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 발표한 공약을 통해 각각 사법개혁과 검찰개혁 방안을 공개했다. 사법부에 대해선 대법관 증원과 법관평가위 도입, 검찰은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것이 핵심이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과 더불어민주당 추진 법안을 토대로 미리 전망한 형사사법제도 변화다. 이 대통령은 검사의 수사권을 완전히 없애고 기소 및 공소유지 권한만 남기는 검찰개혁 외에 대법관 증원, 법관 평가위 도입 등 사법개혁 완수를 10대 공약으로 냈다. 법학계에선 “그대로 실행된다면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가장 큰 폭의 변화로 파격적인 개혁안”(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한상훈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대법관 늘리고 법관평가위 신설…사법부 견제

박경민 기자
가장 논란이 뜨거운 건 현행 대법관 정원(14명)을 30명까지 늘리는 대법관 증원법이다. 대법관 1인당 연간 5000건 처리란 업무 과중을 표면적 이유로 내세웠지만 이 대통령 공직선거법 상고심을 유죄로 파기환송한 ‘조희대 대법원’의 구성을 인위적으로 바꾸겠다는 정치적 의도 때문이다.
민주당은 국회 법사위 법안심사소위에서 ‘공포 후 1년 유예기간 뒤 4년간 4명씩 순차적으로 증원’하는 내용의 법원조직법 개정안 대안을 마련한 상태다. 당초 12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려 했지만 일단 보류됐다. 이 대통령이 “야당과의 협의 부족”을 이유로 제동을 걸면서다.
법조계에선 대법관 증원법에 대한 신중론이 제기된다. 이종수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법관을 한번에20여명 가량 증원할 경우 대법관 구성의 왜곡이 발생할 수도 있다”며 “재판 지연을 해소하는 차원이라면 대법관 증원이 아닌 판사정원법을 통한 판사 증원이 필요한 것은 아닌지 들여다봐야 하고, 대법원 상고 사건이 지나치게 많다면 상고법원 도입 등도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법관에 대한 근무평정 등을 관리하기 위한 법관평가위원회 설치도 뇌관이 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개별 판사에 대한 평가는 소속 법원장이 맡는다. 이 평가를 근거로 대법원장이 인사권을 행사한다. 하지만 평가부터 위원회에서 맡을 경우 대법원장의 인사권이 침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위원회 구성에 따라 법관에 대한 인사평가가 자의적으로 이뤄지거나 왜곡될 경우 재판 독립 침해로 이어질 소지도 있다.
익명을 요청한 한 고등법원 판사는 “평가위원회라는 기능 자체만 놓고 보면 10년마다 이뤄지는 법관 재임용 심사 등에서 업무에 태만한 판사 등을 걸러내는 효과를 볼 수 있지만, 위원회가 대법원을 통해 사법부 전체를 장악하는 등 외부 개입이 가능해지는 구조라 삼권분립 위배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조희대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지난달 1일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사건 전원합의체 선고를 위해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 입장해 자리에 앉아 있다. 뉴스1
김대환 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재판소원은 판사의 판결에 오류가 발생할 수 있는 데다 헌법에 부합하는지를 한 번 더 스크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헌법률 심판과 유사한 개념”이라며 “지금은 법원의 헌법 해석과 헌재의 헌법 해석이 충돌할 경우 해결할 방법이 없는데 재판소원이 가능해질 경우 이같은 충돌 상황이 조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수사-기소 분리, "검찰개혁 완성"

박경민 기자
다만 이 대통령이 당선 1주일 만인 10일 국무회의에서 3대(김건희·내란·순직해병) 특검법을 의결하며 수사-기소 분리 공약이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3대 특검에는 도합 120명의 검사가 파견되는데, 각종 의혹 사건에 대한 직접 수사를 위해 특검팀에 검사를 파견하면서 동시에 검찰의 수사와 기소 분리를 추진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어서다.
검찰미래위원회·경찰개혁위원회 등에서 활동했던 양홍석 법무법인 이공 변호사는 “검찰이 해 왔던 직접수사·인지수사를 경찰이나 공수처가 대체할 능력과 인력이 있는지, 수사 권한을 다른 수사기관으로 넘긴다고 수사권 남용 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지 등을 따져보며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세심한 설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특히 검찰 수사권을 없앨 경우 경찰에서 수사한 모든 사건을 송치하고 과거 검사가 수행했던 수사 지휘와 유사한 역할을 부활시켜야 효율적 운영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이 10일 국무회의에서 개정 검사징계법을 의결하면서 검찰총장 외에 법무부 장관도 검사의 징계를 청구할 수 있게 됐다. 대선 공약인 검사 파면제 도입 법안은 아직 발의되지 않았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일반 공무원은 징계로 파면할 수 있단 점에서 검찰 역시 파면이 가능하도록 하는 법 개정은 추진할 수 있지만, 검찰총장뿐 아니라 법무부 장관까지 검사 징계권을 갖게 되는 것은 문제”라며 “장관은 대통령의 입김에 영향을 받을 수 있고, 결국 검찰 수사가 정치적 입김에 노출되는 상황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