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심판회의, '미혼부 출생신고 제도 개선' 관계부처에 권고

국무조정실에 신설된 규제심판부 규제심판회의가 30일 미혼부 아동 출생신고 제도를 개선하라고 소관 부처에 권고했다.

현행 가족관계등록법상 혼인 외 출생자는 원칙적으로 엄마가 출생신고를 해야 한다. 생부는 예외적으로만 할 수 있게 돼 있다. 생모가 소재불명이거나 의도적으로 협조하지 않으면 미혼부가 양육과 생계 활동을 병행하면서 출생신고에 필요한 서류를 준비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규제심판회의가 30일 보건복지부 등 관련 부처에 미혼부의 자녀 출생 신고를 개선하라는 권고를 했다. 사진 픽사베이

규제심판회의가 30일 보건복지부 등 관련 부처에 미혼부의 자녀 출생 신고를 개선하라는 권고를 했다. 사진 픽사베이

 
미혼부가 출생신고를 하려면 신청서(법원 소장), 친모 인적사항을 알 수 없는 사유를 소명할 자료, 유전자 검사 결과 등을 내야 한다.

생모가 기혼인 경우에는 민법상 생모 남편의 자식으로 추정돼 출생신고 신청은 기각되고 친생자관계존부 확인소송을 다시 제기해야 하는 문제도 있다.

규제심판회의 위원들은 “출생 미신고 아동이 국가의 의료·복지혜택을 받으려면 출생신고를 위한 법원 소장, 유전자 검사 결과 등이 필요한데 이들 자료를 준비하고 입증하는 데 적어도 수개월이 소요돼 아이들이 그동안은 국가의 의료·복지혜택 사각지대에 놓인다”고 지적했다.


미혼 한부모가정 지원 단체인 ‘아빠의 품’ 김지환 대표도 이날 회의에 참석해 “아빠 중 차라리 아이를 고아원에 맡기면 기아로 처리돼 출생신고가 더 빠르지 않느냐고 말하는 분도 있다”고 현실적 어려움을 전했다.

위원들은 법무부에 "미혼부 아이의 '출생 등록될 권리' 보호를 위해 현행 가족관계등록법상 출생신고 절차와 민법상 친생추정 규정의 개선을 보다 전향적으로 검토하라"고 권고했다.

보건복지부에는 “법원 출생신고 신청 이전이라도 아동수당, 보육료, 돌봄, 건강보험 등 국가의 의료·복지혜택을 신속히 제공할 방안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또 위원들은 여성가족부에는 ’출생신고 신청 이전이라도 예외적으로 미혼부 자녀에 대해 한부모가족 아동 양육비, 아이돌봄서비스 등 필요한 지원을 신속히 제공할 방안을 마련하라”고 밝혔다.

작년 통계청 통계에 의하면 현재 통계에 잡힌 국내 미혼부는 6307명이다. 정확한 출생 미신고 아동 수는 파악되지 않았다.

윤석열 정부에서 신설된 규제심판회의는 민간전문가와 현장 활동가 등 100여명으로 구성된 규제심판부가 주축이 돼 규제 관련한 각종 의견을 수렴하는 회의체다.

이날 3시간 동안 진행한 규제심판회의에는 법무부,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 등 미혼부 출생신고 유관 부처 관계자가 참석했다.

또 규제심판부 소속 위원인 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부 교수, 김형완 법무법인 린 변호사, 윤영경 고려대 의과대학 부교수, 이재원 부경대 교수, 이필남 홍익대 교육학과 교수가 참석해 의견을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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