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급수, 6일 단수 '최악 가뭄' 보길도…"세숫물도 안 버린다"

전남 완도군 보길도 저수지가 가뭄으로 인해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사진 한국수자원공사

전남 완도군 보길도 저수지가 가뭄으로 인해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사진 한국수자원공사

대한민국 최남단인 해남 땅끝 마을에서 배를 타고 30분을 더 가야 닿을 수 있는 섬 보길도. 지난 15일 섬에 내리자 현수막이 눈에 들어왔다. 가뭄 장기화로 5일부터 2단계 제한급수(2일 급수, 6일 단수)를 실시한다는 내용이었다. 집집마다 옥상에는 물을 담아두기 위한 파란색 대형 물탱크가 놓여 있었다.

“불편한 것이 말로 할 수 없어요. 세수하는 물도 안 버리고, 목욕은 이틀에 한 번 할 거 4~5일 만에 한 번 하고….” 보길도 주민 조충연(80) 씨는 이렇게 지독한 가뭄은 처음이라고 했다.

보길도와 노화도 주민 8000여 명의 유일한 식수원인 보길저수지는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저수율은 예년의 절반 수준인 16%로 역대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주민들이 한 달 동안 쓸 수 있을 정도의 양이다. 주민들은 단수 조치까지 하면서 겨우 수위를 유지하며 버티고 있다.

바다로 버려지는 지하수 모으는 ‘지하 인공 댐’ 

보길도 지하수 저류댐에서 모은 물을 저수지로 보내는 모습. 공동취재단

보길도 지하수 저류댐에서 모은 물을 저수지로 보내는 모습. 공동취재단

극심한 가뭄에도 그나마 저수지가 완전히 마르지 않을 수 있었던 건 최근 가동을 시작한 지하수 저류댐 덕분이다. 이날도 지하수 댐에서 만든 물이 호스를 통해 저수지로 쏟아져 들어왔다. 이렇게 주민들이 하루에 쓰는 물(2000t)의 30% 정도인 500~600t의 물을 지하수댐을 통해 공급받고 있다. 조창현 수자원공사 완도수도 지사장은 “수위가 계속 약간씩 떨어지고 있는데 그나마 버티고 있는 게 지하수 저류댐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하수 저류댐은 지하수층에 인공 차수벽을 설치해 바다로 흘러가는 지하수를 가두는 일종의 ‘지하 인공 댐’이다. 가뭄에도 일정한 수량을 확보할 수 있고, 모래·자갈 등이 자연적으로 여과 작용을 하면서 상대적으로 수질도 양호한 편이다. 고질적인 식수난에 시달리는 도서 지역에 새로운 물 공급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이유다. 옹진군 대이작도와 영광군 안마도에도 지하수 댐이 설치돼 지난해 시범 운영을 마치고 본격 활용되고 있다.


높이 6m 벽 세워 “섬 가뭄 대응에 효과”

보길도 지하수 저류댐 내부 모습. 한국수자원공사

보길도 지하수 저류댐 내부 모습. 한국수자원공사

보길도는 2017~2018년에 극심한 가뭄을 겪으면서 지하수 댐 건설을 추진했다. 땅속에 지하수가 잘 모일 수 있는 곳을 찾아 길이 257m, 높이 최대 6m의 콘크리트 벽을 쌓았다. 당초 올해 말에 준공될 예정이었지만 작년부터 극심한 가뭄이 시작되면서 공사를 앞당겨 지난해 말부터 시험 가동 중이다. 하반기부터는 섬 주민이 쓰는 물의 절반에 해당하는 1100t의 지하수를 공급할 계획이다.

이영목 수자원공사 사업기획처장은 “지하수가 흐르면서 차수벽에 갇히게 되고, 관을 거쳐 지하 저류조로 공급된 지하수를 펌프질해서 보길저수지로 이동시킨다”며 “지하수는 바다까지 유출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가뭄에 대한 민감도가 지표수만큼 높지 않아 가뭄 대응에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세계 첫 해수담수화 선박도 투입 

지난해 12월 6일 전남 완도항 제1부두에서 1㎞ 떨어진 해상에서 계류 중인 해수담수화 선박(드림즈호)에서 철부선에 실린 살수차에 물을 공급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지난해 12월 6일 전남 완도항 제1부두에서 1㎞ 떨어진 해상에서 계류 중인 해수담수화 선박(드림즈호)에서 철부선에 실린 살수차에 물을 공급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바닷물을 정화해 담수(淡水)로 만드는 해수담수화 시설도 섬 가뭄 해결의 대안으로 꼽힌다. 저수율이 2%까지 떨어진 완도 넙도에는 다음 달에 해수담수화 시설이 준공돼 하루 150t의 물을 공급할 예정이다.

국내 연구진이 개발한 세계 첫 자항식(자체 동력으로 항행) 해수담수화 선박 드림즈호도 지난해 말부터 남해안에 긴급 투입되면서 소안도 등에 물을 공급했다. 배 안에 설치된 해수담수화 플랜트에서 여과→역삼투압→소독 등을 거쳐 바닷물의 염분과 미생물 등을 제거하고 담수로 만든다. 이렇게 매일 300t의 식수를 생산해 물이 부족한 해안가나 섬 지역에 공급할 수 있다. 또, 저에너지 자동화 담수화 기술이 적용돼 국내 섬에 설치된 해수담수화 시설보다 15% 이상 물 생산단가를 줄일 수 있다.

해수담수화 선박 내부 모습. 공동취재단

해수담수화 선박 내부 모습. 공동취재단

해수담수화 시설이 가뭄 해결의 대안이 되기 위해서는 풀어야 할 과제도 있다. 무엇보다 식수 목적으로 활용되려면 안전에 대한 주민들의 우려를 해소해야 한다. 앞서 2000억 원을 투입해 2014년에 완공된 부산 기장의 해수담수화 시설은 인근 고리원전의 방사성 오염물질이 섞일 것을 우려한 주민들 반대로 아직도 시설 가동을 못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연구단을 이끈 이상호 국민대 건설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수돗물처럼 먹는 물 수질 기준을 만족해야 하기 때문에 공인검증기관의 확인을 거쳤고, 섬의 정수장에서 정수 처리를 한 번 더 한다”며 “바로 음용도 가능한 수준으로 지금까지 주민들의 거부감도 없었다”고 말했다.