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위험 확대 해석 말아야”
특히 이 부총재보는 지난해 한은이 발간한 ‘2022년 하반기 금융안정보고서’를 바탕으로 ▶현재 금융시스템 상황 ▶가계 채무상환 능력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위험성에 대해 아직 위기 상황은 아니라고 진단했다.
가계 채무, 부동산PF “걱정할 수준 아냐”
이 부총재보는 최근 금융 불안 요소로 꼽히는 가계채무에 대해서도 아직 걱정할 단계는 아니라고 평가했다. 특히 이 부총재보는 지난해 3분기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차주의 평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60.6%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인 2015년~2018년(62~63%) 수준보다 오히려 떨어졌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 DSR을 차주 개인이 아닌 가계 전체로 계산한다면 40%대 수준으로 낮아진다는 점도 강조했다. 차주의 부실 정도를 나타내는 주택담보대출 연체율도 낮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낙관적 상황인식…경계심 풀면 안 돼”
특히 전문가들은 가계 채무 문제는 통상 시차를 두고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지금 문제가 없다고 해서 안심할 수준은 아니라고 했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낮은 연체율은 정부의 금융 지원 정책에 영향이 크기 때문에, 앞으로 정책 효과가 떨어지면 언제든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면서 “부동산 담보대출 같은 경우는 금액도 많고 금융 시스템으로 불안이 전이 될 수 있어서 적극적 관리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 부총재보는 예외적 상황이라고 했지만 부동산 경기 부진이 이제 시작이며 장기 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보는 전문가도 많았다. 이럴 경우 부동산PF를 중심으로 금융 불안이 시스템 전반에 번질 수 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레고랜드 사태 등으로 문제가 된 부동산PF자산유동화어음(ABCP)은 3개월짜리 단기이기 때문에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으면 언제든 차환이 안 될 수 있는 것”이라며 “이를테면 경기가 좋지 않아 둔촌주공 같은 아파트가 미분양이 나면, 그보다 입지가 좋지 않은 곳의 부동산PF ABCP는 줄줄이 차환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지금 시한폭탄을 돌리고 있는 것과 다름이 없다”고 했다.
한은이 지금 낙관론을 펼칠 게 아니라 현실적 경계심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정식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정책당국이 현실과 동떨어진 낙관론을 펴면 그것이 오히려 시장 불안을 키울 수 있다”면서 “미국 긴축정책으로 인한 경기 침체가 올해부터 본격 시작한다는 전망 많기 때문에 지금은 오히려 경계심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