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도 바닷속에서 멸종위기 1급인 나팔고둥이 불가사리를 사냥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국립공원공단
백도는 새하얀 바위섬이라고 흰 백자(白)를 쓰는데, 백 개에서 하나 모자란 99개의 바위섬으로 이뤄져 일 백 백(百)자에서 획 하나를 뺀 이름이라는 설도 있다.

하늘에서 본 백도의 모습.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파도 에너지가 굉장히 강한 외해(外海,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바다) 영역에 있다 보니까 침식에 의해 섬이 분리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바다 아치나 수직 절벽 같은 지형이 우리나라 해상에 있는 어느 섬보다도 탁월하게 나타나고 있죠.”
함께 배에 탄 서종철 한국환경지리연구소 대표가 섬을 가리키며 설명했다. 수십 년 동안 섬을 연구한 그는 “동해에 독도가 있다면 남해에 백도가 있을 정도로 경관은 물론 생태학적 가치로도 손꼽히는 섬”이라고 말했다. 백도는 국제적으로도 보호지역으로서 가치를 인정받아 2016년 국내 최초로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으로부터 카테고리 Ia(학술적 엄정보호구역)로 인증됐다.
43년 동안 간섭 없어…멸종위기종 천국

다양한 해양생물들이 서식하는 백도의 바닷속 풍경.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실제로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국시모) 다이버들이 지난 3년간 백도 바닷속을 모니터링한 결과, 유착나무돌산호·긴가지해송 등 다수의 보호종이 발견됐다. 정인철 국시모 사무국장은 “오랫동안 인위적 간섭이 없다 보니까 멸종위기 산호들이 군집 형태를 이루면서 대규모로 서식하고 있다”며 “푸른바다거북이나 나팔고둥 같은 희귀 해양생물들도 자주 목격이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불가사리 사냥하는 나팔고둥…고래상어도 포착

백도 바닷속에서 나팔고둥이 불가사리를 사냥하는 모습.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국립공원공단

백도 인근 해상에서 거문도 주민들에 의해 발견된 고래상어.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출입 금지인데 어업 쓰레기가…“단속 어려워”

백도 바닷속에서 발견된 폐어구 등 해양 쓰레기들.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특히, 폐어구와 낚싯줄 등 해양 쓰레기가 깨끗한 백도의 바다 생태계를 직접 위협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국시모 다이버들의 수중 조사에서도 폐통발·그물 같은 어업 쓰레기로 인해 유착나무돌산호가 훼손된 흔적이 발견됐다.

백도 바닷속에 페트병이 떠있다.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정 사무국장은 “백도 바다에는 멸종위기종뿐만 아니라 문화재청이 관리하는 천연기념물도 다수가 서식하고 있다”며 “이런 생물종들에 대한 보호 대책도 전혀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보호 구역을 해제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