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시 삼성바이오로직스 송도공장에서 완제의약품 병입 공정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 삼성바이오로직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바이오 산업의 미국 내 연구와 제조를 강화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함에 따라 국내 바이오 업계가 향후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단기적으론 국내 기업의 바이오의약품 위탁 생산과 다국적 제약사의 국내 생산기지 건설 축소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12일(현지시간)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한 ‘국가 생명공학 및 바이오 제조 이니셔티브’ 행정명령은 생명공학 분야에서 미국에서 개발한 모든 것을 미국에서 만들 수 있게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미 정부는 14일 이 행정명령에 관한 신규 투자와 지원 방안을 발표한 뒤 6개월(180일) 안에 바이오 제조 역량 확대를 위한 구체적 전략을 내놓을 계획이다.
국내 바이오 업계는 바이든 정부의 이번 행정명령 발동에 대해 바이오 의약품뿐 아니라 에너지·농업 등 전체 바이오 산업에서 이니셔티브(주도권)를 확보하겠다는 미 정부의 의지, 중국 정부의 5개년 바이오(생물) 경제 발전 계획 겨냥 등을 배경으로 꼽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의 JFK 도서관ㆍ박물관에서 암 종식을 목표로 하는 '암 문샷'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 AP=연합뉴스
복수의 업계 관계자는 “세부 내용을 알기 전까진 상황을 판단하기 어렵다”면서도 득실에 대한 관측을 내놨다. 바이든 정부가 미국 내 생산을 강조한 만큼 당장 한국의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MO)이나 위탁개발생산(CDMO) 산업이 위축될 수 있다는 점은 부정적 영향으로 꼽힌다. 대표적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코로나19 모더나 백신, SK바이오사이언스는 노바백스 백신을 한국에서 생산하고 있다.
북미에서 생산한 전기차에 대한 7500달러(약 1000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정책처럼 미국 내 생산 시 인센티브 제공을 고려하고 다국적 제약사들이 한국 내 생산기지 건설을 철회한다면 이 역시 악재가 될 수 있다.
이번 행정명령이 중국을 겨냥한 조처라면 국내 바이오 기업이 높은 생산성을 앞세워 CMO 업계에서 중국 바이오 기업을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도 있다. 더욱이 미국 내에 위탁생산을 대체할 만한 생산기지를 단기간 늘리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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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현 상황에서 한국 바이오 기업들이 미국 내 생산기지를 두는 방안을 검토할 만하다”며 “그 과정에서 의약품뿐 아니라 에너지 등 전체 바이오 산업을 망라할 수 있는 정부의 바이오 거버넌스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