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현지시간) 핀란드 공영방송 YLE에 따르면 핀란드인들이 우크라이나에 지원금을 전달하는 대표적인 경로 중 하나는 2014년부터 우크라이나군을 지원하고 있는 비영리 단체인 '사인마이로켓'이다. 이 단체의 안톤 소콜렌코 대표는 YLE에 "핀란드는 미국에 이어 우크라이나군에 대한 민간 기부 건수가 가장 많은 나라"라고 밝혔다.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현재까지 전 세계 각국에서 100만 유로(약 13억3000만원)의 기부금이 이 단체로 모였는데, 이 중 14만 유로(약 1억8000만원)가 핀란드에서 들어온 것으로 집계됐다. 이렇게 모인 자금은 우크라이나군의 의복, 차량, 무전기, 전력 발전기 등 각종 군수품 구매에 쓰인다고 한다.
이 단체는 다소 흥미로운 기부 방식을 채택했다. 일정 기부금을 지불하면 최전방 우크라이나군의 155㎜ M777 곡사포탄과 155㎜ M982 엑스칼리버 곡사포탄, 미그29 전투기 등에 기부자만의 특별한 메시지를 새겨주는 식이다. "(우크라이나의) 자유를 위해" "(러시아군은) 악령!(Perkele·핀란드에서 주로 저주할 때 쓰는 말)" 등 우크라이나군을 응원하거나 러시아군을 저주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기부 금액은 메시지를 새기는 무기 종류에 따라 최소 200달러(약 24만원)에서 최대 2만 달러(약 2400만원) 수준이다.
핀란드의 이 같은 기부 행렬은 정치인, 작가 등 유명 인사들이 잇따라 참여하며 입소문을 탔다. 유시 할라아호 핀란드 의회 외교위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사인마이로켓을 통한 기부를 밝히면서 "대규모 러시아 병사들이 죽어서 정치·군사적으로 전쟁을 지속하는 게 불가능해질 때 비로소 전쟁이 끝날 것"이라며 "러시아 군인을 죽이는 건 옳은 일이며, 우크라이나인들이 그들을 죽일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했다. 앞서 소설가 소피 옥사넨은 새해 첫날 트위터에 "러시아의 침략으로부터 우크라이나를 방어하기 위해 새해 불꽃놀이에 쓸 돈을 기부했다"고 적었다.
영국 더타임스는 "러시아에 대한 핀란드의 국민적 반감은 1939년 2차대전 당시 소련군에 끔찍한 패배를 맛본 '겨울전쟁'의 기억 때문일 수 있다"고 전했다. 당시 핀란드는 소련의 침공으로 영토 10%를 빼앗겼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핀란드인의 85%는 "러시아를 우려한다"고 답했으며, 83%는 "어떠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자국 영토를 지켜야 한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일각에선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 수뇌부가 아닌 전장의 러시아 병사들에게 분노가 표출되고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지 매체 헬싱긴 사노마트는 "(사인마이로켓) 메시지들 중 일부는 정당한 도덕적 분노와 비인간적인 분노 사이의 선을 넘었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핀란드 정부도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의 침공에 대비하는 한편 우크라이나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핀란드는 1948년 이후 줄곧 유지해왔던 '비동맹 중립' 정책을 포기하고, 지난해 5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가입을 신청했다. 이 밖에도 우크라이나에 1억9000만 유로(약 2500억원) 상당의 군사적 지원을 단행했으며, 자국 국방비 증액을 위해 20억 유로(약 2조6000억원)를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