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5년쯤 된 거 같은데.”
지인들과 마지막 해외여행 시기를 놓고 나눈 서글픈 대화입니다. 아직 멀리 가긴 좀 부담스럽고, 일본이라도 다녀오고 싶다고 말하는 분이 많은데요.

일본 도쿄의 야경. 셔터스톡
한국인 입장에서 지금은 일본 여행하기 정말 좋은 때입니다. 여행이 별거 있나요. 좋은 데 싸게 갈 수 있으면 최고인데, 환율 여건이 최상! 1달러 기준 143엔으로 엔화 가치가 약 30%가량 하락했기 때문이죠. 우리 돈과 비교해도 잘 알 수 있는데요. 1년 전 100엔당 1050원이었다가 지금은 960원대. 6월 초엔 930원대까지 떨어지기도 했죠. 여행을 간다면 같은 돈으로 더 먹고, 더 즐길 수 있는 셈입니다.
극강의 ‘엔저’, 매력적인 투자 아이템이기도 합니다. 쌀 때 엔화를 좀 사뒀다가 비쌀 때 팔면 소위 ‘환차익’을 얻을 수 있으니까요. 이미 눈치 빠른 투자자는 이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7월 말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의 엔화 예금 잔액은 6000억엔을 넘어섰는데요. 지난해 말 4967억엔이었으니 약 반년 만에 1조원이 넘는 돈이 몰린 거죠.

일본 하네다 공항. 연합뉴스
“반격을 시작한 게 바로 아베의 2차 집권 때. 아베노믹스의 핵심이 바로 엔저인데요. 잃었던 수출 경쟁력을 되찾으려면 엔저가 필수적이라 본 거죠. 의도적으로 엔화 가치를 낮게 유지해 온 겁니다.”<노구치 유키오 『일본이 선진국에서 탈락하는 날』>
아베 집권이 끝난 이후에도 이런 정책 방향은 여전히 유지되는 중. 최근 엔화 약세의 가장 큰 이유는 아무래도 미국과 일본의 금리 차이일 텐데 미국이 기준금리를 계속 올려도 일본은 ‘우린 아직 멀었어요’ 하는 상황이죠. 금리 차가 벌어지니 엔화를 팔려는 수요가 늘어나는 패턴이죠.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무역수지가 악화한 점도 엔화 가치를 떨어뜨리는 요인이고요.

엔화 이미지. 셔터스톡
과거 경험상 엔화가 이 정도 약세를 보였을 때는 원화 매도, 엔화 매수가 적절한 선택이었다. 2000년대 중반 세계 경제의 초호황 국면에는 100엔이 750원까지 떨어지기도 했지만, 현재 세계 경제 여건이나 한국의 낮아진 수출 경쟁력을 고려할 때 이런 시나리오는 배제할 수 있다. 엔화는 대략 900원대에서 저점을 찍고, 1100원대까지 반등하는 패턴이었다.<박희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
일본 중앙은행이 올해 하반기 중 YCC 정책(경제 모멘텀 회복을 위해 10년물 금리 상단을 제한하는 정책으로 2016년 10월부터 시행 중)에 따른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철회는 아니더라도 변경 가능성이 존재하며, 이에 따라 엔저현상도 일부 완화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다은 대신증권 연구원>
엔화 가치가 지금 달러 대비로 20년 내 가장 낮은 수준이라서 이미 (엔화 약세가) 너무 많이 진행됐다고 보고 있다. 가장 큰 트리거가 미국과 일본의 물가 차이인데 7~8% 정도의 미국 물가지수 상승률이 내년, 내후년까지 계속 이어진다면 엔화 환율이 150엔까지 갈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정점(미국과 일본의 물가 차이)이 올해이고, 내년부턴 줄어들 거로 본다.<권아민 NH투자증권 책임연구원>

엔-달러 환율. 마켓워치
①엔화 화폐 매입
②엔화 통장
③엔화 ETF
④증권사 엔화 환전

엔화.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