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해철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오른쪽)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왼쪽)을 접견, 환담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뉴스1
손경식 한국경영자협회(경총) 총회장은 14일 민주당 소속 전해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찾아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에 대한 재계 우려를 담은 검토 의견서를 전달했다. ‘노란봉투법’은 기업이 불법 파업으로 입은 피해에 대해 노동조합이나 조합원 개인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제한하는 게 골자다. 2014년 쌍용자동차 파업 때 47억원의 손해배상 판결을 받은 노조원들에게 성금을 노란 봉투에 담아 전달한 데서 이름을 따왔고, 현재 민주당의 ‘정기국회 22대 민생입법과제’에 올라 있다.
전 위원장과 비공개 접견을 마친 뒤 손 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노란봉투법에 대해 경제계에서 우려하는 바를 말씀드렸다”며 “재산권이 침해당하는 문제도 있고, 불법 파업에 대한 (손해배상) 제재조차 없다고 하면 노사 쟁의 때 과격한 행동이 나올 가능성이 있지 않은가. 민주당이 법안을 물려주기(철회하기)를 부탁드린다”고 했다. 이어 “세계 다른 나라에도 노란봉투법 같은 제도는 별로 없다”면서 “영국에 하나 있는데, 이마저 조합원 개인의 불법 행위는 처벌하게 돼 있다” 고 강조했다.
전 위원장은 이런 재계 요구에 “모든 것을 심사숙고하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전 위원장은 면담 직후 기자들과 만나 “(노란봉투법은) 모든 불법행위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를 못 하게 하는 게 아니라, 파괴 행위를 제외한 (쟁의에 대한) 손해배상을 제한하자는 것”이라며 “정부 입장도 들어보겠다”고 설명했다.

전해철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왼쪽)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오른쪽 두 번째)과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을 접견, 노동계 현안 관련 자료를 건네받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대표의 입장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는 지난 1일 이은주 정의당 지도부를 예방한 자리에서 이은주 정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노란봉투법을 포함한 노동 현안에 관한 협조를 요청하자, 이 대표는 “민주당이 하고자 하는 일이나 정의당이 지향하는 바나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4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 후 권양숙 여사를 예방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뉴스1
반면, 여당은 노란봉투법 처리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중앙일보 통화에서 “불법 파업에 대한 경영진 자구책을 상실시키고, 노조 권한만 비대화하는 법안 처리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노란봉투법 저지를 위한 재계 방문 외에도, 입법 민원을 위해 민주당을 찾는 장면들은 국회 곳곳에서 연출되고 있다. 지난 5일에는 김이수 가습기살균제 피해 조정위원회 위원장이 전해철 위원장을 찾아 경과보고를 진행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아무래도 의석수가 많다 보니 위원장이 야당 몫인 상임위에선 입법 주도권은 여전히 민주당이 쥐고 있다”며 “각계 민원이 끊이지 않는 이유”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