하도록 했다. 한국에서 전기차를 생산하는 현대차그룹으로선 보조금 지원을 받지 못해 가격 경쟁력에서 다른 기업에 밀릴 수 있다. 반도체와 과학법에는 미국에 개발·생산 시설을 구축한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되, 수혜기업이 중국에 첨단 반도체 관련 투자를 하면 지원금을 회수한다는 가드레일(안전장치) 조항이 있다. 중국에 반도체 생산시설을 가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불리한 내용이다.


삼성·SK 등 위탁생산 기업에 파장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진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진 삼성바이오로직스

국내 주요 바이오 기업들은 이번 행정명령이 앞선 두 법안처럼 한국 바이오 산업에 미칠 영향을 놓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14일 바이오 행정명령에 관한 구체적인 투자 방안을 발표하고, 180일 이내에 바이오 제조 역량 확대를 위한 구체적 전략을 내놓을 예정이다. 국내 주요 기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비롯해 미국 기업의 바이오 의약품을 위탁 생산하는 가운데 바이든 행정부가 자국 생산 확대를 위한 보조금 지원 등에 나서면 국내 기업 피해가 불가피하다. 현재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코로나19 모더나 백신을, SK바이오사이언스는 노바백스 백신을 국내에서 만들고 있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국내 바이오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들이 이미 글로벌 무대에서 인정받는 경쟁력을 갖췄지만, 미국 정부가 바이오 의약품 미국 내 생산을 강조한다면 국내 기업이 일부 영향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