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라이슨 디섐보. AFP=연합뉴스
브라이슨 디섐보(32·미국)가 18번 홀 그린에서 칩샷 연습을 할 때 그를 응원하는 함성이 여러 번 터져나왔다. US오픈을 이틀 앞둔 11일(한국시간) 미국 피츠버그 인근 오크몬트 골프장에서다. 디섐보는 손을 흔들어 답해줬고, 연습라운드를 마친 후 어린이들에게 5분 넘게 사인을 했다.
예전엔 이러지 않았다. PGA 투어 신인이던 2017년 자신의 볼을 찾지 못한 자원봉사자에게 욕설을 해 징계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필드의 물리학자’라 불리며 새 골프 용품을 만들거나 몸을 불려 샷거리를 늘리는 등 여러 혁신을 했으나 그를 이기적이며 가식적이라며 싫어하는 선수가 많았다. 그가 LIV로 옮겼을 때 PGA 투어 일부 직원들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고 전해진다.
요즘은 팬서비스 최고다. 지난 4월 마스터스 최종라운드에서 경기 중 손을 내미는 아이들에게 대부분 하이파이브를 해줬다. 11일 US오픈 공식 인터뷰에서도 부드러운 목소리로 기자들의 질문에 답을 했다.
유튜버로서도 거물이다. 지난해 동반 라운드 영상을 만들어 도널드 트럼프 대선 승리에 큰 공신이 됐다. 트럼프를 지지하는 보수 팬들에게서 인기가 높다. 700만의 팬을 거느린 골프계 최고의 인플루언서다. 유튜브 구독자가 200만,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300만, 틱톡은 200만이다. 컨텐츠에 대한 평가도 좋다.
선수로서 가치도 올라가고 있다. 메이저대회에서 계속 존재를 드러낸다. 지난해 US오픈에서 로리 매킬로이를 마지막 홀에서 꺾고 우승하더니 올해 마스터스와 PGA 챔피언십에서 우승 경쟁했다.
LIV 선수 중 명실상부한 최고 선수이며 이번 대회에서도 세계 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와 더불어 우승 후보 빅2에 꼽힌다.
마스터스와 PGA 챔피언십에서 아이언 훅 때문에 고생한 그는 이번 대회에 신병기를 가지고 나왔다. 드라이버처럼 페이스가 볼록하고 텅스텐으로 무게중심을 옮긴 아이언이다. 훅이나 슬라이스를 줄여 줄 수 있다고 한다.
PGA 투어로선 눈엣가시다. LIV 고사 작전 벌이고 있는데 다른 선수들과 달리 디섐보의 인기와 실력은 점점 더 올라가기 때문이다.
재계약을 앞둔 디섐보가 LIV에 2억8000만 달러를 제시했다 거부당했으며 이로 인해 PGA 투어로 돌아올 것이라는 보도가 나온 바 있다.
그러나 디섐보는 11일 공식 기자회견에서 이를 전면 부인했다. 디섐보는 “LIV는 사라지지 않고 나는 거기 머물 것이다. 팀 경기 형식의 골프는 의미 있으며 사우디는 이에 대한 믿음을 지켰고, 상업적으로 실행가능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팀(LIV팀 크러셔스)은 지난 2년 동안 수익을 냈다. LIV에서 내 가치를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발언이 계약을 유리하게 하기 위한 작전인지 현실적인 전망인지 알 수 없다. 투어에는 그가 아직도 가식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그의 인기와 팔로워 등으로 인해 몸값은 올랐다. US오픈에서 우승한다면 날개를 단다. PGA 투어로서는 매우 괴로운 시나리오다.
피츠버그=성호준 골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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